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과 행복, 장 보기

뉴욕 한인 택시 기사(30년) 뉴욕이 좋아.

by 김지수


화요일 아침 아파트 지하에 내려가서 세탁을 했다. 세탁을 하면 언제나 기분이 좋다. 그런데 어제는 그러하지 않았다. 이유는 아들 침대 베개 커버가 사라졌다. 세탁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들과 함께 운동을 가고 집에 돌아와 글쓰기를 하고 나서야 세탁물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베개 커버가 사라진 것을 알았다.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아파트 지하)에 다시 내려가 세탁기와 건조기 뚜껑을 열어 확인했다. 역시 베개 커버는 없었다. 아주 작은 물건이지만 새로 구입하려면 마음이 쓰인다. 딸이 오래전 침대 이불 세트를 구입했는데 배게 커버만 새로 구입하기도 그렇고. 여기저기 사방 군데를 뒤졌다. 집이 궁궐도 아닌데 왜 안보였을까. 세탁물 가방에 혹시 들어있나 확인해도 없고. 한참 후 베개 커버를 찾았다. 아들 이불속에 들어 있었다. 이불도 몇 차례 찾아봤는데 왜 안 보였는지 몰라. 오래된 커버를 찾아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화요일 오후 베개 커버와 숨바꼭질했어.


행복도 그런 거 아닐까. 살아있는 동안 행복과 숨바꼭질하는 거 아닐까. 바로 내 곁에 행복이 있는데 느끼지 못한 것. 병원에서 불치병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은 예외가 되겠지.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얼마나 슬프겠어. 거리에서 구걸하는 홈리스들도 몹시 슬플 거야. 하지만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음에도 스스로 불행한 삶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도 있다. 모든 것을 남의 탓만 하고 시기 질투하면서 불행한 사람들. 하늘이 준 복 많은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 하늘이 모두에게 복을 준 것도 아니잖아. 복 많은 사람은 노력하지 않고 편하게 행복하게 살기도 하지. 한국에서 지낼 적 감사함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지. 집에서 세탁기 사용하니 불편함을 몰랐지.


낡고 오래된 베개 커버를 찾고 행복함을 느꼈다. 사실 뉴욕에 와서 감사함의 의미를 깨달았다. 아주 작은 일에도 감사하다. 예를 들면 세탁을 하는 것. 30년이 지난 낡은 세탁기에서 무사히 세탁을 하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아파트 지하에 2회만 가서 세탁을 마치면 감사하지. 기댈 수 있거나 의지할 수 있는 사람 한 명 없는 이민자들 삶은 정말이지 힘들기만 하지. 그래서 아주 작은 것에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낯선 사람에게 전화 한 통만 하자고 부탁해도 불가능하다고 말한 뉴욕 문화.


뉴욕 정착 초기 우리 가족은 휴대폰이 없었다. 물론 요금이 비싸서 구입하지 않았다. 할 수 있으면 항상 아끼려고 하다 보니 한국에서 휴대폰을 사용했지만 뉴욕에 와서 구입조차 하지 않았다. 롱아일랜드 딕스 힐 집주인이 난방을 제대로 하지 않아 너무 추워 결국 이사를 하게 되었고 그래서 제리코로 갔다. 그런데 제리코에 도착했는데 버라이존 회사에서 집전화와 인터넷을 연결하러 온다고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아서 아파트 관리실에 찾아가 전화 한 통화만 사용하자고 부탁했는데 거절을 당했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곳에서 사는 서러움. 참 눈물겨운 세월이 흘러가고 있다. 처음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세월이 흘러가니 적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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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도라지꽃:꽃말 <영원한 사랑>/ 사진 오른쪽 이웃집 정원에 핀 무궁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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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플러싱에 핀 여름꽃들



세탁물 정리를 하고 장을 보러 갔다. 원래 월요일 스케줄이었는데 폭우가 쏟아져 취소를 했다. 화산처럼 뜨거운 주말에 비해 날씨가 선선하니 좋아 걸어서 한인 마트에 갔다. 마트에 가는 동안 이웃집 정원에 핀 도라지꽃, 장미꽃, 달리아 꽃, 무궁화 꽃, 패랭이꽃을 보았다. 내게 행복을 주는 이웃집 정원. 주인의 사랑의 손길로 예쁘게 자란 식물들. 얼마나 사랑스러워. 감사함으로 보았지. 달리아 꽃 보며 하늘에 계신 친정아버지도 생각이 났다. 내가 어릴 적 아버지는 화단을 가꾸셨다. 정성스럽게 가꾼 화단에 예쁜 꽃들이 피어 행복을 주었어. 하늘나라에서 무얼 하고 계실까. 그리운 친정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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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760.jpg?type=w966 플러싱 한인 마트 벽을 보면 한인들 삶이 보여.




