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하는 동안 글쓰기 하다.
왜 비가 자주 내린담.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비가 온다고. 아름다운 이탈리아 피렌체도 유난히 비가 자주 온다고 하네. 하늘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세상의 슬픔이 다 떨어지면 좋겠어. 하늘은 내 마음을 알까. 세상 사람들 모두 모두 행복하면 얼마나 좋아.
2박 3일 보스턴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화요일 아침. 우리가 뉴욕에 돌아온 것을 환영하는 것일까. 놀랍게 다른 해 보다 더 빨리 장미꽃이 피었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도 이웃집 정원에도. 장미향 가득한 오월이야. 해마다 6월이 되면 장미꽃 보러 장미 정원에 가는데 올해도 가야지. 어릴 적 내 생일이 왜 6월인 거야 하면서 무척 싫어했는데 그때는 장미의 계절인 것도 몰랐어. 이리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 6월에 태어나 감사해야 하는데. 어느 해 내 생일날 브롱스 뉴욕 식물원 장미 정원에 방문했는데 아들과 나 말고 아무도 없으니 한가롭게 산책을 했지. 온갖 장미꽃 향기 맡으며. 어릴 적 읽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소설 주인공 히드 클리프 이름을 가진 장미꽃도 보여 추억에 잠겼어. 중학교 1학년 무렵인가 재밌게 읽은 소설인데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이 들까.
비가 내리기 전 아들과 함께 호수에 다녀왔다. 아파트 문을 열자마자 이웃집 정원에 핀 장미꽃이 보여 행복했어. 여행 가서 많이 먹고 푹신한 침대에서 수면을 취하니 아들은 살이 찐 거 같다고. 우린 호수를 몇 바퀴 돌면서 이야기를 하며 며칠 동안 보지 못한 기러기 새끼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는데 그 순간 우리 앞에 기러기 가족이 보였다. 며칠 사이 잘 지낸 모양이야. 세상에서 가장 여유롭게 보이는 거북이는 느릿느릿 수영을 하고 수영을 배우려면 거북이에게 물어봐야 할까. 오늘은 염소처럼 생긴 작은 강아지도 보았어. 강아지 얼굴도 정말 다양한 뉴욕 뉴욕. 놀랍지.
호수에서 산책을 하고 집 근처 마트에 가서 과일과 채소를 구입했다. 수년 전 화재로 빌딩이 타 버려 한인 사장님이 충격을 받았단 소식을 들었는데 주인이 러시아인으로 바뀌었다고 지난번 방문했을 때 직원에게 들었다. 세일 중인 체리 한 봉지와 사과와 토마토와 파프리카와 버섯 약간을 구입해 돌아왔다. 지난번 보스턴 여행 가서 홀 푸드점에서 체리를 구입하려고 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 다시 내려놓았어. 오늘은 파운드당 약 2불이라 저렴해서 좋았지. 놀랍게 마트에서 오페라 아리아가 흘러나와 웃었어. 베르디 <리골레토> 오페라 가운데 <여자의 마음>이 흘러.
그럼 마트 사장님 러시아인이 오페라를 사랑할까. 아들과 함께 메트에 가서 오페라 보면서 얼마나 웃음이 나오던지.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여자의 마음은 항상 변한다고 하는 내용의 아리아를 바람둥이 만토바 공작이 부르니 우습지. 어릴 적 한국에서도 자주 들은 아리아이지만 바람둥이 공작이 그 노래를 부를 거라 미처 상상도 못 했어. 하지만 바람둥이 공작이 연기를 잘하고 노래를 잘 부르면 오페라 보는 향기가 감미롭지.
런던과 시드니 여행할 때 한국 가이드에게 오페라 가격이 어느 정도냐고 물으니 너무너무 비싸고 오페라 팬이 많아서 미리 티켓을 판매하니 매진이라 보통 사람들 오페라 보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는데 뉴욕에 오니 오페라가 뭔지도 모른 내가 오페라와 사랑에 빠졌어. 수백 불 아니라도 저렴한 티켓 사서 레드 카펫 밟고 올라가 오페라 보는 즐거움. 뉴욕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아닌가 싶다. 러시 티켓 사면 오케스트라 석에 앉아서 오페라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25불 러시 티켓이 누가 비싸다고 말하겠는가. 오페라 제작비가 너무너무 비싼데.
