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대에서 재즈 축제 감상하고

호수에서 산책하고 북 카페 가고 재즈 축제 공연 보고

by 김지수

환상적인 봄 날씨야. 백만 불짜리 황금 햇살이 비추니 얼마나 좋아. 수요일 아침 기온이 14도 선선하고 좋구나. 지난 월요일 태양이 폭발한 줄 알았어. 수요일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아래층 할아버지는 기분이 좋은지 노래를 부르고 내용은 잘 들리지 않으나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노부부 두 분이 사는데 성격이 무척 까탈스러워 가끔씩 찾아와 우리 집이 소란하다고 불평하니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지. 아들과 나 단 둘이 사는데 소란을 피울 일이 있어야지. 난 매일 맨해튼에 가서 밤늦게 집에 돌아오고, 집에서 지낸 시간 동안 호수에 산책하거나 집안일하거나 글쓰기 하는데 인간이 살아가는 기본 생활 소음 조차 듣기 싫어하면 궁궐을 짓고 살아야지. 노부부가 히스패닉계인 줄 알았는데 어느 날 우리 집으로 잘못 배달된 우편물을 보고 그리스에서 이민 온 사람들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온 우편물이었지. 우리에게 불평 많은 할아버지 집에 우편물 배달도 했어. 왜 우체부가 가끔씩 우편물을 잘못 배달할까.


그리스 사람들도 정말 보수적이란 것을 오래오래 전 콜럼비아 대학원에 재학 중인 여학생으로부터 들었다. 남자들이 손 하나 까닥하지 않는다고. 그리스 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가 먼저 생각나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등 철학자들이 생각나고 내게는 머나먼 나라였는데 뉴욕에 와서 살게 되니 그리스 출신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대학원 시절 만난 영화배우처럼 멋쟁이 학생은 잘 지낸가 모르겠다. 당시 그리스 경제 사정이 안 좋아 그리스로 돌아가기 싫다고 했는데. 그녀와 소식이 끊긴 지 오래되어 어디서 무얼 한지도 모르겠다. 세계적인 영화배우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외모가 멋졌어.


아래층 노부부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불평을 하면서 화난 목소리로 수 차례 경찰을 부른다고 하더니 그 후로 가끔씩 경찰이 찾아와 아파트 문을 노크했다. 수년 전 새해 첫날 경찰차 몇 대가 집 앞에 주차를 하고 우리 집 아파트 문을 노크하니 얼마나 놀랐겠어. 아들은 친구들 만나러 가고 나 혼자 있는데. 문 열어주니 경찰이 "무슨 일 있나요? 혹시 전화했어요?"라고 하니 어이없었어. 할아버지 불평도 재미있어. 아들이 전화 한 통 하는 것조차 소음이라고 하면 어찌 살라고.




IMG_4895.jpg?type=w966



IMG_4896.jpg?type=w966 뉴욕대에서 이탈리아 재즈 축제 감상하고



어제저녁 6시 반 맨해튼 그리니치 빌리지 뉴욕대 빌딩에서 재즈 공연이 열렸다. 지난번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열린 대회에서 수상한 음악가들 공연 본 후 오랜만에 찾아갔어. 재즈 축제 보러 갈지 말지 망설이다 힘내어 갔는데 빌딩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놀랐어. 뉴욕에 재즈 음악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회원들 먼저 입장하고 회원 아닌 경우 더 오래 기다려 입장해 겨우 빈자리에 앉아 공연을 감상했다. 노인들이 많이 찾아와 재즈 공연을 보니 놀랐어. 뉴욕 문화가 정말 다름을 느낀다. 트럼펫 소리가 아름다웠어. 피아노, 더블 베이스와 드럼도 아름답고. 공연이 막이 내리면 와인과 뷔페 식사를 접대한다고 하나 난 먼저 떠났다. 맨해튼에 살지 않으니 먼저 떠났지.


재즈 공연 보러 가기 전 오랜만에 사랑하는 스트랜드 서점에 갔다.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자주 갈 때는 스트랜드 서점에 자주 갔는데 요즘 북 카페 빈자리 구하기 어렵고 재래시장처럼 소란스러워 유니언 스퀘어 북카페에 자주 가지 않게 되니 스트랜드도 가지 않게 된다.



