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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친구와 아들과 셋이서 Cafe Boulud, 메트

어제부터 뉴욕 레스토랑 위크 시작, 아들과 난 시골쥐

by 김지수

새소리와 초록빛 잔디밭과 초록 나무와 선선한 날씨가 행복을 주는 화요일 아침. 기온이 많이 낮아져 믿어지지 않는다. 오전 9시경 기온은 20도. 주말에 비해 체감 온도가 20도 이상 내려갔다. 어찌 기온이 며칠 사이 20도가 오르락내리락 한가 몰라. 내일부터 다시 기온이 오른다고 하나 오늘 하루는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 삶도 힘들고 지치면 잠시 쉬어가도 좋아.


아침 일찍 아파트 지하에 내려가 세탁을 하고 있다. 34년이 된 오래된 세탁기는 세탁물을 넣고 돌리자마자 불안한 소리를 낸다. 그러다 멈추면 어떡하지 걱정을 할 정도로. 한국에서 전자 제품 수명이 약 10년이라고 들었는데 10년이 뭐야. 20년도 아니고 30년도 아니고 34년. 뉴욕의 서민들 삶은 눈물겹다.


주말 지옥의 불바다로 변한 뉴욕. 대지가 활화산 같아 도저히 길에서 걷기도 힘들었다. 아들 친구가 차를 가지고 우리 집에 아들을 데리러 오니 외출이 가능하고 난 시내버스를 타야 하는 입장. 꼼짝 않고 집에서 종일 지냈다. 비싼 전기세를 아끼려고 에어컨을 안 켜다 거실에 쓰러져 죽을 뻔했던 주말. 브루클린에서 정전사고가 발생해 4만 명 이상이 피해를 봤다고. 그럼 선풍기와 에어컨도 없이 종일 지냈겠다. 브루클린 코니 아일랜드에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모두 지하철 타고 바다로 갔는지 몰라. 브루클린 정전 소식 듣고 문득 샌디가 떠올랐다. 2012년 샌디가 뉴욕을 강타해 지옥의 도시로 만들었을 때도 정전이 되고 주유소에서 오일 채우려고 4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니 고통스러웠는데 브루클린 주유소에서 새치기하다 총살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질서는 지켜야 한다.


어제 오후 빨래를 하려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폭우가 쏟아졌다. 아들 친구와 아들과 셋이서 맨해튼에서 식사를 하고 메트 뮤지엄에 가서 전시회를 보고 센트럴파크에 가려다 그냥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왔는데 어제는 센트럴파크에 안 가길 잘했어. 만약 공원에 갔다면 우산도 없는데 폭우를 맞을 뻔했어. 초록빛 궁전 센트럴파크에서 폭우 맞고 산책해도 좋았을까. 내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맨해튼 호텔에서 살고 레스토랑 순례한다면 어쩌다 폭우 맞고 산책해도 좋겠지. 그런데 할 일이 너무나 많고 많아.


어제 나의 계획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메트 뮤지엄에 가고 플러싱 한인 마트에서 장 보고 세탁도 하고 식사 준비 등 집안일 하기. 최소 5가지. 거기에 글쓰기를 추가하면 6가지. 운동하면 7가지. 폭우가 내려 운동도 못했어.


어제 월요일이라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영화제도 열릴 텐데 폭우로 취소되었을 거 같아. 어제저녁 7시 뉴욕대에서 재즈 축제도 열렸지만 5가지 기본 일정이 잡혀 포기했다. 플러싱에서 맨해튼까지 왕복 최소 3시간 정도를 잡아야 하니 맨해튼 일정에 상당히 제한이 된다. 맨해튼에 산다면 더 많은 문화 행사를 즐길 수 있을 거 같아. 꿈의 도시 맨해튼으로 언제 이사 갈까.



맨해튼 부촌 어퍼 이스트 사이드 미슐랭 스타 Cafe Boulud에서 아들 친구와 아들과 셋이서 점심 식사를


IMG_7689.jpg?type=w966 내가 주문한 애피타이저 맛이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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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691.jpg?type=w966 아들이 주문한 돼지고기 요리



IMG_7692.jpg?type=w966 내가 주문한 라비올리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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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다니엘 셰프가 운영하는 인기 많은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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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들 친구와 아들과 셋이서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레스토랑 Cafe Boulud에서 식사를 했다. 세계적인 셰프 다니엘이 운영하는 곳이고 인기가 많아 예약하기도 무척 어려운 곳. 몇 주 전 미리 예약을 했다. 어제부터 뉴욕 레스토랑 위크가 시작되었다. 수년 전부터 아들과 함께 뉴욕 레스토랑 위크 축제가 열리면 몇몇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다 보니 우리가 더 좋아하는 셰프를 알게 되었다. 아들과 난 다니엘과 장 조지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사랑한다. 물론 맨해튼 최고 셰프를 다 알지 못한다. 맨해튼에 고급 레스토랑이 아주 많지만 우린 뉴욕 레스토랑 위크가 열릴 때 식사를 하곤 하니 레스토랑 위크에 참가하지 않은 레스토랑은 잘 모르고 식사비가 너무 비싸 갈 수 없다.


