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센터 스윙 축제, 타임 스퀘어 무료 공연, 북 카페
매미가 우는 여름날 창가로 비추는 초록 나무가 행복을 주는 아침. 새들의 합창을 들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눈부신 햇살이 창가로 비춘다.
어제도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미드타운 5번가에 내려 "모든 거 다 잃었어요. 하지만 미소와 희망을 잃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홈리스를 보고 길을 건넜다. 뉴욕 공립 도서관과 자라 매장 사이 도로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광고로 도배된 대형 버스가 하얀색 보행자 신호등 때문에 멈춰있었다.
뉴욕에 오기 전 두 자녀와 함께 극장에 가서 오페라 유령 영화를 봤고 뉴욕에 와서 오페라 유령 뮤지컬을 봤다. 타임 스퀘어 브로드웨이를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뮤지컬 상영하는 극장을 찾던 기억도 난다. 낯선 타임 스퀘어 두리번거리며 여기가 매년 새해 이브 행사하는 곳이야 하면서 극장을 찾았다. 지금이라면 쉽게 뮤지컬 극장 찾을 수 있지만 처음에 극장 찾기는 아주 쉽지는 않았다. 어렵게 찾은 극장에서 오페라 유령 뮤지컬 보면서 신이 났던 기억도 난다. 하지만 저렴한 티켓 구입하니 극장 뒤편에 앉아서 공연 보는데 여행객들이 시끄럽게 하니 짜증도 났다. 뮤지컬 곡이 아름다워 아들도 무척 사랑한 뮤지컬이다. 여름에 뮤지컬 보는 즐거움도 꽤 큰데 뮤지컬 티켓이 저렴하지 않아 한동안 뮤지컬을 보지 못했다. 가장 저렴한 러시 티켓도 40불 정도. 세월이 흐르다 보니 뉴욕에서 열리는 무료 공연과 축제를 차차 알아가게 되고 가능한 저렴한 티켓을 구입해서 공연을 본다.
자라 매장을 지나 몇 블록 걸으면 사랑하는 나의 아지트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도착한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니 매수 수요일 발행되는 '타임아웃' 매거진이 놓여 한 권 뽑아 들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계단을 올라가 북 카페에 도착 빈자리를 찾느라 두리번거렸지만 어제는 행운이 따르지 않았다.
커피 향기 진하게 풍기고 아름다운 노래 들려오고 사람들 향기와 책의 향기에 파묻힐 수 있는 북 카페는 언제나 인기가 많아. 무더운 여름날 냉방 잘 되는 북 카페가 어찌 인기가 없으리. 여행객들은 잠시 식사하면서 쉬어갈 수 있고 뉴요커들은 오랜 시간 앉아서 책과 잡지를 읽거나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공간.
행운은 항상 따르지 않는다. 항상 행운이 따르면 행운이란 단어도 없지 않을까. 물론 운이 좋거나 복 많은 소수 예외도 있을지 모른다. 무거운 십자가 지고 묘지를 향해 긴 항해를 하는 인생. 참 어렵고 슬프고 견디기 힘들 때가 많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슬픔이 있다. 하늘이 준 운명을 피하기 어렵다. 보통 사람들은 눈만 뜨면 기도를 한다. "주여, 우리에게 길을 비춰주소서. 우리에게 평화와 건강을 주소서."라고 기도를 드리고 하루를 시작한다. 하지만 가끔 복 많은 사람들도 본다. 순탄하고 평화로운 그들의 삶을 보면 내 인생은 폭풍이었다. 다 하늘이 준 운명 아닌가. 운명을 누가 피하겠어. 받아들이고 감사함으로 살아야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음악이 흐르고 냉방된 북 카페에서 잠시 서성거리다 어렵게 빈자리 구해 핫 커피 주문해 책의 향기에 심취하려고 얼마 전 구입한 책을 폈지만 읽기가 쉽지 않았다. 며칠 전 구입한 중고책을 얼른 읽으려고 했지만 내용은 너무나 딱딱하기만 했다. 내용 좋고,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된 책이 좋다. 나의 취향에 맞는 책 고른 것도 큰 행복이다. 서점에 가면 너무나 많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기에. 그 많은 책들을 전부 읽을 수는 없지 않은가.
어제는 북카페에서 얌체족도 만났다. 빈 테이블 구하기 어려운데 젊은 남녀 커플이 여러 권의 책을 테이블 위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데 하나의 테이블이면 충분할 텐데 두 개의 테이블을 붙여두고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하니 북 카페 직원이 와서 그들에게 테이블 하나를 양보하라고 말을 했다. 결국 하나의 테이블은 다른 손님에게 양보했다. 노부부가 테이블에 앉아 아이스커피와 빵을 먹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셨다. 주름살 가득한 노인들도 북 카페를 사랑하는 뉴욕 문화. 낯선 사람 애플 노트북에 신데렐라 스티커 붙여져 웃었다. 신데렐라를 무척 사랑하는 분인가. 오래전 5번가 삭스 앤 핍스 백화점 쇼윈도가 신데렐라로 장식해 구경을 하러 갔지.
