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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울고 싶은 날, 선풍기 소음 공해 불평하는 이웃

by 김지수

8월 13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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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 8월경 열리는 배터리 댄스 페스티벌을 공연을 보러 갔다. 세 번째 공연이었다. 황홀한 석양이 지는 배터리 파크에서 열리는 축제라 더 반가운데 화요일 저녁 하늘은 흐리고 전날과 다르게 아름다운 석양을 비추지 않았지만 하얀 요트가 춤추고 자유의 여신상이 비추고 스테이튼 아일랜드 가는 페리 뱃고동 소리 들으며 파도 소리 들으며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 들으며 댄스 축제를 보니 마치 천상 같았다.


소음 가득한 세상을 잠시 잊는 축제의 무대. 축제는 1주일 동안 열리지만 폭우가 내리면 야외무대라 취소가 되기도 하고 저녁 7시 무렵 비가 약간씩 내려 무대 위에서 걸레로 비를 훔치는 것을 보며 양키스 스타디움도 생각났다. 뉴욕 프로 야구 양키스 게임을 보러 가면 쉬는 시간에 모래를 반듯하게 정비하는데 대학 시절 들은 YMCA 노래가 흘러나왔다. 여름날 야구 경기도 볼만한데 올해 한 번도 보러 가지 않고 벌써 8월 중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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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 강에서는 선셋 크루즈를 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하얀 요트가 둥둥 떠 있어 마치 그림 같았다. 공원 벤치에 앉아 휴식하기도 하고 어린 아들을 데리고 온 젊은 아빠는 자신의 아들이 댄서의 움직임을 따라 흉내 것을 보고 웃고 있었다. 7살이 채 안된 어린 아들은 몸이 유연해 풀밭에서 자유롭게 춤 동작을 따라 했다. 비가 조금씩 내려 무대가 상당히 미끄러울 거 같은데도 댄스 축제가 지속되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석양이 질 무렵까지 댄스 공연을 보다 Bowling Green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그랜드 센트럴 역으로 가서 플러싱에 가는 7호선을 기다렸다. 그랜드 센트럴 역은 곧 열리는 유에스 오픈 테니스 광고로 도배를 했다. 8월 열리는 최고의 스포츠 축제. 다음 주면 예선전이 시작된다. 선수들은 얼마나 긴장하고 있을까. 올해는 누가 우승을 할까. 작년처럼 경기장이 활활 타오르지 않으면 좋겠다. 작년 폭염으로 선수들도 경기하기 힘들었고 관중들 역시 가만히 앉아서 테니스 경기 구경하는 것이 힘들었다.


화요일 아침 빗소리 후드득 떨어지는 소리 듣고 일어나 수건과 양말과 외출복을 가방에 담고 지하에 내려갔는데 공동 세탁기 6대 가운데 5대를 사용하고 있고 나머지 한대에서 세탁을 했다. 세탁을 하면 언제나 기분이 좋다. 세탁 후 아들과 함께 운동을 하러 갔는데 비가 조금씩 떨어져 400미터 트랙을 몇 바퀴 돌다 집에 돌아와 글쓰기를 하고 식사 준비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누가 악쓰는 소리가 들렸다. 아파트 뜰에 핀 배롱나무꽃이 정말 예쁜 계절인데 창밖에서 아래층 할아버지가 날 보고 소리를 지르는데 성난 사자 입에서 불이 뿜어져 나온 모습이었다. 아들이 놀라 엄마 곁으로 왔다. 성난 사자 입에서 뭐라 하는지 조차 알아듣기 어려웠다. 설거지하는 중 창밖에서 소리를 지른 것을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할아버지 화는 화산이 폭발할 듯한 기세였다.


화가 난 내용도 놀랍고 슬프다. 딸이 아마존에서 주문한 키다리 선풍기 소리가 듣기 싫다고 날 보고 악을 썼다. 할아버지가 코를 고는 소리도 크게 들리고 전화하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노부부 부부 싸움하는 소리도 크게 들리고 노래 부르는 소리도 들려온다. 할아버지 집 소음은 소음이 아닌가.


그만큼 방음 장치가 문제가 있다. 오래전 완공된 아파트 빌딩이라 소음에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았을까. 누구의 잘못인가. 선풍기를 만든 회사, 아니면 아마존, 아니면 선풍기를 사용하는 우리 가족, 아니면 할아버지. 세상에 태어나 선풍기 소음 공해를 불평한 것은 처음 들어봤다. 이 까다로운 할아버지가 이웃이란 게 운이 없다고 해야 할까.


