아들과 함께 카네기 홀에서 베토벤 운명 교향곡 감상하다

운명에 대해 생각에 잠겼어.

by 김지수

봄비 내리는 일요일 아침 일찍 눈을 떠 커피를 끓여 테이블 앞에 가져오니 새들의 합창이 들려온다. 자주자주 비가 내리는 뉴욕. 올봄 유난히 비가 자주 내리고 초록은 점점 짙어만 간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센트럴파크에서 Japan Day 행사가 열린다. 비가 내린데 어쩐담. 달리기도 하고 공연도 열리고 예쁜 기모노를 입고 산책하는 일본인들도 보일 텐데 비가 오면 어떡하지. 브루클린 식물원에서 매년 4월 말 열리는 벚꽃 축제와 더불어 센트럴파크에서 열리는 일본 축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제는 살바도르 달리 생일이라고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특별 이벤트가 열렸지만 난 가지 못했어. 지난 4월에는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 생일 이벤트가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열렸지만 그날 줄리아드 학교에서 재즈 공연 보느라 가지 못했다. 위대한 예술가들의 생일도 기억하는 뉴욕 참 특별해.


어제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햇살이 비추는 토요일. 세상의 어둠과 고통을 사라지게 할 만큼 화창한 날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하늘에서 내리쬐는 태양만으로 행복했던 어제. 낯선 거리거리를 걷기만 해도 행복이 가슴 가득 들어올 거 같은 날씨! 태양이 주는 행복도 정말 크구나. 롱아일랜드 오이스터 베이 양로원에서 발런티어 할 때도 노인들의 행동은 날씨에 따라 많이 달랐다. 하늘이 흐리거나 비가 오면 소리를 지르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노인들도 있었다. 고마운 햇살 님 어디로 숨어버린 거야.


아침 일찍 호수에 산책하러 가고 빨래를 하고 나니 기분이 룰루랄라 좋아졌고 말썽꾸러기 화장실 욕조도 수선을 해서 기분이 좋았다. 아파트 슈퍼가 오전 10시에 도착한다고 했지만 40분 늦게 도착했지만 수선을 했으니 좋은 거지. 하지만 슈퍼가 우리 집 화장실에 연장을 두고 가 전화를 해서 가져가라고 하니 아파트 현관문 앞에 두라고 해서 슈퍼 말을 따랐지만 맨해튼에 가려고 아파트 문을 여는 순간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서 혹시 도난당할까 봐 아파트 안에 두었다. 오늘 슈퍼네 집에 가야 하나 보다.


화창한 하늘이 유혹하니 사랑하는 거버너스 아일랜드 휴양지가 그리워졌지만 집에서 아주 가깝지는 않고 편도 최소 2시간 내지 2시간 반 정도 소요되니 다음으로 미루고 5번가 북 카페에 가서 휴식을 했다. 누군가는 기분이 좋은지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고 낯선 사람들이 들어와 빵과 커피로 식사를 하고 떠나고 몇몇 사람들은 조용히 독서 삼매경에 빠졌어. 책을 펴다 집중이 안되어 화장실에 다녀오니 낯선 남자가 내 테이블에 앉아 내가 고른 책을 읽고 있어 웃음이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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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4580.jpg?type=w966 New England Symphonic EnsembleA Concert of Classic Symphonic and Choral Works



New England Symphonic Ensemble

Peter Tiboris, Jeshua Franklin, and Lahonda Sharp, Conductors

Eilana Lappalainen, Soprano

Kim Sogioka, Mezzo-Soprano

Kenneth Overton, Baritone

With participating choruses



BEETHOVEN Symphony No. 5

VAUGHAN WILLIAMS Dona Nobis Pacem

VIVALDI Gloria




어제저녁 8시 카네기 홀에서 아들과 함께 공연을 봤다. 아들과 함께 공연을 보고 산책하는 것은 즐거움이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추억을 쌓아가는 것은 소중한 일이잖아. 비발디와 베토벤 곡 등을 연주했어. 합창도 좋았고 특히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 좋았어. 지난번 두 자녀와 함께 링컨 센터에서 특별 할인 티켓 구해서 공연 봤는데 그날은 운명 교향곡 1악장만 연주했지만 어제는 전 악장을 들어서 좋았다. 위대한 음악가 베토벤이 청력을 잃고 나서 작곡했다고 하니 더 의미 깊은 곡이다. 음악가가 청력을 잃어버린 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화가가 시력을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일까. 슬픈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운명과 맞서 싸웠던 위대한 베토벤 음악이 참 좋아. 아들도 운명 교향곡 전 악장을 들어서 참 좋다고 했어.




