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여름날의 추억
세월은 달려가고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가는데 난 무엇을 했을까. 장미향 가득한 6월도 어느새 마지막 주.
새들을 지저귀고 사람들은 출근하는 월요일 아침 시내버스 달리는 소리 들려온다.
어젯밤 아파트 뜰에서 반딧불이 파티가 열렸다. 뉴욕에 와서 자주 보는 반딧불이 반가워. 그런데 어젯밤처럼 성대한 반딧불이 축제를 본 적은 처음이다. 한국에서 어릴 적 반딧불이 본 적도 없고 책에서만 봤는데. 아들과 호수에 산책하러 가는 길 아파트 문을 열자 반딧불이 파티를 하고 있었다.
하지가 지나고 점점 더워져 그런지 늦은 밤 호수에서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고 벤치에 앉아 휴식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름다운 조명이 비추는 호수를 몇 바퀴 돌다 집으로 돌아왔다. 점점 태양이 뜨거워져가고 사람들은 어디론가 떠나는 계절이 찾아왔어. 아들에게 엄마는 바다를 사랑하니 맛있는 과일과 책을 들고 섬에 가서 몇 달 지내고 오면 좋겠다고 했어. 사랑하는 롱아일랜드 Fire Island도 그리운데 저만치 있구나. 롱아일랜드에 살 적 가끔 두 자녀랑 차를 타고 갔는데. 파이어 아일랜드 가는 길이 복잡하고 고속도로 달려야 하니 언제나 마음이 무겁지만 섬에 도착하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 아름다운 석양 보며 모래사장에서 산책하다 늦은 밤 돌아오는 길 초록빛 바다도 보면 가슴에 행복 가득 밀려왔다.
롱아일랜드는 차 없이 살 수 없는 곳. 지금 사는 플러싱은 뉴욕시에 속하고 뉴욕시는 한국처럼 대중교통이 발달해 좋아. 물론 버스와 지하철이 승용차처럼 편하지는 않지.
어제는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타고 사랑하는 거버너스 아일랜드에 갔어. 집에서 왕복 4시간 걸리고. 전날 코니 아일랜드 인어 공주 퍼레이드 보느라 왕복 4시간 버스와 지하철을 타서 아직 피로가 풀리지 않았는데 어제도 거버너스 아이랜드에 가니 몸이 가볍지 않아.
2019. 6. 23 일요일/ Porch Stomp(Folk Festival)
맨해튼에서 페리를 타면 10분도 채 안 걸리는데 아름다운 뉴욕 전망이 비쳐 잠시 여행객이 된 느낌이 드는 페리 안. 하얀 갈매기 나는 풍경도 보고 브루클린 다리도 보고 자유의 여신상도 보는 동안 페리는 달리고 어느새 섬에 도착한다. 어제는 섬에서 열리는 Porch Stomp(Folk Festival)을 보러 갔다. 뉴욕에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이 살까. 정말 많은 공연이 열려서 행복했지. 무료! 얼마나 좋아. 초록 잔디밭과 언덕에 사람들은 편히 앉아서 노래를 들으며 아름다운 여름날을 보내더라.
그리운 보스턴 케이프 코드 프로빈스타운
어느 가수가 입은 셔츠에 보스턴 케이프 코프 프로빈스타운이 적어져 거기서 사냐고 물으니 사랑하는 곳이라 자주자주 방문한다고 말했다. 우리 가족이 프로빈스타운을 방문한 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나가고. 극작가 유진 오닐이 프로빈스타운에서 활동했다는 글을 읽고 처음 접한 프로빈스타운. 지도를 보면서 언제 방문할까 했는데 세월이 흘러가니 우리 가족에게 기회가 찾아왔어. 지금은 태양이 뜨거운 여름철이라 방문객이 너무너무 많아 복잡할 거 같은 프로빈스타운. 그래도 그립기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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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향기 가득한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 가수들 노래 들으며 초록 잔디밭 위를 걸었지. 행복이 이런 거 아니겠어. 초록 바람만 불어도 행복했던 어제.
거버너스 아일랜드 전시회 주말 오픈하니 좋아. 주말 다양한 행사가 열려서 평일보다 주말 방문 추천해.