Cafe Boulud 레스토랑 근처에 가고시안 갤러리와 메트 브로이어 뮤지엄(구 휘트니 뮤지엄이 있던 장소)과 럭셔리 The Carlyle 호텔 등이 있다. 영화감독 우디 알렌이 재즈를 연주하고 John F. Kennedy and Marilyn Monroe가 몰래 사랑을 나눴던 호텔. 언제 재즈 연주 감상하러 가고 싶으나 공연 티켓이 저렴하지 않으니 아직 볼 기회가 없었다.


오후 1시에 두 사람 식사한다고 예약을 했는데 갑자기 아들이 친구를 초대하자고 해서 그제 밤 인터넷에서 3명으로 수정한다고 했는데 어제 레스토랑에 도착하니 두 명으로 예약이 되어 있고 인기 많은 맛집이라 손님이 아주 많고 직원은 우리에게 럭셔리 The Surrey 호텔 로비에서 잠시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아들과 난 어퍼 이스트 사이드 럭셔리 호텔 로비에 처음으로 들어가 푹신한 소파에 앉아 기다렸다. 영화 속 등장인물처럼 부자로 보인 4명의 노인들이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쩌면 그들은 여행객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들고 갑자기 우리도 영화 속 등장인물로 변한 느낌이 들었다. 맨해튼 최고 럭셔리 호텔 로비 소파에 앉아서 휴식하는 모습은 그림 같지.


아들과 난 플러싱 집에서 3차례 환승하고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갔는데 식사 시간보다 더 일찍 도착하니 약간 여유로운 시간이 남아서 근처 메트 브로이어 뮤지엄에 갔다. 땡볕이 내리쬐는 날이라 냉방된 미술관이면 좋아서. 그런데 하필 문을 닫았어. 월요일 문 닫는 것을 깜박 잊었다. 미술관 아니라도 근처에 할 게 많다. 메디슨 애비뉴에 갤러리도 많아서 아들과 함께 갤러리에 가서 그림을 감상했다. 은하수 느낌 담은 그림도 보고 쉼표가 그려진 그림도 보고 샤갈과 피카소 그림 보며 아들과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면서 갤러리에서 시간을 보내다 아들 친구가 어디만큼 오나 확인을 했다. 기차를 타고 맨해튼에 오는 아들 친구랑 아들은 자주 연락을 하고.


그 후로도 시간이 남아 럭셔리 매장 가득한 메디슨 애비뉴 쇼윈도를 보았다. 장미꽃 세 송이 머리에 꽂은 마네킹 보며 동백꽃 머리에 꽂은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도 떠올랐다. 창녀와 귀족 아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오페라. 중학교 시절 뒤마의 <춘희> 소설을 재밌게 읽었는데 세월이 흘러 먼 훗날 링컨 센터 메트에서 오페라를 보게 되었다. 어퍼 이스트 사이드 메디슨 애비뉴 쇼윈도 매장도 미술관처럼 멋져 즐겁기만 하다. 쇼윈도 전시가 마치 미술관 같으니.


어제 오후 1시 10 전에 우린 레스토랑에 도착해 직원에게 우리가 도착한 것을 확인하고 3명이서 식사하고 싶다고 했다. 직원이 호텔에서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고 그 사이 아들 친구가 도착했다. 10분 후 직원이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고 하니 예쁜 수국 꽃 담은 화병이 보인 레스토랑 안에 들어가 우리 테이블 앞에 앉아 주문을 했다. 레스토랑 규모는 아담한데 인기가 많은 곳.


몇 년 전 레스토랑 위크 3코스 런치 식사비용이 1인 29불인가 했는데 뉴욕 서민들 삶이 갈수록 어렵고 힘들다는 말이 들리고 1인 26불로 변경되었다. 지금은 뉴욕 레스토랑 위크 런치 메뉴가 2코스와 3코스가 따로 있다. 2코스는 1인 26불, 3코스는 1인 32불 + 팁+ 세금. 애피타이저와 앙트레 먹는 2코스에 디저트가 추가되면 3코스가 된다. 물론 와인과 커피 등 추가하면 추가 요금을 지불하니 식사 비용이 더 비싸고. 형편이 좋다면 디저트 먹으면 좋다. 뉴욕 레스토랑 디저트 맛이 예술이야. 뉴욕 팁과 세금이 무서워. 그래서 와인과 음료와 디저트는 주문하지 않았다. 하나 추가하면 계산서 보면 인상 써진다.


