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엄마 수술하니 마음 무거운 주말을 보냈어.
새들의 합창이 들려오는 월요일 아침 하늘은 흐리고 기온은 17도, 습도가 90%, 곧 비가 내린다고. 장미향 맡으며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아들과 함께 호수에 산책하러 다녀왔으니 행복한 아침을 맞았어. 플러싱 동네 집집마다 장미향이 가득해. 호수에 도착 오리 가족도 만나 즐겁고, 애완견 데리고 산책하는 이웃 주민들도 보고 청설모가 나무 위에 오르는 것도 보았어. 또 몇몇 사람들이 초록숲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사과나무, 감나무, 체리나무와 살구나무도 보았어. 또 언젠가 우리에게 베이즐을 주며 향기 맡아보아라고 하셨던 할아버지도 만났는데 웨스트포인트 셔츠를 입고 계셔 놀랐다. 할아버지 집에 이탈리아 국기가 걸려 이탈리아 이민자라고 짐작하고 손자 학교에 등교하는 것을 도와주고, 장미 정원도 가꾸시는 할아버지가 미국 육군 사관학교 출신이라고 짐작을 하지 못했다. 물론 셔츠를 입었다고 육사를 졸업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입학도 졸업도 무척 어려운 명성 높은 웨스트포인트 학교 출신인지 아닌지 다음에 만나면 할아버지에게 물어볼까.
장미의 계절 6월은 축제의 시작이다. 정말이지 많은 공연과 축제가 열리는 뉴욕. 뉴욕의 여름은 축제의 바다. 매일매일 축제가 열려. 센트럴파크에서 셰익스피어 연극이 열리고, 매주 토요일 센트럴파크 셰익스피어 동상이 세워진 근처에서 탱고 이벤트가 열리고, 브라이언트 파크에서도 요가와 피아노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려.
오늘 월요일 저녁 8시 센트럴파크에서 메트(오페라) 무료 공연이 열리고, 내일은 Van Cortlandt Park에서 뉴욕필 무료 공연이 열리고, 모레는 센트럴파크에서 뉴욕필 무료 공연이 열린다. 6월 두 번째 주 화요일 맨해튼 부촌 어퍼 이스트 사이드 뮤지엄 마일에서 뮤지엄 마일 축제가 열린다. 다채로운 공연도 열리고 동시 뮤지엄에서 무료로 전시회를 볼 수 있어서 좋아. 뉴욕 뮤지엄 입장료가 평균 약 25불 정도라 서민에게는 부담이 되고 뉴요커들은 대개 기부 입장이나 무료입장하는 날을 이용해 전시회를 본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 토요일과 월요일 친정 엄마가 백내장 수술을 하셔 마음이 무거웠다. 외국에서 살며 느낀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한국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것.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마음뿐이지 멀리서 가슴만 아프다. 홀로 계신 노모의 건강도 갈수록 안 좋아져 걱정이 된다.
아, 삶이 뭐길래 이리 복잡할까. 한국에서 지낼 적 두 아이 할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 수 차례 입원할 때마다 나의 몫이었다. 다른 며느리들은 멀리 있거나 외국에서 살았다. 대학 시절 만난 남자와 결혼 해 매주 주말마다 두 자녀 할아버지 댁에 방문해서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친정아버지도 교통사고 나서 병원에 한 달 이상 입원했을 때도 아버지가 좋아하는 음식 준비해서 매일 병문안 갔다.
그뿐 만이 아니다. 무에서 시작해 경제적 안정이 되는 동안 15회 이상 이사를 했다. 이사는 얼마나 힘들었던지. 마음에 드는 집 구하기 얼마나 힘들어. 아이 아빠는 직장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집 구하라고 명령하면 끝. 나머지는 전부 나의 몫. 길고 힘든 어려운 과정 끝나고 드디어 우리가 60평대 아파트를 구입해 남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지낼 적 우리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두 자녀 할아버지와 할머니 위해 중형 아파트를 구입했다. 며느리로서 최선의 최선을 다하려고 언제나 노력했다.
무에서 시작해 하나씩 일구어 가는 삶이 얼마나 힘들던지! 두 자녀 아이 아빠 뒷바라지도 하늘처럼 힘들고, 두 자녀 특별 레슨도 하늘처럼 힘들었지. 우리 집에 돈이 쏟아져 할아버지에게 중형 아파트 구입한 것도 아니었지. 요즘은 부모가 도와줘야 집을 산다고 말하는데 난 요즘 세대와 너무너무 다른 세상에서 살았어. 무에서 시작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리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던지 그 어려움을 짧은 글로 어찌 표현할까.
