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음대, 료리히 뮤지엄 실내악 공연, 심포니 스페이스, 파리바게트
가을비가 내린 일요일 브런치를 먹고 오후 2시 반 맨해튼 음대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러 지하철을 타고 타임 스퀘어 역 경유 익스프레스 지하철을 타고 두 정거장 가서 96th st. 에 내려 로컬 1호선에 탑승해야 하는데 8분 정도 기다리다 지하철역을 빠져나왔지. 지하철역 부근에 있는 "심포니 스페이스"에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저녁에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 <섹스 앤 시티>에 출연한 사라 제시카가 출연하는 이벤트 광고가 보여. "심포니 스페이스"는 문학, 공연, 영화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곳이며 로컬이 사랑하는 곳.
해마다 봄에 열리는" Wall to Wall" 공연이 유명하고 나도 몇 차례 보곤 했다. 가끔 지하 카페에서 재즈 공연을 열고 타임스퀘어 부근과 달리 조용해 정말 좋은 곳. 거기에 있으면 마치 오래된 뉴욕 토박이 같은 느낌이 들 정도. 만약 맨해튼에 산다면 자주자주 가서 재즈 공연을 볼 거 같아. 재즈 공연 보면서 와인이나 칵테일 한 잔 마시면 행복이 밀려올 거 같고. 아일랜드 문학의 밤도 참석한 적 있고 뉴욕은 문화 행사가 정말 발달 한 곳. 입구에 이디스 워튼 문학 작품과 고독과 가난하게 지낸 작가 에드가 앨런 포 작품이 담긴 시디가 보이고.
난 그곳을 떠나 어퍼 웨스트사이드를 걷기 시작했다. 습도가 너무 높아 걷기도 땀이 나고 근처에 있는 파리바게트를 지나다 문에 붙여진 1불짜리 커피가 보여. 안으로 들어가 정말 1불짜리 커피가 있냐고 물으니 그런다고 해서 작은 사이즈 커피 한 잔 주문해 테이블에 앉았다. 전에도 지나친 곳이나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는데 안에 있는 작은 홀은 약 6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공간. 도란도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 사람도, 혼자서 뉴욕 타임지를 읽는 사람도 보여. 난 브런치를 먹고 바로 출발해 약간 피곤한 상태고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 마실까 하며 고민했는데 1불 커피를 보고 얼마나 반갑던 지. 커피 맛도 좋아서 더 좋고.
얼마 후 지하철역에서 1호선을 타고 콜럼비아 대학 역에 내려 북쪽으로 몇 블록 걷기 시작했다. 낙엽들이 뒹구는 가을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이 별처럼 보여. 하늘의 별이 도로에서 뒹굴어. 별을 밟고 맨해튼에 갔지. 기억에 올 가을 학기 첫 방문인 거 같고 여름 방학 동안 공연이 열리지 않으니 간 적이 없지. 1년 약 700회 공연이 열리고 작년까지 거의 무료 공연 올해 상당수 공연이 유료로 변경되어 약간 슬프지만 그래도 몇몇 공연을 볼 수 있고 일요일 오후 맨해튼 음대 교수님들 연주였다. 내가 사랑하는 그린필드 홀에서 열린 공연. 아이보리 색으로 사방이 페인트 칠해져 있는 홀. 아름다운 조명이 비추면 미치도록 아름다운 홀.
오래오래 전 아들이 맨해튼 음대 예비학교 입학해서 그곳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당시 우리 가족은 롱아일랜드에 거주하니 아들이 주말 맨해튼 음대 예비학교 다닌 게 정말 힘든 일에 속했고 주말마다 기차로 펜스테이션에 내려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갔는데 어느 날 필하모닉 공연을 보러 가서 고등학교 학생들 오케스트라 공연 수준에 얼마나 놀랐던지. 아, 뉴욕이 정말 다르구나, 를 뉴욕에 와서 처음 느끼게 된 것이 바로 아들이 소속했던 맨해튼 음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었다. 나 역시 학교에서 공부 중이라 롱아일랜드에서 맨해튼에 오는 게 정말 힘든 시절 그래도 학기 중 두 번 정도 오케스트라 공연을 봤다. 오리엔테이션을 받을 당시 우린 뉴욕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고 아들 바이올린 선생님은 당시 줄리어드 대학원에서 공부 중. 그러나 우리에게 줄리어드 학교 무료 공연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 지금 줄리어드 학교는 유료로 많이 변했으나 당시 대부분 무료 공연이 많았음에도 우린 알지도 못했고 설혹 알았더라도 당시 롱아일랜드에 거주하고 공부 중이라 매일 맨해튼에 와서 공연을 볼 수 없는 형편. 다시 말해 맨해튼 음대에서 1년 700회 정도 공연이 열리는 것을 알고 나중 연구소 그만둔 후 맨해튼 여기저기를 답사하면서 점점 더 새로운 세상에 노출하게 되고 얼마마 많은 문화 행사가 열리는지 얼마나 많은 로컬이 문화 행사에 참석하는지 알아 가는 중.
