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토요일 아침이야. 새들의 합창도 들려오고 천만 불짜리 햇살이 비추고 산들바람도 불고.
어제도 행복한 하루를 보냈어. 마치 신선이 된 기분이었지. 장미 향 가득한 정원에서 산책하면서 꿀벌의 비행도 들으며 파란 하늘 보며 산들바람 불고 얼마나 행복해. 잠시 복잡한 세상의 무게 잊는 순간. 사랑하는 브루클린 식물원이 집에서 가까우면 매일 방문할 텐데 편도 약 1시간 반 내지 2시간 가깝게 걸리니 마음처럼 자주 방문하기 어렵지. 수 차례 환승하니 바로 연결되면 시간이 단축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 훨씬 더 오래 걸리고 물론 뉴욕 지하철은 자주 가다 멈춰. 그럼 더 오래 걸리지.
금요일 정오까지 입장하면 무료니 좋고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어. 장미 정원에 정오가 되기 전 도착. 집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플러싱 메인 스트리트에서 7호선에 환승하고 타임 스퀘어 역에서 익스프레스 2.3호선을 타고 브루클린 뮤지엄 지하철역에 내려서 5분 정도 걷는다. 물론 거기에 가는 방법은 꼭 한 가지만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들 모두 행복하길 바라지만 행복을 위해 원하는 게 각각 다르듯. 누군 성공이 행복의 전부라 할 테고, 누군 돈이 행복의 전부라 할 테고, 누군 사랑이 행복의 전부라 할 테니까.
나의 행복은 뭐냐고. 마음에 평화와 사랑 가득하면 행복이지. 물론 건강이 필수야. 두 자녀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고. 세상의 성공에 신경 쓴 적도 없다. 어쩌다 보니 커리어 우먼도 포기하고 집에서 두 자녀 아빠 뒷바라지 수 십 년 하고 두 자녀 양육하니 머리카락에 하얀 눈 흩날리는 중년이 되어가지만 그 길이 신이 내게 준 길이었다고 생각하고 후회한 적이 없지. 두 가지 일은 내게는 정말이지 힘든 일이었지만 보통 직장과 다르게 보수가 없더라. 그게 아내의 역할이자 엄마의 역할 아니겠어. 무에서 시작하지 않고 특별한 과정을 밟지 않았다면, 두 자녀 역시 특별 레슨을 받지 않았다면 보통 가정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지만 우리 집 형편은 많이 달랐다. 나의 최선을 다했으니 행복하지. 더 이상 무얼 바래. 최선을 다해도 어린 두 자녀 뉴욕에 데리고 와서 지옥 같은 고생시키니 늘 미안하지만 새로운 세상이 그냥 열리는 게 아니지.
과거 어린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교수, 의사, 변호사, 판사 등이었는데 요즘은 건물주인이 되고 싶다나. 참 세상 변했어. 한국에서 빌딩 주인이 돈 많이 벌어 편하게 사는 거 보니 그런가 보다. 뉴욕 오니 정말이지 거대한 자본의 힘을 느끼지. 서민들은 위를 쳐다볼 수도 없어. 저절로 눈이 감겨. 뉴욕은 "위를 쳐다봐도 끝이 없고 아래를 쳐다봐도 끝이 없어요."라고 말한 아들 친구 엄마 본지도 꽤 되어가네. 매일 맨해튼에 가서 일하고 밤 11시가 넘어 집에 돌아가니 너무너무 힘들다고 말씀한 분.
사랑하는 브루클린 장미정원이지만 실은 몇 년 전 사랑하는 나의 재킷을 분실한 곳이다. 자주 쇼핑하는 스타일도 아닌데 정말 아끼고 아낀 옷을 하필 장미정원에서 잃어버릴 것은 뭔지. 플러싱에서 사니 정오가 될 무렵 장미 정원에 도착했는데 얼마나 사람들이 많던지. 1년 단 며칠 예쁘게 핀 장미꽃. 1년 내내 피지 않으니 시기를 놓치면 다시 1년을 기다린다. 지난주 금요일 가려다 너무너무 피곤해 포기하고 말았어.