오페라 아리아 들으며 장 보고 계산을 하고 양손에 채소와 과일이 든 비닐봉지 들고 장미꽃 향기 맡으며 집으로 걸어왔다.
우리가 집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빗방울 소리도 예쁘기도 하지. 아들은 오랜만에 잠든 바이올린을 꺼내 켜네.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리가 울려 퍼져.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 학생들 공연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여름. 아들 바이올린 소리 들으며 위로를 받자꾸나. 유튜브 음악도 좋지만 라이브 음악이 훨씬 더 좋고 감미롭지.
브런치로 미트볼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고 아파트 지하에 가서 세탁물을 넣고 집에 돌아왔다. 아파트 주민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세탁기 6대 가운데 3대가 고장. 난 1대의 세탁기만 필요하니 다행이었어. 빨간색 여행 가방을 오늘에야 열고 빨랫감을 꺼냈어. 어제는 몇 편의 글쓰기를 하니 몸이 화산처럼 활활 타 버려 가방 열 힘도 없었다. 겨우 식사 준비하고 설거지하고 계속 글쓰기를 했지.
화요일 아침 주말에 읽지 않은 파란색 비닐봉지에 담긴 뉴욕 타임스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작년 미국 CEO들이 엄청 많은 돈을 벌었다는 기사가 왜 하필 가장 먼저 눈에 띄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부자들 세금 감면하니 더 부자가 되었다고. 우리 모두 CEO가 되어야 할 거 같아. 미국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와서 세월이 흘러가니 차츰차츰 미국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된다. 미국 부자들 보통 사람과 상대가 안되지. 서민들은 얼마나 아끼고 살아. 세계적인 문화 도시 뉴욕에도 가난한 사람들 정말 많아. 맨해튼에 가서 다양한 사람들 만나 이야기 들으면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 듯.
뉴욕필에서는 다음 시즌 공연 보라고 프로그램을 보냈네. 평소 할인 티켓과 러시 티켓을 팔지 않은 뉴욕필. 어제 메모리얼 데이 뉴욕 필 무료 공연 본 사람들도 많을 텐데 난 집에서 글쓰기 하며 시간을 보냈네. 집이 맨해튼이라면 얼른 다녀와도 좋았겠지.
그나저나 누가 한국수필집 5월호를 가져갔을까.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읽을 수 없으니 슬프네. 책 읽는 나의 행복을 누가 뺏어간 거야. 커피 마시고 책 읽는 즐거움 얼마나 좋아. 바람 부는 초록 나무 그늘 아래서 책 읽는 사람들도 정말 많지. 보스턴도 뉴욕도 다 마찬가지더라.
글쓰기 하다 아파트 지하에 내려가 세탁물 건조기에 옮겨 넣은데 동전 넣는 기기가 작동을 안 해 골탕을 먹인다. 한 대도 아니고 두 대씩이나. 내 동전만 삼키고 토하지 않아. 아... 어쩔 수 없이 다른 건조기에 옮기고 동전을 다시 넣었어. 아, 불편한 세탁이여! 한국에서 언제 세탁하며 불편할 때가 있었던가.
아파트 지하에 내려가면서 문득 제주도가 떠올랐다. 엊그제 여행 간 보스턴 케이프 코드 프로빈스타운과 나도 모르게 비교를 하나 봐. 미국 동부 최대 휴양지 프로빈스타운의 특별한 색채가 있지만 제주도 바다도 정말 사랑스럽고 예쁘다. 제주도만 보면 얼마나 예쁜지 모르지만 이곳저곳 더 많은 곳을 여행하면 비교가 되지. 제주도 역시 여행객이 많아 바가지 물가가 불쾌하고 무섭지만. 노란 유채밭의 아름다움은 평행 잊히지 않을 거 같아. 해녀들이 막 잡은 싱싱한 전복 맛도 꿀맛이고. 제주도 신라 호텔도 참 멋지고. 제주도 언제 다시 가고 싶구나. 언제 그 날이 온담!
화요일 오후 하늘은 흐리고 비가 오다 그치고 다시 온다고. 아침에도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잠이 깼어. 흐린 날에도 새들은 쉼 없이 지저귀고 있구나. 오늘 장미꽃 사진은 없어. 왜냐고. 비 온다고 하니 호수에 산책하러 갈 때 휴대폰을 집에 두고 갔지.
5. 28 화요일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