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활활 타오른 여름날
어느덧 7월 중순 태양은 활활 불타오르고 매미 울음소리 들려오는 여름날 집은 사하라 사막 같아서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 북 카페로 피서를 갔다. 창가로 멋진 초록 숲과 빌딩이 비추는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갔는데 더위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맨해튼 북카페처럼 좋은 곳이 얼마나 있겠어. 냉방되니 시원해 좋고 책과 잡지를 마음껏 읽을 수 있는 북 카페에 손님들이 아주 많아 복잡하고 소란했다. 하얀 형광등 켜진 실내에 음악이 흐르고 사람들 대화하는 소리 들려오고 누군가는 전화를 하고 누군가는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고 뉴욕타임스와 잡지를 쌓아두고 읽는 뉴요커들도 많고 그곳에 가면 늘 만나는 백발 할머니도 지팡이를 들고 오셔 책을 읽으셨다.
어렵게 빈자리를 구해 가방을 두고 핫 커피를 주문해 돌아오니 옆에 앉은 홈리스가 짐을 봐 달라고 부탁을 했다. 마른 체형의 중년 홈리스는 블랙 비닐봉지에 든 짐을 들고 왔다 갔다 하니 날 정신없게 만들었다. 한참 후 악취가 풍긴 홈리스가 테이블에 앉으니 난 이사를 하고 말았다. 코너 자리로 옮겨 책을 읽다 옆자리에 앉은 여행객과 이야기를 했다. 플로리다주에서 왔다고 말하는 중년 남자는 타임 스퀘어와 차이나타운과 센트럴파크 등 보고 싶은 거 다 봐야 하는데 태양이 활활 불타오르니 도저히 걷기 힘들어 북 카페에 왔다고. 혹시 센트럴파크에서 열리는 서머 스테이지 축제 아냐고 물으니 잘 모른다고 해서 뉴요커가 사랑하는 축제 가운데 하나이니 시간이 되면 찾아가 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주 어디에서 왔냐고 물으니 Sanford라고 말하면서 오래전 뉴욕 버펄로에 살았다고 하니 그분에게 Sanford와 마이애미 시티가 얼마나 걸린가 물으니 차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플로리다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추억이 있다. 아주 오래전 대학원에서 공부할 무렵 어렵기만 하던 노인학 숙제를 제출하고 비행기를 타고 플로리다 올란도에 여행을 갔다. 노인학 수업 숙제는 죽음 같았다. 콜럼비아대학에서 박사 학위 받은 여자 유대인 교수님 강의였는데 수업 준비도 힘들고 숙제도 너무너무 힘들었다. 대개 유대인 교수님 수업이 버겁다. 댕스 기빙 데이 휴가 시 플로리다주에 여행을 갔는데 교수님이 휴가 동안 무얼 했냐고 물으시길래 플로리다주에 여행 갔다고 하니 깜짝 놀라셨다.
그때 헤밍웨이와 테네시 윌리엄스 등이 머물렀던 플로리다주 KEY WEST를 알았다면 디즈니랜드가 있는 올란도에 가지 않고 키웨스트에 갔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뉴욕에서 플로리다주까지 비행기로 4시간 정도 걸렸다. 그날 새벽 JFK 공항에 도착했는데 스튜어디스가 1등석 손님을 불렀는데 비싼 항공권일 텐데 청바지 차림이라 많이 놀랐던 기억도 난다. 우리 가족은 서유럽과 동유럽 등 꽤 많은 곳을 여행해서 플로리다 올란도 디즈니랜드에 특별한 감흥을 받지 못했다. 5성급 돌핀 호텔에 머물렀지만 한국 호텔에 비해 시설도 좋지 않아서 놀라고 올란도에 뉴욕처럼 다양한 음식을 팔지 않아 불편했다. 미국 서부 여행할 때 한국 여행사에 예약을 했는데 서부는 광활하니 이동 시간이 길고 새벽 2시와 4시에 일어난 경우도 있고 호텔 시설도 형편없고 죽도록 고생했던 기억이 나니 올란도는 여행사에 항공권과 호텔만 예약을 하고 개별 여행을 했다.
또 뉴욕에서 만난 한인 택시 기사님 이야기도 떠오른다. 뉴욕 렌트비와 생활비가 비싸서 플로리다주가 좋다고 하니 이사를 갔는데 플로리다주는 뉴욕에 비해 조용하고 좋지만 답답하니 다시 뉴욕으로 돌아왔다고. 뉴욕에서 플로리다주로 이사하기 어려우니 뉴욕 짐 다 버리고 플로리다주에 가고, 뉴욕으로 이사 올 때 역시 플로리다 주 짐 다 버리고 뉴욕에 와서 새로 구입했다고. 삶이 그런다. 멀리서 보면 멋지게 보이나 살아보면 다름을 느낀다. 그분도 플로리다 주 삶이 넉넉하고 여유로운 거 같아 이사를 했지만 이민자로서 마땅히 할 직업도 없고 결국 다시 뉴욕으로 이사 온 이야기를 하셨다.
