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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배터리 댄스 페스티벌

8월 11일 일요일

by 김지수


IMG_8435.jpg?type=w966 배터리 댄스 축제를 보러 온 사람들



맨해튼 배터리 파크에서 열린 댄스 축제/ 뒤편에 저지 시티 빌딩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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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8445.jpg?type=w966 맨해튼 배터리 파크에서 열린 댄스 축제 2019







석양이 지는 허드슨 강을 보며 자유의 여신상을 보며 하얀 요트가 춤추는 것을 보며 스테이튼 아일랜드 가는 페리를 보며 매미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음악에 맞춰 춤추는 환상적인 댄스 공연을 보았다. 허드슨 강을 사이에 두고 맨해튼과 뉴저지 주 저지 시티로 갈라진다. 댄스 공연이 열리는 뒤편으로 저지 시티가 보였다.


지난번 딸이 뉴욕에 출장 왔을 때 함께 방문했던 저지 시티. 브룩필드 플레이스 뒤편에서 페리를 타고 가니 전망 좋은 허드슨 강을 보며 여행객 같아 환호성을 질렀는데 저지 시티에 도착하니 다시 지하철 카드를 구입하라고 하니 짜증이 났다. 뉴욕은 지출에 늘 꼼꼼히 신경을 써야 한다. 꼭 필요한 지출도 겁난 도시인데 예상하지 않은 경비는 반갑지 않아. 아름다운 댄스 공연 보며 저지 시티 보면서 추억에 잠겼다.



매년 여름 8월에 맨해튼 배터리 파크에서 열리는 댄스 축제 Battery Dance Festival. 올해 38주년을 맞고 8월 11일부터 17일 사이 열리며 저녁 7시-9시 사이 댄스 공연이 열린다. 8월이 되면 가장 기대되는 축제 가운데 하나에 속한다. 매년 약 12000명의 사람들이 찾아와 댄스 축제를 본다고. 세계 여러 나라 댄스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좋고 무료 공연이니 더 좋다. 야외무대라 폭우가 내리면 댄스 공연이 취소되기도 한다. 배터리 파크는 전망이 무척 아름다워 더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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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8458.jpg?type=w966 맨해튼 배터리 파크 석양이 질 무렵 무척 아름다워. 멀리서 자유의 여신상이 보인다.



댄스 축제 보는데 허드슨 강에서 고독한 갈매기 한 마리가 하늘을 날더라. 하얀 갈매기를 보며 고독한 나를 생각했지. 평생 고독과 몸부림치며 살아왔다. 위기와 절망 속에 빠져 수영을 해도 포기하지 않고 매일 희망을 찾아서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가다 보니 보물섬을 발견했다.


뉴욕에 올 때 딸이 다닌 외국인 학교 선생님에게 "롱아일랜드 제리코가 어디 있어요?"라고 물으니 그분이 말하길 "제리코가 롱아일랜드에 있어요."라고. 하하 웃었다. 그분 아버님은 맨해튼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딸 선생님은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했다. 뉴욕에 살아도 뉴욕 문화와 지리를 다 아는 것이 아니다. 대개 뉴욕 사람들이 바쁘게 살다 보니 자신 분야 말고 다른 분야는 관심조차 없다. 월가 직원들은 1주일 100시간 이상 일하면 삶이 삶이 아니지. 단, 힘든 일 하고 수입이 많으니 좋다고 하고. 이민자들은 죽음 같은 노동을 하면서 살고 보통 사람들도 더 많은 돈을 벌려고 몸부림치는 도시가 바로 뉴욕.


무에서 시작해 보물섬을 발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 열정과 땀 없이 그냥 이뤄진 것은 하나도 없더라. 남들이 불가능한 꿈이라고 말해도 난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다. 남들이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다 이유가 존재한다. 그만큼 어렵고 힘든 길이다.


삶은 뜻대로 되지 않더라. 어떤 일이 닥쳐도 나의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 최선을 다하고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슬픔에 먹히면 안 된다. 인간이면 누구나 행복을 느낄 때도 슬픔을 느낄 때도 있다. 복 많은 사람은 소수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는다. 하늘이 준 복이 다르더라. 남과 비교하면 안 된다.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게 축복이다.


