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여름 휴양지 거버너스 아일랜드 JALP
일요일 아침 깨어나 파란색 비닐에 담긴 뉴욕 타임스를 가져오고, 노란 유자차를 두 번째 마시며 노트북을 켰다. 감기몸살일까. 침대에 누우면 백 년 동안 잠들 거 같아. 하늘은 흐리고 새들은 노래하고. 아래층 그리스 이민자 노부부는 교회에 갈까. 가끔씩 콧노래를 부른다.
오늘은 미국 '아버지의 날'. 6월 세 번째 일요일이 아버지의 날이다. 장 조지 레스토랑 등 여기저기서 식사하라고 연락이 오고. 특별한 행사 식사비는 평소보다 훨씬 더 비싸. 레스토랑 위크 아니면 찾아가기 힘든 뉴욕 레스토랑인데 평소보다 더 비싸면 어찌 찾아가겠어.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이야 먹고 싶지만.
싱글맘으로서 두 자녀 뉴욕에서 키운 일은 얼마나 힘든지 몰라. 세상에서 태어나 내가 했던 일 가운데 가장 힘든 도전! 부자 아버지가 조금만 도와주면 두 자녀 지옥 같은 고생 하지 않을 텐데 안타깝지. 싱글맘이란 혼자서 엄마 아빠 역할을 다하니 힘들지. 둘이서 조금씩 나눠서 일한 것과 혼자서 두 사람 몫을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
장미향 감도는 아름다운 6월 세 번째 주말은 사랑하는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 Jazz Age Lawn Party가 열린다. 어제도 몸이 안 좋아 갈지 말지 망설이다 지하철을 타고 다녀왔다. 컨디션이 좋았다면 일본 모자 디자이너에게 연락해 함께 갔을 텐데 너무 안 좋아 연락을 하지 않았다. 화려한 의상을 입고 멋진 모자를 쓰고 온 사람들 파티라 모자 디자이너도 보고 싶다고. 난 수년 전부터 매년 보는 파티인데 그녀는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미국의 재즈 시대를 생각나게 하는 파티. 재즈 시대 하면 <위대한 개츠비> 소설이 생각나고 그 소설을 집필한 프란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부부도 생각나지. 뉴욕 맨해튼 성 패트릭 성당에서 결혼식을 했다지.
거버너스 아일랜드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아들 덕택이다. 뉴욕시립대 매콜리 아너스 칼리지(Macaulay Honors College)에서 장학금으로 공부했던 아들이 거버너스 아일랜드에 간다고 하니 그곳이 어디니? 했지. 뉴욕에서 태어나 공부하지 않은 이방인들이 어찌 하루아침에 그들 문화를 즐길 수 있겠어. 서서히 낯선 문화에 노출되면서 하나씩 배우는 거지.
우리 가족이 뉴욕에 올 때 아무것도 몰랐어. 뉴욕에 오리라 미처 생각도 못했지. 뉴욕에 친정과 시댁과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곳에서 새로운 둥지를 트는 게 얼마나 힘들던지. 유학 초기 시절 한국어 구사하는 한인 학생 한 명만 만나도 행복할 거 같았지만 인도에서 온 2명 말고 아시아에서 온 학생조차 구경하기도 힘들었지. 인도 학생 억양은 얼마나 강한지 알아듣기 어렵지. 돈 많은 인도 학생은 어느 날 내 앞에서 지갑을 열며 돈 자랑을 하더라. 지금 그는 어디서 무얼 할까. 인도에 돌아갔을까. 아니면 뉴욕에 살고 있을까.
낯선 지리와 낯선 문화에 익숙할 때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어. 누구 도움을 받았다면 더 빨리 적응했을지도 모르지만 내게 뉴욕 문화에 대해 가이드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다인종이 거주하는 뉴욕이라 문화가 발달되어 좋지만 뉴요커 모두 뉴욕 문화를 즐기는 것 또한 아니지. 메트 오페라, 발레, 뉴욕필, 카네기 홀 공연 등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주 보지만 뉴욕에 40년 이상 살아도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도 많지.
하지만 다른 나라에 살아도 비행기 타고 뉴욕에 와서 공연 보고 가기도 한다고. 일본 모자 디자이너 말에 의하면 일본에서 사는 일본인이 오페라를 무척 사랑하니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 도착해서 메트에서 오페라 보고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고 일본에 돌아간다고. 개인마다 삶이 너무 다르고 추구하는 것 또한 다르다. 오페라와 발레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지.
거버너스 아일랜드는 5월 1일- 10월 31일까지 오픈. 여름 휴양지로 정말 좋은데 갈수록 상업적인 분위기가 느껴져 조금 슬프다. 맨해튼에서 페리를 타면 약 10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맨해튼이 아니라 플러싱에 사니 훨씬 더 오래 걸려.
거버너스 아일랜드까지 플러싱 집에서 왕복 4시간 정도 걸리고. 페리 대기실에서 바로 페리를 타면 좋지만 페리 시각이 바로 연결되지 않으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려서 마음 무겁게 하지. 집 앞에서 버스를 놓치고 터벅터벅 걸으며 이웃집 정원 장미꽃 향기도 맡으며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시내버스 타고 플러싱 지하철역에 도착 7호선 타고 74가 브로드웨이 역에서 다시 환승. 오래오래 기다렸지. R 지하철에 환승 Whitehall street역에 내려 페리 대기실로 갔다.
페리를 타면 뉴욕의 상징 브루클린 다리와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고 뉴욕 작가들 아서 밀러와 트루먼 카포티 등이 살았던 브루클린 하이츠 전망도 보여. 하얀 갈매기 날고 아름다운 전망 보며 행복한 사람들 보면 여행객이 된 기분이야. 어제는 파티가 열려서 멋진 의상 입고 온 사람들도 아주 많았지. 페리 타고 섬에 들어가고 나올 때 기분이 정말 좋아서 늘 그리운 거버너스 아일랜드.
드디어 재즈 파티 Jazz Age Lawn Party가 열리는 곳에 도착했는데 음악이 흐르고 춤을 추며 행복한 사람들 보니 얼마나 좋아. 나도 그들처럼 행복해지는 거 같아서 좋은데 날 웃게 만든 할아버지를 봤어. 이마에 혹이 난 할아버지를 거기서 보리라 생각 못했지. 정말 재미있는 할아버지. 카네기 홀과 크리스티 경매장과 링컨 센터 축제에 가면 자주 만나는데 재즈 파티에서 본 것은 어제가 처음이야. 매년 재즈 파티에서 본 커플도 보았다. 정말 행복하게 보이는 커플은 무얼 하는지 궁금도 했지. 월가에서 일할까. 아니면 엄청난 유산을 받은 분일까. 작년에도 봤던 카메라맨도 보았지. 멋진 의상을 입고 오셔 사진을 촬영하는 분은 어쩌면 명성 높은 사진작가일지도 몰라. 수년 전 거버너스 아일랜드에 가서 우연히 재즈 파티를 보고 그 후 매년 찾아가서 보는데 갈수록 파티에 참가하는 인종도 다양해져 가고 어린아이들 데리고 와서 춤추기도 하고. 무더운 여름에 풀밭에서 멋진 의상을 입고 춤추는 문화라 놀랍고 무대 위 밴드는 과거 유명한 노래를 연주하고 모두 모두 흥겨운 파티 파티 파티!
6. 16 일요일
미국 아버지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