플로리다주 Sanford에서 오신 분 일행도 떠나고 나도 서점을 나왔다. 유니온 스퀘어 도로가 사막처럼 뜨거워 불속을 걷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서점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지하철을 타고 브루클린 부시윅에 갔다.
유니온 스퀘어 지하철역에서 L 지하철을 탔다. 지난 월요일 방문한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보다 더 안쪽 깊숙한 곳에 위치하니 몇 정거장 더 가서 Jefferson street에서 내렸다. 두 곳 모두 힙스터들의 성지라고 불린다. 부시윅 지하철역에 내리니 베이글 숍과 에스프레소 카페와 멋진 바가 눈앞에 보였다. 멋진 바에서 예쁜 강아지 데리고 시원한 맥주 마시는 젊은 뉴요커는 영화 속 한 장면이었다.
지난 월요일 오랜만에 방문했던 윌리엄스버그 보다 부시윅 분위기가 살아 있었다. 젠트리피케이션 된 부시윅 렌트비가 너무너무 많이 올라 수년 전 집 살 걸 그랬어,라고 후회한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시윅 하면 생각나는 영화 기자도 있다. 오래전 뉴욕 영화제에서 만난 기자인데 그날 베를린에서 온 여자 교수와 함께 셋이서 영화제 이벤트를 보고 콜럼버스 서클 지하 홀 푸드에 가서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영화를 무척 사랑하는 기자는 영화 포스터를 700개 이상 수집했다고 해서 놀라고 작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스케치도 한다고. 그날 식사 후 베를린에서 온 여자 교수가 가장 먼저 떠나니 "FUCK"이라 욕을 했다. 그 여자 교수는 맨해튼 미드타운 호텔에 머물고 영화 기자는 브루클린 부시윅에 머물고 난 플러싱에 사니 교수가 지내는 호텔이 가장 가까운데 인사도 안 하고 시내버스 오자마자 달려가 탑승하니 영화 기자는 화가 상당히 났다.
부시윅에 전에도 몇 차례 방문해 몇몇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보았다. 공장을 개조해 아티스트 공간을 만들어 부시윅 아티스트 예술센터로 자리 잡은 Bogart 56에 방문했다. 그곳은 예술공간, 갤러리, 아트 스튜디오 등으로 채워졌고 화가, 조각가, 사진가, 보석 공예가 등이 거주하고 있다. 부시윅에 명성 높은 갤러리 Luhring Augustine Bushwick도 있다. 이곳을 찾기 위해서는 지하철 L을 탑승해 Morgan Ave. 에 내리면 된다.
또, 해마다 Bushwick Open Studios 행사를 연다. 미술에 관심 많은 분에게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축제다. 작년 오픈 스튜디오 행사에 찾아가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강의하시는 분도 많나 이야기를 했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 학생들 많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나의 방문 목적은 부시윅 그라피티 (Bushwick Collective) 구경하는 것. 부쉬윅 거리예술은 명성 높은 브루클린 도보 관광코스에 속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 거리예술을 보러 찾아온다. 내게 Bushwick Collective 구경은 처음이었다. 낯선 지역이라 지나가는 젊은 청년에게 어디서 구경하면 좋은지 묻자 여기저기 다 구경할 수 있다고. 뜨거운 땡볕 아래 걷기만 하면 그라피티 예술이 펼쳐졌다. 무더운 여름날에도 벽에 그라피티를 그리는 아티스트들도 보았다.
부시윅 그라피티 구경하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으로 돌아왔다. 유니언 스퀘어 역에 내려 스트랜드 서점 거쳐 그리니치 빌리지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 열리는 탱고 이벤트 잠깐 보고 뉴욕대 재즈 축제 보러 프로빈스타운에 갔다.
저녁 7시에 재즈 공연 시작. 아름다운 색소폰과 플루트 소리 들으며 오래전 뉴욕에서 유학한 음악가도 떠올랐다. 냉방된 장소에서 재즈 음악 들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재즈 공연을 보고 지하철역으로 가다 공원에서 농구하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뜨거운 땡볕 아래 농구를 하니 대단한 사람들 아닌가. 그리니치 빌리지 지하철역 옆 공원은 농구로 명성이 아주 높다고 소문난 곳이다. 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화요일 아침에 세탁하고 글쓰기 하고 나서 아들과 함께 산책을 하러 갔다. 너무너무 더워 그늘 아래만 찾아다니며 운동을 하다 집에 돌아왔다. 나비가 춤추는 초록 숲 속에서 산책을 하고 이웃집 정원에서 옥수수, 토마토와 오이 등을 보았다. 아들에게 옥수수나무를 가리키니 처음 본다고 하니 웃었다.
수요일 최고 기온이 34도라고 여름 비도 온다고.
7. 17 수요일 새벽 1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