뉴욕 롱아일랜드 제리코에서 살다 두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맨해튼에 더 가까운 플러싱으로 수년 전 이사 왔는데 이사 올 무렵에도 아파트 문을 쾅쾅 두드린 할아버지. 서랍장 끄는 소리가 요란하다고 불평을 했다. 이사할 때 소음 없이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뿐 만이 아니다. 아들이 친구랑 전화하는 소리가 크다고 아침 일찍 쾅쾅 크게 노크를 하며 놀라게 했다. 우리가 조용하지 않으면 경찰을 부른다고 하더니 그 후로 가끔씩 경찰이 찾아와 아파트 문을 쾅쾅 두드렸다. 새해 첫날 여러 대의 경찰차가 찾아와 노크를 할 때도 있었다. 문을 열면 "경찰을 불렀어요?"라고 말하고 그럼 난 "부르지 않았는데요."라고 말하면 끝이지만 경찰이 찾아오는데 놀라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두 자녀 어릴 적 바이올린 레슨을 받을 때와 내가 첼로 레슨을 받을 때는 이웃에게 미안했다. 음악을 사랑하더라도 연습하는 소리를 좋아한 사람은 소수일 거다. 레슨을 받기 위해서는 매일 연습을 해야 하고. 가끔 이웃집이 불평을 했다. 할 수 없이 난 약음기를 사용했다. 어느 날 딸이 폴란드 오케스트라랑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다. 자주 불평을 하는 아래층에 사는 이웃도 다른 학생 공연을 보러 왔는데 우연히 딸 연주도 보았다. 그날 연주가 너무 좋았다고 칭찬을 하면서 그 후론 불평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레슨을 받지 않으니 매일 연습하지도 않는다.


기본 생활 소음으로 불평을 하면 어찌 살라고. 아파트 잔디 깎는 작업을 수 시간 동안 하면 나 역시 힘들다. 또 독립 기념일 등 가끔 폭죽 터진 소리를 듣는다. 한 밤중 오래오래 폭죽 터지는 소리는 힘들다. 차 달리는 소리도 비행기 소음도 자주 들려온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유독 우리 집에 불평을 하러 온다. 좋은 이웃과 함께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아들에게도 참 미안하다. 무슨 죄가 있을까. 할아버지 불평하는 것을 참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라 미안하고 눈물이 나오려 한다. 나 혼자 서러움이면 참을 만 한데 아들에게까지 피해가 가니 늘 미안하다.


설거지를 마치자마자 가방을 들고 외출을 했다. 도저히 더 이상 집에서 머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사실 매일 맨해튼에 가서 밤늦게 돌아오니 집에 머물 시간도 많이 되지 않는다. 아침 일찍 운동을 하고 식사 준비하고 글쓰기 하고 나서 외출을 한다. 왜 우리 집이 소란하다고 불평을 해. 롱아일랜드에 사는 학생들은 자주 파티를 연다. 그런 경우 이웃들이 참기 힘들다고 자주 불평을 한다고. 젊은이들이 파티를 하는 것을 노인들은 이해를 하지 못한다. 우리 집은 파티를 하지도 않는다.


맨해튼 카네기 홀 옆 마트에 도착해 커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했다. 낯선 언어로 이야기하며 식사를 하는 사람들. 사람마다 먹는 음식도 달랐다. 샐러드를 먹는 사람, 스시를 먹는 사람, 치킨을 먹는 사람, 맥주를 마시는 사람, 과일을 먹는 사람 등. 그들의 삶도 다를 것이다.


마트에서 나와 콜럼버스 서클에 가는 길 우연히 코미디언을 만났다. 맨해튼에서 명성 높은 코미디언이 날 보고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지으니 웃었다. 전날 만났던 코미디언과 아티스트가 함께 있었다. 뉴욕에서 명성 높은 코미디언은 날 보고 웃고 이웃 할아버지는 날 보고 악을 쓰니 재미있는 세상이다. 만나면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이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제야 그분들이 카네기 홀 옆 메트로폴리탄 빌딩에 사나 짐작을 했다. 아들에게 뉴욕에서 명성 높은 코미디언 만났다고 하니 사인받으라고 했는데 그만 잊어버렸다. 다음에 만나면 사인을 받을까.


아들 바이올린 교수님(Albert Markov)의 아드님 바이올리니스트 알렉산더 마르코브의 아파트가 있는 곳이다. 뉴욕 정착 초기 그 아파트로 찾아오라고 하니 우린 맨해튼 지리도 잘 몰라 어디야 하면서 찾아갔다. 롱아일랜드에 살 적 맨해튼이 낯설기만 했다. 고층 아파트에 올라가니 사람들이 개미처럼 작게 보였다. 카네기 홀에서 자주 공연을 보는 엄마가 그 아파트에 살면 좋겠다고 아들이 자주 말한 바로 그 빌딩. 맨해튼 부자가 아닌데 어찌 살겠어. 아래층 할아버지가 선풍기 소음으로 불평을 하니 나도 그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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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만난 코미디언과 아티스트에게 미소로 답하고 콜럼버스 서클에 갔다. 부엌에서 사용하는 오븐 장갑을 진즉 새로 구입했어야 하는데 자꾸만 잊어버렸다. 아마존에서 구입하려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고 가격도 저렴하지 않아서 오븐 장갑을 사러 갔는데 아마존보다 가격도 더 저렴하고 디자인도 더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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