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와 키다리 선풍기

뉴욕 빈부차 점점 더 극심한 분위기야.

by 김지수

네가 꿈꿀 수 있다면 넌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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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054.jpg?type=w966 맨해튼 그라피티도 멋져.

초록 숲 속에서 매미의 울음소리를 들어 행복한 여름날 아침. 얼마나 반가운지 몰라. 올해 처음으로 들었거든. 한여름 더위가 찾아온 신호 아닌가. 아들과 호수에 가는 길 아파트 돌담 아래 핀 노란 민들레꽃과 주황빛 나리꽃과 장미꽃 보며 호수에 도착했는데 성질 사나운 흑조 두 마리도 보았어. 하얀 백조는 어디로 사라지고 흑조만 온 거야. 흑조 성질이 무척 사나워 반갑지 않지만 사실 우리에게 우아함의 상징으로 알려진 백조의 성질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황금 연못에서 자주 만나는 하얀 백조 가족 보고 알았지. 하지만 흑조 성질이 백조보다 100배 이상 사납게 느껴져. 아들과 내가 딱 한 번 만난 너구리는 그 후로 만날 수 없어서 그립기도 하고 얼마 전 탄생한 아기 오리 가족도 보고 행복했어.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는 아기오리 여섯 마리. 중국인들은 음악에 맞춰 숲 속에서 운동을 하고 우리도 호수를 몇 바퀴 돌다 집에 돌아오며 사과나무, 감나무, 앵두나무, 복숭아나무 등도 보았지만 온몸에 땀이 비 오듯 줄줄줄 흘러. 무더운 여름날이구나.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날. 습도가 높지 않으면 좋겠지만 금요일 아침 80%에 가까우니 모기도 많고. 모기는 말도 없이 내 다리에 집을 짓고 말았어. 아 따가워하는 순간 다리를 보니 모기에 한방 물린 자국이 보였어. 모기는 내 다리에 집을 짓는데 왜 난 집도 없을까. 무에서 시작해 남들이 부러워 한 궁궐에 살다 먼 나라에 매미가 울던 여름날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와 새로운 삶을 시작. 그것도 40대 중반에 세상의 한 복판 뉴욕에서 시작.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어느 날 작별하고 말지. 삶은 아무도 몰라. 무에서 시작해 세상이 부러워한 곳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힘들던지. 그런데 그곳을 떠나게 될 거라 상상이나 했겠어. 대학 시절 만나 오랫동안 교제하고 결혼하니 세상 사람들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지만 겉과 안은 정반대. 그래서 친정아버지는 우리 보고 '빛 좋은 개살구'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시네. 아, 슬퍼. 삶은 얼마나 슬픈가. 아버지 아버지 부르고 싶은데 저 멀리 하늘나라에 계신다.

어제 미국 독립 기념일! 불꽃놀이 사진 기대한 사람도 있을지 모르나 어제는 포기했어. 집에서 가만히 앉아 클릭하며 사진 보는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뉴욕 축제 사진 한 장에 얼마나 많은 땀이 담겨있는지 몰라. 불꽃놀이 보러 온 인파에 죽을 뻔하고 화장실도 갈 수 없고 작년 처음으로 유엔 빌딩 근처에서 봤지만 올해 보러 갈 에너지가 없었어. 무궁무진한 에너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컨디션 조절해야지. 어제도 더웠지.

작년 처음으로 불꽃놀이 사진 찍으며 내 사진이 기대 이하라 이상하네 하면서 곰곰이 생각하니 맨해튼 스카이라인이 안 보여. 그렇구나. 뭐든 경험이 소중해! 맨해튼 스카이 라인 배경이 비친 불꽃놀이 사진은 롱아일랜드 시티에서 봐야 했지. 그런데 작년 처음으로 축제 보러 가니 잘 몰랐어. 다음에 만약 기회가 되면 롱아일랜드 시티에서 불꽃놀이 축제를 봐야지.

독립 기념일 어제 멋진 선물을 받았어. 뭐냐고? 키다리 선풍기야. 지난번 아마존에서 주문한 선풍기 사이즈가 너무 작아 '엄지 손가락 선풍기'라고 별명 지었는데 딸이 걱정이 되어 선풍기를 주문해 보내주었네. 다음부턴 침묵을 지켜야겠어. 혼자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딸에게 도움을 줄 수도 없는데 말이야. 어젯밤 아들이 집에 도착한 종이 박스를 열어 조립하니 키다리 선풍기가 되었어. 올여름 우리 가족과 친하게 지내겠구나.

