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 홀
DAN FORREST Requiem

카네기 홀에서 아들과 함께 공연 보다.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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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England Symphonic Ensemble
David C. Dahlquist, Jeremy Mims, and Lisa A. Billingham, Conductors
Mikki Sodergren, Mezzo-Soprano
Joseph Sacchi, Tenor
With participating choruses



VAUGHAN WILLIAMS Let Us Now Praise Famous Men

THOMPSON The Testament of Freedom

BRAHMS Nänie

JAKE RUNESTAD Into the Light

DOMINICK DIORIO A World Aglow

DAN FORREST Requiem for the L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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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싱 주택가에 핀 장미꽃과 아이리스 꽃




어제저녁 이웃집 정원에서 노란색 장미꽃과 보랏빛 아이리스 꽃을 보며 행복했어. 꽃이 주는 행복도 크다. 예쁜 꽃 보면 가슴도 화사해져. 1년 만에 우리가 만난 거지. 장미꽃이 예년보다 훨씬 더 빨리 피었어. 카네기 홀에 가려고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는 동안 난 장미꽃과 아이리스 꽃과 인사를 나누었어. 1년 동안 잘 지냈니?라고 물었지. 장미꽃도 내게 안부를 묻더라. 잘 지냈니?라고.


잠시 후 아들과 난 시내버스를 타고 플러싱 메인스트리트 지하철역에서 7호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저녁 시간 승객들이 많지 않은 경우 로컬 7호선 달리는 속도가 빨라 좋아. 카네기 홀 박스 오피스에 도착해 티켓 2장을 찾았다. 운 좋게 무료로 보는 공연이라 더 좋았지만 원래 유료 공연이다.


뉴욕에 살다 보니 가끔 무료 공연 티켓 구해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볼 때도 있구나. 아들이 맨해튼 음대 예비학교 재학 중일 때 아들 바이올린 지도 교수님 Albert Markov 아드님 Alexander Markov 바이올리니스트가 카네기 홀에서 공연할 때 당시 우리 가족은 롱아일랜드 제리코에 살았고, 맨해튼까지 가깝지 않고, 공부하는 중이라 그 특별한 공연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지금이라면 꼭 봤을 텐데 상황이 참 중요하다.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많은 게 달라진다.




알렉산더 마코브 바이올리니스트는 러시아계 미국인으로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을 했고 카네기 홀 옆 메트로폴리탄 타워 아파트 빌딩에 산다. 그의 파가니니 곡 연주는 정말 훌륭하다. 아들 지도교수님이 카네기 홀 옆 빌딩에 찾아오라고 하니 그곳이 어디야 하면서 당황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찾기 쉬운 빌딩이다. 40층인가 고층 빌딩에 올라가니 사람이 인형처럼 작아 보이더라. 그때가 언제야. 정말 많은 세월이 흘러가고 있구나. 매년 여름에 프랑스에서 음악 캠프를 여는 알버트 마코브 교수님. 경제적 형편이 좋다면 여름 음악 캠프에 참가해도 좋을 텐데 상황이 복잡하니 아들은 참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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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5278.jpg?type=w966 아들과 난 대개 무료 공연 볼 때 좋은 좌석에 앉아서 본다.



저녁 8시 New England Symphonic Ensemble 공연이 시작했다. 대개 카네기 홀 공연이 약간 늦게 시작한다. 7분 내지 10분 정도 늦게. 좀 늦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도착해 홀로 입장하면 된다. 저녁 8시 정각에 시작하니 기분이 좋았어. 우리 집은 맨해튼이 아니라서 그렇지. 아들이 공연 시작 전 무슨 곡 연주하냐고 물었는데 카네기 홀 웹사이트에 접속해 프로그램 확인하니 낯선 작곡가들 곡이라 걱정도 했다. 혹시 공연이 안 좋으면 괜히 카네기 홀에 간 것이니. 그런데 나의 염려와 달리 첫 무대 공연은 환상적으로 좋았어. <DAN FORREST Requiem for the Living>이 얼마나 좋던지 지난 3월 초 카네기 홀에서 봤던 비엔나 필하모닉 공연도 생각났어. 명성과 달리 그때 공연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명성만 보고 카네기 홀에 오는 사람들도 있고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 분은 명성 높은 오케스트라 공연이나 음악가 공연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님을 안다. 하지만 어제 공연은 너무너무 좋아 아들 데리고 공연 보러 간 게 멋진 선택이었어. 뉴욕이 주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공연 예술 문화다. 역사 깊은 카네기 홀에서 훌륭한 공연을 특별한 경우 무료로 감상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하늘에서 천사들의 합창이 들려온 듯 아름다웠지. 합창 공연 정말 좋아. <단 포레스트 레퀴엠> 공연을 보면서 기도도 많이 했어. 우리의 삶이 얼마나 복잡해. 우리 모두에게 평화를 주소서,라고 기도를 했지.