IMG_7690.jpg?type=w966 어제 우리가 시골쥐란 것을 깨닫게 해 준 닭 간으로 만든 애피타이저, 향이 너무 강해 먹기 힘들었어.



그런데 어제 우린 시골쥐란 것을 깨달았다. 작년과 다른 애피타이저가 보여 아들은 약간 모험심을 가지고 주문했는데 닭 간으로 만든 음식이 접시에 담긴 모양은 첼시 갤러리 컨템퍼러리 그림처럼 예쁘지만 향이 너무 강해 먹기 힘들었다. 아들은 2코스 음식 가운데 애피타이저가 만족스럽지 않고 난 평범한 애피타이저 주문했는데 맛이 좋았어. 오랜만에 아들 친구랑 함께 식사하며 이야기를 했는데 기쁜 소식을 들려줘 내 마음도 기뻤다. 막내 여동생은 풀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들어가니 아들 친구 엄마가 아주 기뻐하셨다고. 미국 대학 학비가 너무 비싸니 장학금을 받으면 행복하지. 아들 친구 아버지에게도 기쁜 소식이 있다고 하니 행복한 가족이야. 지인들이나 친구들이나 친척들 기쁜 소식 들으면 얼마나 행복해. 세상 사람 모두 행복하면 좋겠어.


향이 너무 강한 애피타이저 때문에 우린 시골쥐란 것을 처음 깨닫고 직원에게 말하니 호수처럼 눈이 커다랗게 변해 어색했다. 직원이 새로운 디저트 가져다줄까요,라고 물었지만 괜찮다고 말하고 식사를 하고 레스토랑을 나왔다. 초록 숲의 궁전 센트럴파크 옆 뮤지엄 마일을 따라 걷다 메트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표를 받아 입장하니 방문자들이 너무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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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713.jpg?type=w966 메트 뮤지엄에서 아들 친구와 아들과 셋이서 전시회 보았어.




아폴로 11호 달 착륙 50주년 특별전도 잠깐 보고. 뉴욕 뮤지엄은 수업 강의 듣는 거 같아. 작은 글씨로 적힌 내용을 자세히 보려면 수험생 같아. 우린 수험생도 아니라 슬쩍 갤러리 구경하고 나왔지. 로댕 조각전을 지나 유럽화가 전시 갤러리에 가서 구경하고 나왔다. 1층 이집트 유품 전시관 화장실에 갔는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오래오래 기다렸다. 나만 알고 있는 비밀 화장실인 줄 알았는데 다들 알아버렸어. 메트 뮤지엄 규모가 크니 첫 방문자라면 이리저리 길을 헤매기도 한다. 화장실 찾기도 힘들고. 모를 때는 직원에게 물으면 친절히 안내를 해준다.


IMG_7731.jpg?type=w966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서 본 무궁화 꽃


뮤지엄에서 나와 렉싱턴 애비뉴 86가 지하철을 향해 걷다 무궁화 꽃을 보니 반가웠어. 맨해튼 부촌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서 한국의 무궁화 꽃 보니 얼마나 반가워. 파리 바게트 장사가 잘 된 지 지하철역 부근 위치 좋은 곳에 새로이 오픈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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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퀸즈 플러싱 공원



화요일 아침 세탁을 마치고 아들과 함께 공원에 운동을 하러 갔다. 아들은 고등학교 시절 트랙반에서 활동했다. 난 처음으로 트랙 경기장에서 400미터 트랙을 아홉 바퀴 뛰고 집에 돌아왔다. 하늘은 약간 흐리고 바람이 부니 천상의 날씨로 변했어. 아들은 플러싱 공원 트랙에서 뛰며 고등학교 시절 추억이 생각난다고. 축구장에서 축구공으로 연습하는 사람을 보며 트랙을 따라 조깅을 하니 마치 영화 같아. 공원 울타리에는 나팔꽃이 피어 있고 멀리 테니스 치는 사람들이 보였다.


주말 화산처럼 덥다 선선한 날씨가 좋아 천국 같은 화요일 오후. 늦은 오후 비가 오려나 보다. 어제 내린 폭우에 활화산이 식었을까. 화요일 아침 세탁하고 2마일과 400미터(총 3600미터) 뛰고 원고지 26매 글쓰기 하니 정오가 막 지났다. 매미 울음소리 들려온다. 커피와 함께 휴식을 하자.





7. 23 화요일 정오가 막 지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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