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트 파크 할렘 쿼텟 공연
금요일 오후 백만 년 만에 휘트니 미술관에 갔다.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에 있고 허드슨 강 전망이 바라다보이는 아름다운 미술관인데 난 너무 게으른가. 지난번 앤디 워홀 특별전도 놓치고 말았어. 자꾸 미루고 미루다 그만 놓치고 말았지. 나름 변명이 있다면 금요일 오후 휘트니 미술관 기부 입장 시간과 다른 스케줄이 겹쳐서, 오래전 모마와 크리스티 경매장과 소더비 경매장에서 그의 작품을 자주 봐서, 그리고 그의 팬이 아니라서.
지난 5월부터 비엔날레 특별전이 열리는데 이번에도 놓칠까 봐 큰 맘먹고 방문했다. 뭐든 마음이 중요해.
꼭 가려고 하면 갈 수 있는데 거의 1년 가까이 휘트니 미술관에 가지 않은 거 같아. 첼시 하이 라인 파크에서 산책해도 좋고, 첼시 갤러리 구경하고 미술관에 가도 좋고, 허드슨 강 전망 봐도 좋을 텐데 자주 안 가게 되는 것은 마음이 게으른 것일까. 과거 어퍼 이스트 사이드 메디슨 애비뉴에 휘트니 미술관이 있을 때 더 자주 방문했는데 이상하게 미트패킹 디스트릭트로 옮긴 뒤 자주 안 가게 된다. 휘트니 미술관 근처에 삼성과 테슬라 전시관도 있고 바와 레스토랑도 많은데.
저녁 7시부터 기부 입장 시간인데 7시 10분 전 도착했는데 줄이 만리장성처럼 길어 놀랐어. 휘트니 비엔날레 특별전 시작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무더운 여름날이라 방문객이 많지 않을 거라 짐작했는데 나의 착오였어. 영화 속 주인공처럼 멋진 스타일의 남녀 커플도 보았지만 사진 촬영은 하지 못했다. 지팡이를 들고 온 노인도 있고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만 가는 세상.
오래오래 기다려 입장했다. 기부금 주고 티켓을 받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는데 우연히 링컨 센터 공연 예술 도서관 프로듀서를 만났다. 영화배우처럼 미남이고 멋쟁이는 첼로도 연주한다고. 참 오랜만에 만나 서로 인사를 했다. 작년에 도서관에 찾아가 그 피디에게 카네기 홀 무료 티켓 주라고 프런트 데스크 직원에게 말했는데 피디가 받지 못했다고 하니 다음부터 내가 직접 전해줘야 할 거 같아. 카네기 홀에서 가끔씩 무료 공연이 열리지만 무척 바쁜 피디가 모를 거 같아서 전해주라고 했는데 누가 티켓을 가져갔을까. 나쁜 사람 같으니라고.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휘트니 비엔날레는 미국 현대 미술을 소개하고 신진 작가를 배출하는데 초점을 둔다. 미국 현대 미술의 중요 이벤트에 속하고 베니스 비엔날레와 상파울루 비엔날레와 더불어 세계 3대 비엔날레에 속하며 전 세계 미술인들과 미술 애호가들을 흥분하게 하는 미술 축제.
특별 비엔날레 전에 출품한 아티스트는 얼마나 많은지. 내가 아는 화가는 단 한 명이더라. 언젠가 첼시 갤러리에서 본 아티스트인데 지난번 구겐하임 미술관에 가니 그녀 작품이 있어서 놀랐는데 휘트니 미술관에 가니 또 그녀의 작품이 보였다.
밴더빌트 휘트니가 아니었다면 오늘날 미국 미술은 어떠했을까. 부유한 휘트니는 어렵게 생활하는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수집했고 맨해튼 그리니치 빌리지 마구간을 개조해 아트 스튜디오를 만들어 전시회도 열고 나중 휘트니 미술관을 세웠다. 미국 미술이 마구간에서 탄생했다는 놀라운 사실. 휘트니 미술관에서 미국의 대표 화가 에드워드 호퍼 작품도 3천 점 이상 소유하고 조지아 오키프, 잭슨 폴락, 재스퍼 존스 등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휘트니 미술관에 가기 전 브라이언트 파크에 가서 공연을 봤어. 할렘 쿼텟(Harlem Quartet) 연주가 정말 좋더라. 첼로와 바이올린 음색도 좋고 서로 호흡도 맞아 좋았다. 여름날 공원에서 공연 볼 수 있는 문화는 좋은 거 같아. 초록 잔디 위에서 누워 책을 읽으며 음악 감상하는 사람도 있고. 어린아이 데리고 온 젊은 부부도 있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공원에 모였더라.
카네기 홀에 가서 토요일 저녁 8시 공연을 보기 위해서 티켓 3장을 구입했다. 서부에 사는 딸이 비행기를 타고 토요일 이른 아침 뉴욕에 온다. 뉴욕대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 온다고. 스탠퍼드대에서 비행기 티켓과 호텔 숙박비용도 주니 감사한 마음이 든다. 보스턴과 달리 서부는 너무 멀어서 자주 왕래할 수 없는데 스탠퍼드대와 뉴욕대와 함께 공동 프로젝트를 하니 우연치곤 이상해. 미리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다. 우연은 우리 생에 얼마나 큰 비중을 가지고 있을까.
토요일 무척 바쁠 거 같아 피곤한 상태로 몇 자 남긴다.
8. 3 새벽 자정이 지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