IMG_4883.jpg?type=w966



IMG_4881.jpg?type=w966



IMG_4878.jpg?type=w966 아들과 함께 호수에 산책하는 가고




어제 아침에도 아들과 함께 호수에 산책을 하러 갔는데 전날 오리 새끼 7마리를 봤는데 어제는 6마리가 보여 놀랐다. 하루 사이 한 마리 오리 새끼는 어디로 사라진 거야. 작은 오리 새끼가 엄마 오리를 따라다녀 귀여웠어. 한국 출산율은 0.98명. 세계 첫 0 명대 국가가 됐다고 하는데 오리 가족은 많아 놀라워. 암튼 출산율이 낮으면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할 테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작은 거북이들은 호수 한가운데 작은 섬에서 일광욕을 하고, 사색하는 청둥오리도 보고, 산책하는 기러기떼도 보고, 호수에서 노젓기 연습하는 중년 남자도 보고, 애완견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보고, 벤치에 앉아 휴식하는 동네 주민들 보았지. 호수를 몇 바퀴 돌면서 아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은 행복하다.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가는 시간. 초록 나무 숲에서 산책하는 즐거움 모두 행복 아니겠어. 공원에 핀 하얀 꽃들에게도 인사를 했지. 5월 중순이 지나자 늦게 핀 하얀 동백꽃도 지고 말았어. 대신 주택가에 보랏빛 꽃들이 피어 있더라.


집에 돌아오는 길 동네 중국인 할아버지와 할아버지 산책을 도우는 여자를 만났어. 한국 시골 할아버지와 느낌이 똑같아. 우리가 웃으며 인사를 하니 할아버지가 무척 행복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셨다. 지난번 "니하오?"라고 인사를 하니 중국인이란 것을 알았지만 젊을 적 무얼 하셨던 분인지도 모르고 우린 서로 얼굴만 아는 사이다. 그럼에도 만나면 반가운 표정 지으며 인사하면 기분이 아주 좋아져.


그분을 뵈면 하늘나라에 계신 친정아버지가 생각난다. 건강하게 좀 더 오래 사셨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늘의 뜻을 알 수가 있어야지. 하늘이 하는 일은 인간이 몰라. 살다 보면 늘 우리가 알 수 없는 일이 찾아와 우릴 흔들어 놓지. 이탈리아 피렌체에 사는 블로그 이웃분이 오랜 친구 부부 사이가 안 좋아 헤어질 거란 소식을 올려놓아 가슴이 아팠다. 어린 자녀들에게 부부의 작별은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가. 물론 인연이 막이 내리는 부부의 고통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크지. 인생의 골목 골목길에서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들을 친절하게 접대하는 법을 안다면 더 행복할 텐데 늘 그러하듯 낯선 손님이 찾아오면 폭풍이 불고 어찌할 줄 몰라 당황하니 더 고통스럽지. 슬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리. 빛과 어둠이 있듯이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겠지. 우린 현명하게 위기를 극복하는 법을 배워야 할 거 같아.


산책하고 집에 도착 식사 준비를 하고 맨해튼 북 카페에 갔다. 어제도 그제처럼 덥지 않아서 좋았는데 북 카페 에어컨이 너무 강하게 켜져 꽁꽁 얼어 죽는 줄 알았어. 북 카페에 손님은 또 얼마나 많던지. 줄이 너무 길어 기다리던 할아버지는 포기하고 돌아가더라. 10명이 넘는 사람들 주문을 받고 드디어 내 차례가 와서 레귤러커피 한잔 주문해 테이블로 돌아와 읽고 싶은 책을 찾으러 지하에 내려갔는데 하필 책이 없다고 직원이 말하니 슬펐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2층에서 책을 찾았는데 나의 2순위 책도 없고. 서점에 정말 많은 책이 있는데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없으니 이상하지.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잠깐 서점에서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다 뉴욕대 재즈 공연을 보러 가기 위해 그랜드 센트럴 역에 갔다. 북 카페는 얼음나라처럼 추운데 그랜드 센트럴 지하철역은 적도처럼 뜨거웠어. 여름 시즌이 찾아오면 맨해튼은 북극처럼 추운 곳도 있고 적도처럼 뜨거운 곳도 있어. 평소 6호선은 로컬로 운행하는데 어제는 익스프레스로 운행하더라. 유니언 스퀘어 역에서 내려 스트랜드 서점에 들러 이 책 저 책 구경하다 뉴욕대 재즈 공연을 보러 갔다.


수요일 무얼 할까.

오늘도 호수에서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어딘가에서 서성거리겠지.

어제 북카페에서 들은 노래 들으며 글쓰기를 했어.


5. 22 수요일 아침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뉴욕 맨해튼 브라이언트 파크 오페라 <라보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