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아래 낯선 거리를 걷는 것도 힘들기만 했던 토요일 오후.
설렘과 기대로 가득한 오후가 휘청거렸다.
자정이 되어가는 시각 천둥 번개가 치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며 거센 빗방울 소리가 들린다. 종일 태양은 불타올랐다. 불타오르는 태양을 벗 삼아 낯선 뉴저지 거리를 거닐었다.
토요일 아침 일찍 딸이 집에 도착했다. 서부에서 비행기로 6시간 걸린다. 어젯밤 10시에 비행기에 탑승 뉴욕 JFK 공항에 아침 6시 반에 도착해 에어 트레인을 타고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밤새 비행기를 타고 온 딸은 집에 오자마자 식사를 하고 쓰러져 잤다. 몇 시간 자고 일어나 함께 외출을 했다.
딸은 2만보를 걷고 난 1만 8 천보를 걸었다.
우린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페리를 타고 Jersey City에 갔다. 프랑크 시나트라가 탄생해 자란 Hoboken에 들뜬 마음으로 방문했지만 우린 낯선 여행객이었다. 낯선 도시에서 우린 이방인이었다.
우리 가족이 처음 맨해튼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뉴욕은 얼마나 낯선 도시였던가. 아무도 없는 낯선 도시 뉴욕이 아주 낯설지 않은 도시가 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만약 직장에서 종일 지냈다면 결코 맨해튼에 대해서 몰랐겠지. 매일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가서 놀다 보니 보물섬이란 것을 발견했다. 보스턴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딸이 친절하게 안내를 하지 않았다면 보스턴과 정들지 않았을 것이다. 낯선 이방인으로서 여행하기 겁나는 도시가 뉴욕과 보스턴이다. 두 곳 물가는 비싸고 여행객은 많아서 힘들다. 딸이 보스턴에서 일하고 지내는 동안 가끔 보스턴에 방문하다 보니 보스턴과도 정이 들어갔다. 이제는 보스턴 지리도 대충 알고 혼자 보스턴에 가도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땡볕 아래 낯선 거리를 걷는 것도 힘들기만 했던 토요일 오후. 설렘과 기대로 가득한 오후가 휘청거렸다.
왜 하필 뉴저지 PATH 트레인은 월드 트레이트 센터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처음으로 뉴저지 패스를 타러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갔는데 주말 운행을 하지 않았다.
뉴욕의 명성 높은 셰프 다니엘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잠시 쉬다 뉴저지에 가는 패스를 타려고 메트로 카드를 그었는데 직원이 종이 티켓을 주며 페리를 타라고. 브룩필드 플레이스 뒤편으로 가서 페리를 탔다.
순간 우리 가족은 여행객이 된 거 같았다. 아름다운 허드슨 강 전망과 자유의 여신상과 요트와 하얀 갈매니 보니 기분이 저절로 좋아졌다. 그때까지 우린 환호성을 질렀다.
잠시 기다리다 페리에 탑승해 뉴저지 Jersey City에 도착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호보켄. 맨해튼에서 호보켄까지 뉴저지 패스를 타면 2.75불을 내고 갈 수 있다고 했는데 뉴저지 지하철 탑승권을 사야 한다고 하니 기분이 언짢았다. 페리에서 내린 곳은 뉴저지 패스 타는 곳과 약간 떨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뉴저지 패스 타는 곳을 향해 걸었다. 저지 시티 NEWPORT 지역이었다. 아들은 높은 빌딩 많은 그 동네가 마치 한국 분위기 같다고 하고. 뉴포트 지하철역에서 메트로카드를 그었는데 환승이 되지 않아 다시 2.75불을 지불했다. 세 명이면 8.25불. 예상에 없던 지출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호보켄에 도착했는데 태양은 작열하고 낯선 호보켄에 대한 호기심은 순간에 사라졌다. 그냥 걸었다. 호보켄 지하철 역 근처를 걷다 모래사장을 발견해 기분이 좋았는데 어린아이들이 노는 놀이터였다. 파도가 출렁이는 바닷가를 거닐고 싶었는데 우리의 기대를 비켜갔다.
낯선 곳에서 우리의 쉼터는 카페. 어린아이들 놀이터 앞에서 발견한 카페에 들어가 아이스커피를 주문하고 의자에 앉아 휴식하다 혹시 인터넷 연결이 되냐고 직원에게 물으니 주말은 인터넷 연결이 안 되고 월-금요일 사이만 인터넷을 제공한다고 하니 놀랐어. 카페 분위기는 뉴욕과 비슷했다.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하다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호보켄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 펜스테이션으로 돌아왔다.
우리의 다음 숙제는 저녁 식사 문제. 맨해튼 레스토랑 식사비는 결코 저렴하지 않으니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 매디슨 스퀘어 가든 옆 푸드홀에 갔다. 처음으로 방문했는데 음식이 신선하고 좋았다.
우연히 매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 포스터를 보았다. 8월 3일 토요일 저녁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공연이 열린다고. 수 십 년 전 그녀의 노래를 가끔 듣곤 했는데 아직도 그녀는 라이브 공연을 하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식사 후 다시 걷기 시작 라커 펠러 센터 닌텐도를 찾아갔다. 두 자녀는 어릴 적과 세상이 달라졌다고. 잠시 구경하다 채널 가든으로 갔는데 합창 공연을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우리가 조금만 늦게 혹은 조금만 빨리 채널 가든에 도착했더라면 합창 공연을 볼 수 없었을 텐데 운이 좋았을까. 맨해튼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많이 열린다.
저녁 8시 카네기 홀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러 다시 걸었다. 공연을 보고 집에 돌아오니 자정이 되어가고 이제 꿈나라로 갈 시간.
8. 4 일요일 새벽 0시 28분
* 뉴욕에서 뉴저지 호보켄을 갈 때 뉴저지 PATH를 타고 갈 수 있고 1회 요금은 2.75불. 뉴욕 메트로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뉴욕 무한 메트로카드로 뉴저지 트레인을 이용할 수 없다. 주중 펜 스테이션과 월드 트레이더 센터에서 탈 수 있고, 주말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운행하지 않으니 유의해야 한다. 뉴저지는 관광객이 없으니 조용하더라. 뉴저지 시티와 호보켄에 사는 사람들은 뉴저지 PATH가 있어 맨해튼까지 통근이 가능하겠어. 맨해튼 보다 렌트비가 더 저렴할 테니 좋기도 하지만 뉴욕과 뉴저지 교통권을 이용하니 교통비는 많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