어제 어린아이들부터 노인까지 모두 장밋빛 미소를 지으며 행복한 표정을 짓더라. 카메라맨들도 아주 많고. 난 파란 하늘 보며 꿀벌 비행 들으며 산들바람맞으며 천천히 산책을 했지. 한국에서 살 적에도 용인 장미 정원에 갔어. 정말 예뻤지. 장미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어. 이름도 가지가지. "제우스, 신데렐라, 마담 버터플라이, 요한 슈트라우스, 마르코 폴로, 윌리엄 셰익스피어, 스웨덴의 여왕, 하트의 여왕" 등. 브루클린 식물원에 1000종 이상의 장미가 있다고 하니 놀랍지. 파란색과 보랏빛 꽃도 너무너무 예쁘고 유혹적인 너무나 유혹적인 붉은 양귀비꽃도 보며 토스카니니와 마크 트웨인 등이 살았던 웨이브 힐(Wave Hill)도 떠올랐어. 장미 정원이 내 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오래오래 머물고 싶지만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으로 돌아왔어. 장미 정원에서 예쁜 장미꽃 사진 찍으니 휴대폰 배터리는 약하고 어디서 충전해야 하는데 고민하다 오랜만에 카네기 홀 근처에 있는 아트 스튜던츠 리그에 전시회 보러 갔는데 하필 30분 정도 기다려 달라고 하니 3층 카페로 올라가 기다렸다. 오래전 파리에서 이민 온 할아버지 화가 만나서 함께 이야기 나눈 추억도 떠올랐어. 쇼팽을 무척 사랑하는 할아버지 집에 초대하고 싶다고 하지만 남의 집에 방문하기 쉬워. 물론 거절했지. 45분 정도 기다리다 2층에 내려갔는데 다시 더 기다려 달라고 하니 내 마음은 변해 그냥 나왔어. 파이널 프로젝트 전시회 열리는데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카네기 홀 가는 길 들러보는데.
The MET Orchestra
June 14, 2019 — 8 PM
Stern Auditorium / Perelman Stage
Yannick Nézet-Séguin, Music Director and Conductor
Elīna Garanča, Mezzo-Soprano
어제저녁 8시 카네기 홀에서 메트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렸어. 음악 사랑하는 수잔 할머니와 러시아에서 이민 온 발렌티나 할머니 만나 이야기 들으니 즐거웠어. 할머니 나이가 80세라고 하니 믿어지지 않았어. 전에도 자주 만났지만 어제 처음으로 할머니 나이에 대해 들었어. 20세 큰 따님 출산했고 모스크바에서 간호사로 일했다고. 모스크바에서 자주 오페라, 발레, 클래식 공연 등을 자주 보았다고. 며칠 전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서머 스테이지 공연도 봤다고. 할머니 두 따님은 뉴저지 주에 살고 어제 뉴저지 석양 사진도 보여줬다.
석양은 언제나 아름다워. 아들과 내 앞자리에 앉은 발렌티나 할머니가 알래스카에 간 사진도 보여주고 케이프 코드 프로빈스타운에도 갔다고 하니 웃었어. 여행과 음악과 그림을 무척 사랑하는 할머니. 자주 메트(뮤지엄)에 가서 전시회도 본다고. 어제 할머니에게 장미정원 사진 보여주니 행복한 표정 지었다. 또 오랜만에 만난 빨간색 제복을 입은 카네기 홀 여자 직원에게 장미 정원 사진 보여주니 그녀도 가고 싶다고 하면서 어디냐고 물어서 브루클린 장미정원이라고 했지. 곧 장미가 시들지 모르니 가능한 한 빨리 방문해야지.
딸이 서부로 이사 가니 한동안 무척 바빠서 지난번 카네기 홀 메트 공연도 놓쳤다. 처음 듣는 브루크너 교행 곡도 듣고 메트(오페라) 메조소프라노 가수가 부른 말러 곡도 들으며 행복했지. 비록 우리 자리는 하늘 높은 발코니석에 앉았지만. 수잔 할머니는 말러 곡을 부른 오페라 가수를 잘 알더라. 메트에서 발런티어도 하고 자주 오페라 보러 가니 이름도 다 알고. 일요일 아드님이 카네기 홀에서 공연한다고 내게 초대권 준다고 하셨는데 연락이 올까. 오면 보고 안 오면 포기해야지. 뉴욕은 할 게 너무너무 많으니 괜찮아.
토요일 아침 서부에 사는 딸에게 우편물을 보냈다. 장미향 맡으며 새소리 들으며 우체국에 갔지. 며칠 전 보스턴에서 우리 집에 날아온 우편물을 서부로 보냈어. 친절한 흑인 우체부에게 "당신은 정말 친절하고 좋아요." 하니 장밋빛 미소를 짓더라. 우체국 일 보고 옆에 있는 한인 마트에 가서 호박, 상치, 무, 당근, 버섯, 삼양 비빔면 2개 등을 구입했다. 벌써 더운 여름날이 찾아와 비빔면이 좋기도 하고. 수박도 평상시 가격의 절반이라 유혹적이었는데 너무 무거워 포기했어. 내 뒤 중년 남자는 막걸리 한 통과 한국 스낵만 사더라. 막걸리와 과자 먹으며 인생 돌아보려나.
마트 나오면서 벽에 붙어진 광고도 보았다. 다채로운 공연도 보고, 한인 교회 광고도 보고, 먹자골목에서 열리는 축제 포스터도 보았어. 한인 마트에 가면 한인 사람들 삶이 느껴진다.
토요일도 행복 찾아 떠나야지.
매일 행복 찾아 삼만리.
6월 15일 토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