생은 아무도 몰라. 어느 날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끝까지 살아봐야 안다. 어렵게 살아가다 인생 후반 잘 풀린 경우도 있고 인생 초반 잘 살다가 망한 경우도 있고. 언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 인생이 럭비공 같다고 한다.


세상에 슬픈 사람들도 정말 많다. 아버지 사업이 망해서 대학 졸업할 수 있을지 불가능할지 불안 불안한 상황 속에서 사니 삶이 얼마나 고달프겠어. 경매 딱지 붙은 가구 보면서 어렵게 어렵게 대학을 졸업 후 직장에 취직해 돈 벌어 혼자의 힘으로 유학 간 경우도 있고. 엄마 뱃속에서 지낼 적 아버지가 하늘로 떠났으니 아버지가 얼마나 그리울까. 아버지 얼굴도 보지 못하고 세상에 태어나니 삶이 얼마나 힘들겠어. 어느 날 남편이 심장 마비로 하늘로 떠나면 얼마나 막막하겠어. 어린 자녀들 어찌 키우며 어찌 살라고.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식물인간으로 변하면 심정이 어떡하겠어. 말 다했지. 그것도 의사남편이 식물인간으로 변했어. 남들 주식해 돈 버니 주식 샀는데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망한 경우. 미국 대공황 시절 주식 망하니 자살한 사람들 많다지. 주식을 해서 대박 난 경우도 있고 돈 벌어 뉴욕에 유학 온 경우도 있다고. 그런데 주식 사서 쪽박 차는 경우는 심정이 어찌하겠니. 결혼했는데 시집살이 너무 힘들어 왜 결혼했나 불평하는 경우도 있지. 매일 땡볕 아래 노동을 하는데 시아버지는 그게 일상이고 축복이라면 그냥 살아야지. 시부모는 평생 노동만 하고 살고 한 푼도 물려줄 재산도 없다고. 또, 시부모 재산이 많아 중매결혼했는데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많던 재산이 사라져 버렸다지. 가난한 남자 수 십 년 뒷바라지하니 새신을 신고 팔짝팔짝 뛰는 남자도 많고. 어렵게 어렵게 사업해서 살만하니 암에 걸려 죽은 경우도 있고. 서울 재벌은 어느 날 쪽박 신세가 되었다지. 누가 알겠어. 하루아침에 거지로 변할 줄. 어릴 적 깨복쟁이 친구와 함께 사업했는데 수 십억 돈만 갖고 튀어버린 경우도 있다고. 자살할까 하다 아직 어린 자녀들 보고 참고 참고 견디었다고 하더라. 결혼도 안 한 자녀들 두고 세상 뜨기 어려워. 날마다 술에 취한 남편이 새벽에 귀가하니 프라이팬 던지며 "네가 개새끼지", 하면서도 잘 살더라. 언젠가 철이 들겠지 하더라. 개새끼 직업은 세상이 부러워하더라. 학벌 좋고 미남 남편과 결혼해 행복하게 살 줄 알았는데 아주 젊은 40대 초반 회사에서 해고되니 여자 혼자 힘으로 평생 가족을 부양하고 남편은 집에서 티브이 보고 낚시하러 가고 바둑 두니 남편이 원수라고 하더라. 결혼은 왜 했니,라고 평생 불평하면서. 요즘 세상이야 여자가 돈 더 많이 벌어 눈치 보며 사는 남편도 있다고. 남편이 원수라고 표현한 분은 80이 되어가는 할머니다. 할머니 친구들은 모두 잘 사니 더 속이 터진다. 삶이 다 그렇고 그렇지.


소수의 사람들은 행복하게 잘 살더라. 결혼했는데 남편 수입이 많고 시부모 돌아가시면 물려받을 재산도 많아서 날마다 미소 짓는 부부도 있지. 또, 평생 사랑받고 편하게 행복하게 지낸 경우도 있다. 고급 빌라에 살고 별장을 몇 채 갖고 골프 회원권도 몇 개 있고 해외여행도 자주 가고 럭셔리 매장에 가서 쇼핑하고 호화로운 삶을 지낸 경우도 있다. 부자 시아버지 돌아가시니 서울 빌딩 몇 채를 물려받은 경우도 있고. 빌딩 한 채 값이 얼마나 될까. 부자 되고 자식들도 공부 잘하면 좋겠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더라고 하더라.



