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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삶이 다 그렇고 그렇지

타임 스퀘어 재즈 공연, 브라이언트 파크, 북 카페

by 김지수

오랜만이야, 나의 노트북!

나의 에너지는 어디로 잠수한 거야.

대서양 바다로 숨어버렸나.

사랑하는 바다로 떠나면 좋겠어.

하얀 갈매기 날고

철썩철썩 파도소리 들리는 아름다운 바닷가를 거닐고 싶어.

노란 해바라기 꽃과 매미 울음소리가 행복을 주는 8월이 열렸구나.

8월에는 무슨 일이 생길까.

태양이 작열하는 8월이 찾아왔는데 난 어디만큼 가고 있을까.


금요일 아침 매미 울음소리 들으며 아들과 함께 조깅을 하러 갔다. 400미터 트랙을 8바퀴 돌면 2마일. 우리는 2마일을 뛰었다. 좀 힘들면 서서히 걷고 다시 달리고 반복했지. 고등학생 시절 800미터 달리기가 가장 힘들었다. 그때는 왜 그리 힘들었을까.


조깅하러 가기 전 아파트 지하에 가서 세탁을 했다. 아침 8시부터 세탁기를 사용할 수 있는데 6개의 세탁기뿐이라 누군가는 미리 세탁물만 넣어둔 사람도 있고. 물세탁이 끝날 즈음 지하에 내려가 세탁기 뚜껑을 여는 순간 난 어지러웠다. 아들이 아끼는 반바지가 붉게 물들어서 마음이 무거웠어. 이걸 어쩌니. 아들이 사랑하는 붉은색 타월이 범인인데 타월에게 화를 낼 수도 없고. 아,...


세탁하고 조깅하고 집에 돌아와 식사 준비를 하려고 냉장고에서 연어를 꺼냈는데 냄새가 나서 날짜를 확인하니 며칠 지났어. 세상에, 왜 기한이 지난 생선을 판 거야. 어쩐지 연어 가격이 아주 저렴했다. 아들과 조깅을 하고 마트에 가서 구입했는데 연어가 신선하게 보여 샀는데 썩어가고 있어. 먹지도 못하고 버리니 정말 비싼 연어가 되어버렸어. 아, 이를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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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아들과 함께 조깅을 하러 갔다. 2마일을 뛰었지. 공원에서 럭비를 하는 학생들도 많았어. 럭비공을 보자 "인생이 럭비공 같다"라고 말한 지인이 생각났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있어야지. 평생 편안하게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많다. 가난에 찌들어 살다 경제적 형편이 조금 나아질 듯싶으면 병들어 고통을 받고. 참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다. 서울에 사는 부자 남자는 어느 날 쪽박신세로 변했다고. 누가 알겠어. 하늘만 알까. 맨해튼 5번가에서 구걸하는 홈리스는 "신과 함께 하면 모든 게 다 가능해요."라고 하던데. 신이 미리 운명을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20대는 20대의 고민이 있고, 30대는 30대의 고민, 40대는 40대의 고민이 있지. 부모 복 많은 사람은 부유한 환경에서 어릴 적 고생 안 하고 자라 인생 초반이 좋은 경우도 있고, 인생 중반이 더 좋은 경우도 있고 사람마다 삶이 달라. 시간이 흐를수록 더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많아. 어느 날 침대에서 남편이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이야기도 오래오래 전 들었다. 미스코리아 수준의 미모를 겸비한 R은 수석으로 졸업했는데 어느 날 자살했다는 말도 들리고.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더라. 의사 남편과 결혼해 주위의 부러움을 받았는데 어느 날 우울증을 앓기 시작해 나중 이혼했다고. 세상에 슬픈 일도 정말 많더라.



어느 해 여름 메가 버스를 타고 필라델피아에 여행 갔지. 낯선 거리 걸으며 브루스 스프링스턴 노래가 생각났어.




대학 시절 외국에 살고 싶다는 꿈을 꾸었는데 그때는 불가능할 거 같은 꿈이었는데 미래는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가 없지만 어느 날 뉴욕에 와서 살고 있구나.


매미 울음소리 들으며 나팔꽃 보며 조깅을 하고 집에 돌아와 식사를 하고 맨해튼에 갔다. 5번가 지하철역 부근에서 그림 그리는 여자 홈리스 보고 자라 매장을 지났어. 자라는 아직도 세일 중. 5번가 북 카페에 도착하니 바리스타가 날 알아보고 커피를 주니 고마웠어. 전날 태양이 폭발할 듯 숨이 막혀 집에서 지내다 하루 건너뛰고 맨해튼에 갔는데 백만 년 만에 간 거처럼 오랜 세월이 지난 거 같아 이상했다. 음악 흐르는 공간에 앉아 책을 펴고 읽기 시작했지. 또 한 명의 낯선 작가 이름을 알았다. 만약 내가 그 책을 펴지 않았다면 결코 몰랐을 텐데 말이다. 잠시 후 장밋빛 미소를 선물로 받았어. 중년 남자가 내게 미소를 짓더라. 언제나 손님이 바글바글하니 빈자리가 없어서 나랑 함께 테이블을 사용해도 되냐는 의미였지. 나도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고 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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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977.jpg?type=w966 타임 스퀘어에서 재즈 공연을 감상하다.



북 카페에서 나와 아름다운 재즈 선율을 감상하러 타임 스퀘어로 갔어. 한국에서 온 중년 여자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공연을 보더라. 브로드웨이 난쟁이 배우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 동화책 읽으며 난쟁이는 상상 속 인물이라 생각했는데 뉴욕에서 꽤 많은 난쟁이들을 가끔 보곤 한다.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을 텐데 난쟁이만 보면 동화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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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트 파크




타임 스퀘어에서 재즈 공연을 보고 브라이언트 파크로 갔다. 어제 낮 뮤지컬 공연도 열렸는데 올해 나의 에너지는 바다로 잠수했는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저녁 무렵 요가 행사가 열렸는지 꽤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글쓰기 워크숍도 열리고 별별 이벤트 다 열리는 공원. 오래전 홈리스들이 바글바글 했다고 하던데 세월이 지나 수많은 축제와 공연이 열리니 얼마나 좋아.


브라이언트 파크 옆 지하철역에 도착해 메트로카드를 그으니 "요금이 부족해요."란 메시지가 뜨니 놀라 다시 긋고 같은 말이 뜨고. 그래서 자동 기기에 메트로카드를 충전하려는데 신용 카드가 작동을 안 하니 놀랐어.

날마다 날 골탕 먹이는 일만 일어나고 있어.


세상 사는 일이 다 그렇고 그렇지. 복 많고 운 좋은 소수를 제외하고 보통 사람들 삶은 비슷비슷하다. 삶이 얼마나 복잡해. 삶이 너무 복잡하니 난 단순한 삶을 좋아한다. 운동하고 산책하고 책 읽고 공연 보고. 매일 쓰레기 비우듯 마음도 깨끗하게 비우고.




그제 뉴욕 태양이 폭발했어. 너무너무 더워 숨이 헉헉 막혀 아들 혼자 두면 에어컨 안 켜고 지낼까 봐 집에서 지냈다. 더위야 물러가거라!


벌써 금요일 주말 오후. 시원한 수박 먹으며 오랜만에 노트북을 켜고 메모를 했다.

노란 해바라기 꽃이 예쁜 팔월이야.

행복한 일이 많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사람들은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나도 여행을 떠나고 싶다.



8. 2 금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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