한인 마트에 들어서자 한인 아주머니가 화분을 손질하고 있었다. 곱디 고운 주인의 마음으로 식물이 자라겠지. 마트에 가서 쌀과 채소와 김치와 두부와 비빔면과 고등어 2마리와 닭고기와 식초 등을 구입했는데 상당한 가격이라 놀랐다. 이민 초기에 비해 물가가 정말 많이 인상되었다. 고등어 1마리가 손질해주면 3.99불. 손질 안 하면 1.99불. 뉴욕은 서비스가 돈이라 손질된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크다. 모든 서비스는 유료다. 장을 보고 계산을 하는 동안 자주 만난 남자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방글라데시에서 4년 전 왔다고. 뉴욕 삶이 어떤지 묻자 고개를 살레살레 흔들었다. 너무너무 힘들다고. 뉴욕과 방글라데시와 물가가 비교가 안 되겠지. 렌트비만 저렴하면 살기 좋을 텐데 서민들에게는 비싼 렌트비가 걱정이다.


한인 택시를 불렀는데 기사는 쌀 40파운드를 트렁크에 아주 힘들게 옮기셨다. 언제 뉴욕에 오셨냐고 물으니 30년 전에 오셨다고. 그분은 뉴욕이 한국보다 더 좋다고. 한국에 조카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해도 호텔에 머문다고. 언젠가 친척집에 머물렀는데 너무 복잡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그 후로 호텔에서 지낸다고. 호텔에서 지내면서 가족들에게 전화를 하고 결혼식장에서 만나자고 연락을 한다고. 사람에 따라 뉴욕 문화가 더 맞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아들은 점심시간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돌아왔다. 스시 뷔페에 갔는데 식사 비용이 1인 약 30불 정도 들었다고. 맨해튼도 아닌데 저렴하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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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5896.JPG?type=w1 뉴욕 롱아일랜드 미나도 일식 뷔페 레스토랑 아주 좋아.




우리 가족이 롱아일랜드에 살 적 이용한 미나도 일식 뷔페 레스토랑은 꽤 좋았다. 점심은 가격이 20불이 채 안되었고 디너는 30불대. 방금 확인하니 가격이 수년 전과 비슷하다. 롱아일랜드는 차 없이 지낼 수 없고 차를 판지 오래되어 지금은 머나먼 곳으로 변한 일식 뷔페 레스토랑 미나도. 참 그립다. 그날그날 스시의 신선도는 약간씩 다르지만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레스토랑이다.



딸은 보스턴에서 친구가 놀러 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놀러 간다고 연락이 왔다.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 과정 하는 친구가 비행기 타고 찾아갔으니 얼마나 행복했을까. 친구가 참 소중하다.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얼마나 좋아. 연구소에서 근무할 적 정말 열심히 했던 포닥은 연구소를 떠났다는 슬픈 소식도 들려주었다. 열심히 일했는데 왜 연구소를 떠나야만 했는지. 세상이 뜻대로 안 될 때가 참 많아. 쉽게 편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다.


한인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 준비를 했어. 저녁에는 마음에 폭탄도 맞았다. 삶이 왜 그런가 몰라. 참 힘들 때가 많다. 며칠 전은 스팸 전화도 자주자주 받고. 이상한 곳에서 이상한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 갈수록 세상이 무서울 때가 많다. 나쁜 사람들 왜 잡아가지 않을까.


가끔씩 이상한 일이 생긴다. 브런치에 올린 포스팅 방문자가 9000이 넘은 것도 있어서 놀라.

왜 방문자 숫자가 많아졌을까.

밤은 점점 깊어만 가고.

기도를 드리고 잠이나 자야겠어.



7. 24 수요일 새벽 1시가 되어갈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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