어제도 불꽃놀이 축제는 안 보았지만 북 카페에 갔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초록색 커튼이 드리워진 북카페. 어디냐고.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카페 3층. 정말 멋져. 링컨과 간디 등의 동상이 세워진 유니온 스퀘어 초록 숲이 북카페 창으로 비쳐서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 북카페 벽면에는 작가들 초상화가 그려져 있고. 북카페에 온 손님들도 언제나 멋진 풍경이 되고. 구부정 할아버지가 어깨에 작은 가방 메고 북 카페에 오는 게 어린 초등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하는 모습 같아 웃었어. 노안일 텐데 북 카페에서 열심히 책을 읽는 뉴요커 노인들 언제 봐도 놀라워. 자주 만나는 몇몇 사람들도 보고 하얀 강아지 데리고 와서 주위 사람들 즐겁게 하는 사람도 보고. 며칠 전 5번가 북카페에서 처음으로 정전이 되고 나서 북카페가 시원하지 않아서 어제는 초록 커튼이 드리워진 유니언 스퀘어에 갔지만 집중력이 떨어지면 바로 가방 들고 나오지.

서점을 나오면 태양이 작열하는데 서점을 나오고 말았어. 거리를 걷다 거리에서 노란 바나나 사 먹고 스트랜드 서점 가는 길. 드디어 도착. 남들의 사랑을 받은 헌책들을 구경하다 멋진 글귀를 발견.

생일 축하해! 넌 나의 별이야.

우와, 잊을 수 없구나. 얼마나 멋지면 별이라는 표현을 했을까. 밤하늘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별처럼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구나.

다시 뜨거운 땡볕 아래 걷기 시작 오랜만에 이스트 빌리지에 갔는데 슬프게 맥도널드가 문을 닫고 말았어. 뉴욕 맨해튼에 카페가 정말 많지만 가격이 결코 저렴하지 않아. 멋진 프라다와 샤넬 정장 입고 5번가 플라자 호텔에서 지낼 정도라면 커피값이 비싸지 않겠지만 어린 두 자녀 데리고 와서 뉴욕에서 교육시키는 내 입장에서는 1불도 아무렇지 않게 쓸 수 없지. 꼭 필요한 곳은 쓰고 아닌 곳은 아끼고. 암튼 1불+ 세금 커피가 아주 매력적인데 어제는 마실 수 없었다.

뉴욕 반스 앤 노블 북 카페는 톨 사이즈 커피가 2.67불. 물론 스타벅스 카페에 커피 종류가 아주 많아. 하지만 비싸. 3불 커피 값도 결코 저렴하지 않지만 몇 시간 동안 책과 잡지 읽으면 맨해튼 물가에 비싸다고 말하기 어렵지. 그래서 나의 놀이터 아닌가!

다시 걷기 시작. 독립 기념일 휴일이라 평소보다 더 조용하고 일부 가게는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더라. 맨해튼 거리 걷다 멋진 그라피티도 보고 지나가는 사람이 사진 찍어 달라고 부탁하니 사진도 찍어주고 그리니치 빌리지 뉴욕대 서점 옆 맥도널드 간판이 보여 반가웠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가게 안이 시원하지 않고 전과 달리 청결한 느낌이 없어서 그냥 나와버렸다.

뉴욕대 서점 옆 맥도널드

아주 오래전 뉴욕대 서점 안에 Think Coffee 카페가 있어 좋았지. 거기 커피는 내 취향은 아니지만 뉴욕대 서점에 진열된 책 마음껏 읽을 수 있고 시원한 곳이라 좋고. 그런데 오래전 문을 닫고 말았어. 또 뉴욕대 서점 옆에 셰익스피어 서점도 있었는데 역시 문을 닫고 말았어. 렌트비는 하늘로 올라가니 맨해튼 비즈니스가 어렵다고 하고.

뉴욕대 서점 옆 맥도널드가 깨끗해서 가끔 이용하곤 했는데 어제 같은 분위기라면 다시 가고 싶지 않아. 다시 걸었지. 보헤미안의 성지 워싱턴 스퀘어 파크를 지나 그리니치 빌리지를 서성거리고 다시 맥도널드에 들어갔는데 역시 시원하지 않고 청결하지 않아. 어제 이스트 빌리지 맥도널드 문 닫고 다른 두 곳 분위기가 썰렁하니 뉴욕이 갈수록 빈부차가 심하고 귀족과 거지로 나뉜 세상이 되어가나. 참 슬픈 날이었어. 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았다면 잘 몰랐을 텐데 맨해튼이 갈수록 전과 달라져가 슬퍼.

난 어디로 가지.

우주로 갈까.

올해 처음으로 듣는 매미 울음소리는 참 정겹고 좋구나.

멋진 여름날 보내자.

7. 5 금요일 아침 10시 반.

호수에서 산책하고 글쓰기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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