댄스 축제가 열리는 무대 바로 옆에 유대인의 슬픈 역사를 보여주는 뮤지엄 Museum of Jewish Heritage( A Living Memorial to the Holocaust)이 있다. 내가 원하는 집이 바로 그 뮤지엄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 보는 역사적인 뮤지엄. 허드슨 강 전망이 너무 아름답고 장미꽃, 수국 꽃 피는 정원에서 산책해도 좋을 거 같아서 그곳이 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 한다. 그 상상은 결코 이뤄질 수도 없다는 것을 알지만 상상의 날개를 편다. 그 뮤지엄은 내가 상상한 줄 꿈에도 생각도 못할 거다. 홀로코스트 특별전시회를 열고 있는데 자꾸 방문을 미루고 있다. 수 십 년 전 폴란드에 여행 갔을 때 아유슈비츠 수용소에 가서 잔인한 역사를 눈으로 보았다. 다시는 방문하고 싶지도 않다. "노동이 자유롭게 하리라."란 글귀가 보이더라.


아들과 나무 그늘 아래서 운동을 하고 집에서 가까운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50불어치 이상 구입하면 배달을 해준다고 하니 쇼핑을 하고 수레에 담고 계산을 하는 순간 슬프게 전기 통닭구이 한 마리가 사라졌다. 순간이었다. 우리 짐이 약간 많아서 시간이 지체되었다. 우리 뒤에 할아버지 한 분이 직원에게 현금을 주었는데 할아버지는 동전 값어치를 잘 모른 듯. 더 많은 돈을 직원에게 주니 직원이 할아버지에게 돌려주었다. 여행객도 아닌데 백인 할아버지가 돈 계산에 너무 서툰 것도 이상했다.


우리가 산 통닭이 사라졌을 때 우리 옆에 있던 사람은 마트 직원과 할아버지뿐. 그럼 할아버지가 통닭을 가져갔다는 결론에 이른다. 내가 통닭을 분실한 것을 발견한 것은 이미 할아버지가 떠난 뒤. 아들은 할아버지가 무의식적으로 가져갔을 거라고 말했다. 직원에게 통닭을 잃어버렸다고 하고 우린 새로운 통닭 한 마리를 진열대에서 가져왔지만 기분은 좋지 않았다.


뉴욕에 와서 교통사고도 나서 하늘나라에 다녀왔어. 거의 죽을 뻔하다 살아남았으니 감사해야지. 집 앞에서 뺑소니 사고 나서 수 천불 날리고 얼마나 속이 상한지 몰라. 럭셔리 외투도 구멍이 났어. 누가 칼로 외투에 구멍을 냈다. 우체부가 내 은행 현금 카드를 가져가 경찰이 전화를 했더라. 그래서 경찰서에 가고 등 셀 수 없이 많은 불행한 사고들이 일어났지만 눈앞에서 사라져 간 통닭을 보며 기분이 언짢았다.



IMG_8428.jpg?type=w966 무더운 여름날 뉴욕 플러싱 공원에서 테니스를 치는 사람들



IMG_8426.jpg?type=w966 무더운 여름날 일요일 플러싱 공원에서 야구를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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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장을 보러 가는 동안 동네 공원에서 야구와 테니스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유에스 오픈 테니스 축제가 생각났다. 8월에 열리는 축제 가운데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 축제.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들은 이미 뉴욕에 도착했겠다. 어느 호텔에 머물까.


일요일 아침 아파트 슈퍼는 잔디 깎는 작업을 했다. 몇 시간 동안 작업하니 소음으로 피곤했다. 초록 잔디밭 보니 좋지만 관리가 쉽지 않게 보인다. 날마다 매미 울음소리 들으니 아직은 한 여름 8월이 물러가지 않았지만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날씨라서 서서히 가을이 찾아오나 보다.




8월 11일 일요일


뉴욕 맨해튼 배터리 파크에서 열린 댄스 축제 보러 온 사람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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