서점을 나와 미드타운에서 피자 한 조각 사 먹고 중고 책방에 갔다. 헌책뿐만 아니라 카메라, 악기, 디브이, 장난감 등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는 Bookoff. 유니언 스퀘어에 가면 스트랜드에 자주 방문하고 5번가 북 카페에 가면 자주 북오프에 가서 헌책을 살펴본다. 작년과 다르게 헌책 값이 인상되었다. 작년까지 1불짜리 책도 꽤 많았다. 그런데 올해 찾기 드물다. 맨해튼처럼 비싼 땅인데 1불 책 팔고 서점이 어찌 운영되는지 염려도 했다. 지난번 6불을 주고 구입한 오페라 책이 너무 어려워 새로운 책으로 교환해 달라고 말했다. 뉴욕에 살면서 구입한 책을 교환한 것은 어제가 처음이었다. 2층에 올라가 헌책 한 권 골라 아래층 직원에게 영수증과 헌책 주면서 교환해 달라고 하니 왜 교환하냐고 물었다. 영수증에는 한 달 이내면 반환도 되고 교환도 된다고 적혀 있는데. 한마디로 책이 읽기 어려워서라고 말했다. 일본인 직원은 다른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직원의 얼굴 표정은 좋지는 않았지만 내가 고른 책으로 교환 가능했다.
여행객 많은 타임 스퀘어를 지나면서 공연도 보고 지하철을 타고 카네기 홀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근처 마트에서 휴식하다 저녁 7시 공연을 보러 센트럴파크를 향해 걷다 우연히 카네기 홀 직원을 만났다. 평소 카네기 홀 직원은 붉은색 재킷과 검은색 바지를 입어서 어제 날 보고 미소 짓는 남자가 누군지 바로 알아볼 수 없었다. 나보다 훨씬 더 젊은데 친정아버지 같은 온화한 미소를 짓는 흑인 남자. 카네기 홀에서 자주 만나고 그는 날 보면 온화한 미소를 짓는다. 지난번 무료 공연 보러 카네기 홀에 갔을 때도 내게 너무나 정중히 인사를 하니 놀라 고개 들어 보니 바로 그 직원이었다. 어제는 파란색 셔츠를 입어서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리 아름다운 미소는 어디서 나올까 궁금해졌다. 오래전 그 직원에게 아들도 소개를 했다. 맨해튼 미드타운 거리에서 내게 행복한 미소를 던진 직원 덕분에 행복이 밀려왔어. 실은 어제도 무더워라 걷기가 몹시 힘들었다.
맨해튼 부촌 어퍼 이스트 사이드 Temple Emanu-El에서 열리는 나움버그 오케스트라 공연 보러 가는 길. 초록 숲 궁전 센트럴파크 옆에 있다. 카네기 홀 직원의 장밋빛 미소를 받고 플라자 호텔을 지나 뉴욕의 귀족 클럽 메트로폴리탄 클럽 빌딩을 지나 공연이 열리는 템플에 도착했다. 공연 보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만리장성처럼 길었다. 나이 든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나도 줄을 서서 기다려 입장을 했다. 처음으로 들어간 빌딩.
너무나 웅장하고 멋져 놀라서 서부에 사는 딸이 보내준 스탠퍼드대 교회 빌딩도 생각났다. 아름다운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 연주(무료/미리 예약 요구) 감상하면서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리 들으며 서부에 계신 바이올리니스트가 생각났다. 수년 전 블로그에 안부 남기셔 인연이 된 분인데 서부에 살고 계시는데 내 블로그 보고 뉴욕 문화를 알게 되어 감사하다는 안부글을 남기셨다. 지난달 딸이 서부로 이사해 차가 없으니 고생한다는 내용을 읽으시고 그분 전화번호를 남기며 딸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한 번도 뵙지 않은 분인데 따뜻한 안부 글을 남기셔 마음이 따뜻해졌다.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다. 70년대 미국에 유학 오신 분이라고. 그분 연세가 꽤 되었을 거 같아.
아름다운 공연을 감상하고 휴식 시간에 템플을 나와 반대쪽 링컨 센터에 축제 보러 갔다. 스윙 축제도 곧 막이 내려 아쉽기만 하다. 나야 춤을 추는 것도 아닌데 축제를 보면 기분이 좋아져 가끔 구경하러 간다. 어제는 올해 처음으로 여름에 피는 배롱나무 백일홍 꽃을 보아 반가웠다. 스윙 축제가 막이 내리면 링컨 센터 '아웃 오브 도어스' 축제가 시작되고 그즈음 피는 백일홍 꽃인데 작년보다 올해가 더 더웠을까. 잠시 축제의 향기에 젖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뉴욕의 여름은 축제의 바다. 어제저녁 6시 센트럴파크 럼지 플레이 필드에서도 서머 스테이지 축제가 열렸다. 뉴욕에서 열리는 축제 전부 볼 수도 없다. 보고 싶은 축제만 본다.
오후에 여름 비가 온다나.
소나기일까.
습도가 50%대로 내려가 어제 보다 더 살만하다.
매미는 울고 새들은 지저귀는 목요일 아침
7.11 목요일 아침 9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