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서부 Alviso Marina County Park 풍경
7월의 첫 번째 토요일 아침. 어제도 그제도 폭죽 터지는 소리에 잠 못 들었지. 미국 독립 기념일이 의미 깊은 날이겠지. 그제 독립 기념일 날 축제 보러 가는 것을 포기했지. 밤 9시가 지나 폭죽놀이가 시작되는데 최소 3시간 전에 도착해야 하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 움직일 수 없고 화장실은 멀리 있고 폭죽놀이는 약 30분 정도 진행. 그럼 9시 반에 끝나고 지하철역에 걸어가는데도 약 15분 이상 걷고 다시 지하철 타고 플러싱에 도착 그 후 시내버스 타야 하는 입장. 밤 10시가 지나면 시내버스는 한 시간에 두 번 운행. 운 좋으면 11시-11시 반 사이 집에 도착. 맨해튼에 산다면 나랑 입장이 다르지. 플러싱 나의 집에서 3차례 환승하고 맨해튼 가는데 왕복 3시간 정도 정도 걸리고. 사진 한 장에 얼마나 많은 노고가 담긴 지 몰라. 사진을 보는 입장과 사진을 찍는 입장이 이렇게 달라. 미국 최대 불꽃놀이 축제라 말할 것도 없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걷기도 서 있기도 힘들고. 미국 성조기 장식으로 된 모자를 쓰고 양말을 신고 셔츠를 입고 오는 사람들도 많다. 그야말로 성조기로 가득 메워지는 독립기념일 축제가 벌써 이틀 전 일이다.
그런데 내가 사는 플러싱에서도 이틀 동안 자정이 넘도록 폭죽놀이가 진행되니 귀가 터질 거 같았어. 소음을 아주 싫어하는 아래층 노인 부부는 어찌 견디었을까. 요즘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지만 아래층 창가에 작은 에어컨을 두 대나 달고 예쁜 조명도 켜서 놀랐다. 노부부는 신혼으로 돌아간 분위기야. 뭔가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야. 노부부의 비밀이 뭔지 알고 싶어.
오늘은 31도까지 오른다고 아침 습도가 91%. 날씨가 견디기 힘드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
어제는 서부에 사는 딸 덕분에 멋진 풍경도 구경했어. 주말 우버를 타고 Alviso Marina County Park에 석양을 보러 가서 예쁜 사진 찍어서 보내주었다. 예쁜 펠리컨 새도 보아서 기분이 좋았다고.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본 풍경이었다. 서부 정말 멋지구나. 동부에서 느낄 수 없는 전혀 다른 위대한 자연 풍경을 보았다. 서부는 대중교통 이용이 너무 불편하고 차가 없으니 우버를 타고 갔다고.
어제도 시내버스와 지하철 타고 맨해튼에 갔는데 플러싱 메인 스트리트 지하철 역 가는데 도로가 정체되어 평소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려 도착했는데 버스 기사가 "멍청한 놈"이라고 말하니 놀랐어. 좁은 도로에 차들은 왜 그리 많은지 몰라. 날씨가 더 좋다면 사람들이 짜증을 내지도 않을 텐데 날씨가 갈수록 이상해. 피렌체는 40도가 넘는 폭염이라고 하니 그럼에도 여행객들은 많다고. 여행객들은 무얼 먹고살지.
플러싱에서 7호선 지하철 타고 가는데 한인 두 명이 나누는 말이 들렸다.
-자기는 하지 않으면서 왜 시켜?
세상에 이상한 사람들이 정말 많아.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자신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 이런 류 사람 만나면 피곤해져.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조심하고 존중해야 하는데 아무렇지 않게 다른 사람에게 이래라저래라 명령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태양의 왕 루이 14세에게 특별 트레이닝을 받은 건가.
드디어 7호선이 맨해튼 5번가에 도착. 브라이언트 파크 옆 지하철역 출구에서 나와 미소와 희망을 잃지 않겠다고 하는 여자 홈리스 보고 5번가를 향해 걸었지. 자라 매장은 세일 중. 땡볕이 내리쬐는 맨해튼에서 걸었어. 그런데 북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얼마나 시원한지 몰라. 에어컨 되는 곳과 아닌 곳은 천국과 지옥만큼 큰 차이가 나지. 음악이 흐르니 더 좋은 북카페. 어제는 공룡 바리스타 만나 커피를 먼저 받고 계산을 했지. 누군가 아는 사람 있다는 게 정말 좋지. 내 얼굴을 기억하는 바리스타는 묻지도 않고 톨 커피를 주면서 계산하라고.
시원한 북카페는 손님도 많아. 엄마와 어린 아들이 와서 동화책을 읽고, 옆 자리 할아버지는 두툼 한 책 여러 권을 읽고, 한국어 구사하는 가족 5명도 신나게 대화를 나누고, 중년 부부는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 잠시 후 흑인 여자 청소부가 날 보며 웃으며 의자 한 개 가져다주었어. 그녀랑 난 화장실에서 만난 적이 있어. 그녀가 피곤한지 슬픈 표정 짓길래 "감사합니다" 한 마디 했는데 그녀 얼굴에 장밋빛 미소가 번져 기분이 좋았어. 몇 마디 묻는데 그녀가 영어를 구사하지 못한 듯. 더 이상 우린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서점 문을 열고 나오니 거리에서 그림 파는 "배고픈 예술가"도 만났지. 럭셔리 매장 많은 5번가에 여행객들 많고 홈리스들 많고 가끔 가짜 명품 가방 파는 상인들도 만나지만 배고픈 예술가를 만난 것은 어제가 처음이야. "너의 미래는 가짜 뉴스"라고 적은 종이도 보면서 웃었어.
어제저녁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컨템퍼러리 댄스 축제가 열려서 거리로 가는 중 점성술사 광고도 보았어. 당신의 운세를 읽으면 당신의 운명이 바뀐다고 하니 웃고 말았지. 오랜만에 공원에 도착해 댄스 축제 보려고 기다리는데 1년 만에 접시꽃 보니 반가웠어. 접시꽃 하면 문화부 장관도 역임한 도종환 시인도 생각나고. 브루클린 하이 스쿨 학생들 댄스 잠시 보고 다시 걸었지.
뉴욕의 금요일 밤은 뜨거워. 금요일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뮤지엄도 있고 첫 번째 금요일 밤이라 프릭 컬렉션과 누 갤러리도 무료로 오픈하고 메트 뮤지엄과 휘트니 미술관도 밤늦게까지 오픈하고 방문객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비엔날레 특별전 보러 휘트니 미술관에 가봐야 하는데 자꾸만 미루고 있어. 모두 날씨 탓이라고 변명도 하면서.
어제는 모건 라이브러리 앤 뮤지엄에 가서 전시회를 봤어. 저녁 7-9시 사이 무료입장인데 7시 15분 전 도착했는데 줄이 얼마나 길던지 놀랐어. 뉴욕에 가난한 사람들 많아. 입장료 22불이나 하니 서민들에게는 너무 비싸. 실은 전시회보다 냉방 잘 되니 시원하고 좋고 음악도 감상하니 더 좋고. 낯선 재즈 음악 들으며 전시회를 보았지. 갤러리 입구에서는 몇 명이 전시회 구경하는지 세는 직원도 있어. 뉴욕에 별난 직업도 많다. 거버너스 아일랜드 페리도 탑승자가 몇 명인지 세는 중년 남자가 있지.
7. 6 아침 8시 5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