어제는 휴식 시간이 두 번이나 있어서 공연은 약간 늦게 끝났고 레퀴엠 공연이 가장 좋았고 마지막 무대는 할아버지 합창단이었고 아주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무료 티켓 받아서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니 감사한 마음이 들지. 할아버지 합창 공연 보니 오래전 줄리아드 학교에서 만난 뉴요커 할아버지도 생각났어.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콜럼비아 대학원 졸업하고 일하다 은퇴한 할아버지. 맨해튼 어퍼 웨스트사이드에 사는데 교회 합창단 오디션에 낙방해 줄리아드 학생에게 레슨 받으러 와서 처음으로 줄리아드 학교에서 무료 공연이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니 난 웃고 말았지. 뉴욕 교회 합창단에 가입하려고 오디션 받는다는 것조차 상상도 못 했어. 또, 뉴욕에서 태어나 교육받고 오래오래 산 할아버지가 뉴욕 문화에 대해 잘 모르셔 놀랐지. 뉴욕에서 탄생해도 관심이 없으면 모른 게 당연하지. 뉴요커 리듬이 무척 바쁘니 더욱 그렇고. 암튼 그 할아버지는 다시 오디션 보고 합격했을까. 참 재미있는 할아버지였어. 콜럼비아 경영 대학원 졸업하셨다고 하니 워런 버펫도 생각났어.



휴식 시간 동안 화장실에 가면서 벽에 걸려 있는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악보도 보면서 고등학교 시절 음악 시간도 떠올랐어. 음악 선생님이 정말 멋진 곡이라 소개하셨지만 그때 난 그 곡 느낌을 전혀 알지 못했다. 뉴욕에 와서 살다 보니 차츰차츰 드보르작의 음악이 귀에 가깝게 들려온다. 어느 날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어린 두 자녀랑 함께 와서 사막 같은 뉴욕에서 꿈 찾아 새로운 삶을 열어가는 게 얼마나 도전인지.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는 게 쉬워. 세상에 인생이 쉽다고 말한 사람은 한 명도 없겠지. 힘들고 어렵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산다면 오늘보다 더 좋은 내일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름다운 5월도 서서히 막이 내린다. 카네기 홀에서 유자 왕과 트리포노프 공연도 보고, 파두 음악 축제도 보고, 링컨 센터에서 이나래 소리꾼 공연도 보고, 모마와 메트에 가서 전시회도 보고, 첼시 갤러리에도 가고, 뉴욕대에서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음악가들 공연도 보고, 크리스티 경매장에 가서 하늘처럼 비싼 작품도 보고, 링컨 센터 60주년 특별 공연도 보고 그리고 메모리얼 데이 보스턴에 여행 가서 그림처럼 동화처럼 아름다운 작은 바닷가 마을 케이프 코드 프로빈스타운에 우리 가족의 추억을 남기고 떠나왔다. 프로빈스타운에는 복잡한 지하철도 없고 홈리스도 없더라.



이제 서서히 6월의 계획도 세워야겠다. 삶은 끝없이 복잡하고 눈물 나지만 세계적인 문화 예술의 도시라 예술 공연이 아주 가까이 있다는 것은 축복인지도 모른다. 물론 스스로 찾아야지.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타이틀처럼 뉴욕은 내게 새로운 세상이다.


감사의 기도를 하면서 하루를 열자꾸나.


5. 29 수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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