대학 친구들도 자주 만나자고 연락이 오지만 두 자녀 뒷바라지가 너무 힘들어 시간에 쫓기니 친구들도 만날 시간이 거의 없었다. 숨 막히는 상황에서 중형 아파트 사드리고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난 뉴욕으로 건너오게 되니 친정 부모를 위해 딸 노릇 할 틈이 없었다. 슬픈 운명만 아니었다면 친정집에도 딸 노릇을 했을 텐데... 난 어린 두 자녀 데리고 멀리 떠나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니 고통의 바다에서 수영하며 눈물로 걸어가며 새로운 세상을 열어간다. 누가 그 마음 알까.
멀리서 친정 엄마 소식 들으며 마음만 무거운데 엄마 곁에 가까이 사는 자식도 없으니 더 복잡하고. 다행히 수술은 끝났다고. 두 명의 여동생이 엄마를 위해 병원에 방문해 애를 썼다고 하니 감사한 마음이다. 하지만 서울과 경기도에 사니 엄마 곁에 오래 머물 수 없어서 엄마는 병원에 잠시 입원하신다고. 멀리서 기도만 했다.
지난 토요일 장미향 맡으며 우체국에 가서 서부에 우편물을 보냈다. 지난 목요일 떠난 딸이 깜박 잊고 남긴 물건을 보냈다. 친절한 흑인 우체부 도움도 받았어. 미국 우체국 우편 요금이 너무너무 비싸 하나씩 물어봐도 짜증도 안 내고 친절하게 도움을 줘서 고마웠다. 우체국에 늘 손님이 많아 아침 일찍 도착해 일을 처리했다. 집에 돌아와 브런치를 먹고 오랜만에 맨해튼 북카페에 갔다.
커피 한 잔 주문하는데 20분 정도 걸려서 테이블에 돌아와 책을 펴는데 낯선 중년 남자가 함께 테이블을 사용해도 되냐고 물었다. 중년 남자는 얼핏 보기에 인도 사람처럼 보였다. 커피와 초코칩 쿠키를 맛있게 먹고 나서 종이 봉지에 든 약 5알을 꺼내 심오한 표정을 지었다. 2알은 사이즈가 크고 나머지 3알은 아주 작았다. 약을 먹기 전 바라보는 표정이 얼마나 슬프던지 어디가 아파서 약을 먹은 걸까 몹시 궁금했지만 물을 수 없었다. 먹기 싫은 약을 억지로 먹은 눈치. 아주 고통스러운 얼굴이었다. 잠시 후 그는 내게 만나서 반가웠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북 카페를 떠났다. 5번가 북카페에 가면 가끔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데 그날 만난 중년 남자의 표정은 쉽게 잊지 못할 거 같아.
북 카페에서 나와 5번가 매장에서 선물을 찾았다. 딸이 엄마를 위해 미리 주문한 스카프를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어제도 맨해튼 5번가 북카페에 갔다. 그런데 5번가 지하철역에 내렸는데 푸에르토리코 데이 퍼레이드가 열려고 경찰이 도로를 막고 통제해서 무척 힘들게 북 카페에 갔다. 소란한 함성이 들리고 도로는 무척 복잡하고 더우니 북카페에 가는 것 포기할까 하다 참고 갔는데 북카페는 조용하고 좋았다. 일요일마다 보곤 하는 헤드폰 끼고 음악 들으며 책 읽는 백인 할아버지와 신문과 책을 쌓아두고 읽는 백인 할머니도 만났다.
어제 오후 3시부터 맨해튼 어퍼 웨스트사이드에 있는 심포니 스페이스에서 특별 공연 Wall to Wall이 열렸다. 3시 가까워질 무렵 도착해 2층으로 올라가 빈자리에 앉았는데 놀랍게 줄리아드 학교에서 자주 만난 90세 할머니도 봤다. 생각하니 그분이 어제 축제가 열렸던 극장 근처에 산다는 말이 떠올랐다. 예쁜 모자 쓰고 지팡이를 들고 오셔 공연을 보는 할머니 언제나 놀라워. 혹시 쉐릴 할머니를 만날 수 있을지 기대했지만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 공연 중 전화가 걸려와 일찍 홀을 떠났다. 맨해튼에 살고 특별한 일이 없다면 밤늦은 시각 공연이 끝날 때까지 축제를 보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 뉴요커가 사랑하는 음악 축제 어제는 낯선 재즈 음악가 기념 공연이었다. 뉴욕 시립대에 교환학생으로 와서 재즈 공부를 했던 학생도 떠올랐다. 지금 그녀는 한국에 돌아갔을까. 뉴욕에서 한 번 만나자고 연락이 왔는데 그녀를 만나지는 못했다.
6. 10 월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