오랜만에 방문하니 지난 일도 기억이 나고 오늘 연주 역시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었다. 아이보리빛 무대에 검은색 스타인웨이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고 그래미상을 4번이나 받은 테너 가수가 무대에서 노래를 불러. 전부 낯선 작곡가의 곡이었다. 마지막 무대는 맨해튼 음대 교수님으로 구성된 The American String Quartet 연주. 맨해튼 음대 교수님 실력도 정말 훌륭하고 테너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아름다운 현악 4중주에 내 몸은 백만 송이 장미꽃잎 속에 들어가는 듯. 감미로운 장미 향기로 영혼이 채워져 가는 순간 천국에서 산책한 셈이다. 2층 그린필드 홀은 만원이고 교수님과 학생이 거의 대부분 몇몇은 음악을 사랑하는 로컬이 참석 나도 거기에 포함된다. 황홀한 일요일 오후 시간을 보내고.
그 후 맨해튼 음대를 나와 거리를 걸었지. 콜럼비아 대학도 지나고 근처 마트에서 커피를 마시려 들렸는데 한국 음식이 보여 놀라고 컵라면, 새우깡, 참치 캔 등이 보여. 콜럼비아 대학과 맨해튼 음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나 보다 생각을 했다. 북 컬처 서점도 지나 일요일 오후 5시경 열리는 공연을 보러 료리히 뮤지엄에 갔다. 107th st. 에 위치. 역시 여름 방학 동안 공연이 없고 이번 가을 처음으로 방문한 뮤지엄. 러시아 화가 료리히 작품이 벽에 걸려 있고 로컬이 사랑하는 뮤지엄이고 문학 행사와 공연이 열리는 곳. 오후 4시 반 경 도착했는데 이미 홀은 만원이라 너무 놀랐고 모두 평범한 옷차림. 맨해튼에 명품 매장이 그리 많은데 관광객이 먹여 살리나 생각이 들 정도로 로컬들의 행색은 초라하고 평범해. 그럼에도 음악 사랑은 특별하고. 에어컨이 가동된 곳이나 습도가 너무 높고 방문자가 너무 많아 홀은 열기로 가득. 상당수 백인이 많고 인도인과 흑인도 몇몇 보여서 약간 의아한 날. 공연과 문학행사는 아직 백인이 더 많이 보여. 그곳에서 처음 보는 음악가들의 실내악 Noma NYC Ensemble 공연을 감상했다. 한국에서는 무료 공연을 볼 기회가 거의 드물고 뉴욕은 정말 너무 많아 좋은 면이 있고 음악을 사랑하는 분에게 뉴욕은 정말 좋은 도시임에 틀림없다. 비록 카네기 홀과 링컨 센터에 가서 안 보더라도 무료로 공연을 볼 수 있는 줄리어드 학교, 맨해튼 음대, 뉴욕대, 매네스 음대 등과 뉴욕 교회에서도 정말 좋은 공연이 많이 열리니.
미국의 20세기 대표적인 화가 가운데 한 명에 속하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의 주제는 "고독과 우수"였다. 그의 나이 37세 거트루드 반더빌트 휘트니가 설립한 휘트니 스튜디오에서 첫 전시회를 열었는데 한 작품도 팔리지 않았다고 해. 얼마나 쓸쓸했을지 잠시 호퍼의 고독을 상상해 본다. 몇 년 후 Frank K. Rehn Gallery에서 두 번째 전시회를 열었고 전부 다 팔렸다고. 얼마나 행복했을지. 1930년 모마가 호퍼의 작품을 구입했고 지금은 휘트니 미술관에서 호퍼의 작품이 많이 보관하고 있다. 호퍼의 그림처럼 자본주의 꽃이 피는 뉴욕은 정말 고독을 느낀 자가 많아. 갈수록 빈부차는 극심하고 렌트비와 생활비 비싸고 인간이지만 인간 존재감을 상실한 뉴욕 홈리스는 거리거리에 보이고 지하철을 타면 구걸하는 홈리스를 만난 것은 일상이고. 참 쓸쓸한 게 인생이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순례를 한다. 새로운 세상을 찾아서 낯선 곳을 노크 해. 열려라 참깨, 아름다운 세상아 열리렴, 어서어서 열려라. 아름다운 세상이여 이리로 오렴, 하고.
일요일 오후 다들 무얼 하고 보냈을까. 대학 시절 친구들도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