포크 음악 축제만 보고 전시회도 구경했지. 더운 여름날 아티스트는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더라. 진입금지라 그 작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지만 멀리서 보는 풍경도 좋았지. 또 낯선 작가와 이야기도 했지.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 10월 말까지 작가들 무료로 스튜디오를 사용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하는 화가. 그분이 뉴욕은 너무너무 비싼 도시 아닌가요? 하면서 작가들이 뉴욕에 살고 싶지만 하늘처럼 높은 렌트비로 인해 힘들다고.
어디 작가뿐이니? 문화 예술의 도시라 뉴욕에 살고 싶은 사람들이 정말 많지. 어제도 센트럴파크에서 서머 스테이지 축제가 열렸고 오늘도 열리고 매일매일 축제가 열리는 축제의 도시 뉴욕! 헤밍웨이가 파리가 축제의 도시라고 했던가. 지금 뉴욕은 축제의 도시야.
어제 에너지가 많다면 센트럴파크에 가서 프랑스 록 음악 공연 봤을 텐데 아쉽게 보지 못했어. 매일매일 맨해튼에 가서 축제 보고 기록하니 쉽지 않은 일.
거버너스 아일랜드 페리를 타고 맨해튼에 돌아와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와 집 근처 한인 마트에 장을 보러 갔어. 하얀 냉장고는 왜 그리 빨리 텅텅 비어가는지 몰라. 김치 먹은 지 꽤 오래되어 가고 어제는 김치, 두부, 호박, 양파, 소파, 고등어 두 마리와 세일 중인 수박과 엘에이 갈비를 구입해 한인 택시를 불러 타고 집에 돌아왔다. 조금 사면 시내버스 타고 오려고 했는데 사다 보니 짐이 많아져 어쩔 수 없이 택시를 불렀어. 40년 전에 미국 하와이에 와서 살다 뉴욕으로 건너와 살고 있다는 택시 기사는 뉴욕을 사랑한다고. 어릴 적 부모님 따라 하와이에 이민을 갔다고. 40년 전이면 난 이민이 뭔지도 몰랐는데 놀랍지.
한인 마트에서 무료 정보지 가져와 밤에 읽으니 오래오래 전 아들 바이올린 교수님 Albert Markov 생일잔치에서 만난 한인 바이올리니스트 우예주 소식이 있어 반가웠다. 1988년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태어나 춘천에서 9살까지 살다 뉴욕으로 건너와 맨해튼 음대 예비학교에 입학해 알버트 마르코브 교수님에게 사사했다고. 맨해튼 음대와 줄리어드 음대 대학원을 졸업. 15세 카네기 홀에서 파가니니 무반주 기상곡 전곡을 연주. 어느새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었네. 앤드류 장학재단에서 음악 감독을 하다 윤이상 프로젝트로 풀브라이트 2019-2020 장학금을 받았다고.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미국의 학자, 교육자, 대학원생, 연구원생 등에서 주는 장학지원재단이다.
아들이 바이올린 레슨 받을 무렵 매년 알버트 마르코브 교수님 생신에 초대를 받아 차를 타고 코네티컷 주 교수님 댁을 방문했다. 교수님 댁 뒤뜰에서 생일 파티를 했어. 마르코브 교수님 아드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알렉산더 마르코브와 교수님 제자들이 모여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교수님 생일 케이크 위에는 "Practice"라고 적혀 있었다. 연습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시던 교수님 뵌 지 오래되어가. 교수님 제자 가운데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에서 온 학생들이 있었다. 식사 후 교수님 댁 근처에서 산책도 하면서. 교수님 제자 가운데 현 메트(오페라)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는 바이올리니스트도 있고.
급변하는 세상에서 자녀 교육도 힘들다고 말하는데 특별 레슨 시키는 것 또한 정말 힘들지. 두 자녀가 10년 이상 바이올린 레슨 받으니 뒷바라지 너무 힘들었지만 특별한 분들과 인연이 되어서 그들 삶을 가까이 지켜보니 좋았어. 사랑하는 음악을 라이브로 자주 들으니 좋고. 재정적으로 넉넉하다면 아들도 레슨 받으면 좋을 텐데 삶은 한없이 복잡하지.
어제는 올해 처음으로 수박을 먹었어. 씨 없는 수박 먹으며 어릴 적 여름 방학에 그림일기 숙제할 때 씨 많은 붉은 수박 그렸던 추억도 떠올랐어. 또 아들이 준 쿠폰으로 아이스라테 커피도 사 마셔 좋았지. 무더운 여름날이라 시원한 커피 맛이 좋아.
멋진 날을 만들어 가자. 비록 삶은 한없이 복잡하지만.
6. 24 월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