어제 할인 티켓을 구입했는데 하필 좌석이 무대와 아주 가까운 곳이고 바이올린 악장이 아주 가깝게 보였고 바이올린 실력이 뛰어나 프로그램 확인하니 예일대에서 아티스트 디플로마 학위 받고 피바디 음악원에서 음악 박사 학위 받은 특별한 음악가라 놀랐다.



IMG_4583.jpg?type=w966 사진 왼쪽 Preston Hawes 바이올리니스트/ 뉴 잉글랜드 심포닉 앙상블 Artistic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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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가운데 한 가지 학위만 받는 것도 죽음처럼 힘들다고 하고 대개 프로 음악가로서 활동하기 위해 아티스트 디플로마, 대학에서 교수직을 하려면 음악 박사 학위를 받는데 대단한 음악가. 갈수록 세상에 뛰어난 사람들도 많아.


운명이 뭘까. 가끔씩 운명에 대해 생각에 잠기곤 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슬프고 힘들고 어려운 일을 당한 경우가 많다. 작은 일에도 굴복하는 사람도 있고 너무나 어려운 일에도 굴복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사람도 있다. 슬픈 운명이 찾아와 흔들어도 용기를 갖고 씩씩하게 대결을 해야지. 어차피 태어나 묘지에 이르는 길이 우리네 삶이지. 믿을 수 없는 슬픈 일이 찾아와 날 흔들어도 어쩌겠어. 내 삶인 것을. 할 수 없어. 내게 주어진 모든 일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지. 얼마나 슬픈 일이 많아. 얼마나 기쁜 일도 많아. 살아있는 동안 나의 숙제는 행복 찾기야. 뭐 슬픈 운명이 우리 가족을 뉴욕에 데리고 왔잖아. 지옥의 관문을 통과하듯 어렵고 슬픈 일이 많지만 기쁘고 행복한 일도 많았지. 인생은 도전이야. 운명의 파도야 불어라. 난 마지막까지 투쟁을 할 거야. 어차피 죽어. 최선을 다하면 후회가 없지. 마지막에 웃자 웃자 웃자.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암흑 같은 세상에서 버티다 뉴욕까지 왔다. 누가 우리 가족을 도와줬니? 아무도 없었어. 너무나 평범하지만 언제나 나의 최선을 다해서 살려고 노력했고 후회 없는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 뉴욕에 오는 것도 너무너무 힘들었고 뉴욕에 와서도 얼마나 슬픈 일이 많았어. 뉴욕을 지옥의 불바다로 만들어버린 허리케인 샌디가 찾아와 아파트 지붕이 무너져 천정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니 거실은 물바다로 변했지. 전기도 안 들어오고. 그럼에도 살아남았어. 하늘도 무심 하지지. 그 많고 많은 아파트 가운데 하필 내가 사는 아파트야. 세상에 태어나 아파트 지붕이 날아간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었는데 그때 우리 아파트 지붕은 바람에 날아갔어. 롱아일랜드 살 때 교통사고도 당했지. 내 뒤에 있는 초보 운전자가 우리 차를 박아버려 하늘로 붕붕 날아갔어. 그럼에도 살아남았구나... 아, 너무너무 힘든 일이 많았지... 진짜 슬픈 일은 침묵을 지키고 있어. 아... 삶이 어렵고 힘들구나! 누가 생이 쉽다고 하겠니.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하늘로 긴 여행 떠난 스티브 잡스 생각해봐. 자본주의 세상 돈이 주는 편리함도 많지만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잖아. 스티브 잡스는 살 수 있다면 전재산을 다 준다고 했을 거야.


우리 가족에게 준 시련을 생각하면서 베토벤 운명 교향곡을 감상했다. 일요일 아침 커피 한 잔 마시며 글쓰기를 했어.


오늘도 행복하게 즐겁게 기쁘게 보내자. 마음 따뜻한 하루를 보내자.



5. 12 일요일 아침 7:58



New England Symphonic Ensemble Saturday, May 11, 2019 8 PM Stern Auditorium / Perelman S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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