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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석양이 질 무렵, 댄스 축제 그리고 기다림

by 김지수

8월 15일 목요일


아들과 함께 아침 운동을 하고 글쓰기를 하고 식사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거리 상인에게 과테말라산 노란 바나나를 1불어치 사 먹고 커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했다. 나 어릴 적 노란 바나나는 귀한 과일이었는데 지금은 뉴욕에서 가장 저렴한 과일에 속한다. 카네기 홀 근처는 1불에 3개를 주고 링컨 스퀘어는 5개를 주고 미드타운 타임 스퀘어 가까운 곳은 2개를 주니 장소마다 거리에서 파는 바나나 가격도 달라. 중학교 시절인가 노란 바나나 한송이가 5천 원인가 했다. 그 당시 가격으로는 상당히 비쌌다.


목요일 저녁 할렘에서도 재즈 특별 공연이 열리고 배터리 파크에서도 댄스 페스티벌이 열려서 어디로 갈지 망설이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댄스 축제를 보러 갔다. 허드슨 강에 석양이 비출 무렵이라 더 좋은 축제. 난 아름다운 전망을 무척 사랑한다. 축제도 보고 석양도 보고 얼마나 좋아. 카네기 홀에서 지하철 R/W을 타고 Whitehall st. 역에 내려서 배터리 파크를 향해 걸었다.




뉴욕 맨해튼 배터리 파크 석양이 질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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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8629.jpg?type=w966 뉴욕 배터리 댄스 페스티벌 인도 댄스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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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8월에 열리는배터리 댄스 페스티벌 석양이 질 무렵 열려 더 좋아.




석양이 질 무렵 공원에서 낚시하는 사람도 보고 아름다운 석양과 자유의 여신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여행객도 많고 스테이튼 아일랜드 가는 페리는 뱃고동을 울리며 출발했다. 야생화 향기 가득한 공원에서 눈부신 석양을 보며 하얀 갈매기를 보며 댄스 축제를 보러 갔다. 인도 댄스 축제였다. 인도 전통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무대 위에 올라 인도 전통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인도에 언젠가 여행을 가야지 하다 그만 기회를 놓치고 말았는데 언제 꼭 가고 싶은 나라 인도. 학생 시절 인도 타고르 시인을 좋아했다. 또, 인도하면 간디가 떠오른다. 맨해튼 유니온 스퀘어 파크에 간디 동상이 세워져 있고 늘 그곳을 지나치면 바라본다. 가끔은 간디 동상 손에 꽃송이가 있다. 그리고 요가를 배우기 위해 많이 간다고. 인도에서 요가를 배우고 한국에 돌아와 요가 강습을 하는 강사도 많다고. 생이 이상하게 이리저리 꼬인 L은 아주 오래전 인도에 가고 싶다는 말도 했다. 인도에 가면 인생의 목적이 무언지 깨닫게 되는 걸까. 카네기 홀에서 만난 할머니는 인도에 트래킹을 간다고 했는데 뉴욕에 돌아왔을까. 70대 할머니는 혼자서 여행을 가니 놀랍기만 하다. 뉴욕 미드타운 아파트에서 혼자 살면서 매일 도자기 구우러 다닌 부자 할머니는 얼마나 검소한지 몰라. 자전거를 타고 평소 지하철도 이용하지 않는다고 하니 더 놀랐다. 대학원 시절 만난 인도 학생도 생각난다. 악센트가 너무 강해 영어 발음을 알아듣기 어려웠다. 함께 수업을 받는 학생 가운데 아시아 출신은 인도 출신 2명과 나를 포함해 3명이었다. 젊은 인도 출신 학생은 어느 날 내 앞에서 지갑을 꺼내 돈 자랑을 했다. 돈이 이렇게 많다고 보여주니 재미있었다. 지금 그는 어디서 무얼 할까. 인도로 돌아갔을까.


인도 댄스 축제를 보고 지하철을 타고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7호선에 환승한 뒤 플러싱에 도착하니 막 시내버스가 출발하니 잠시 버스 정류장에서 서성거리는데 모기 한 마리의 먹이가 되어버린 내 종아리와 입술. 비명을 지를 수도 없는 밤거리. 터벅터벅 걸으며 집을 향해 오다 이웃집 장미꽃 향기를 맡으며 화가 풀렸다. 8월인데도 장미꽃 향기가 얼마나 좋은지 놀랐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니 아들의 얼굴이 풀이 죽어있었다. 1주일 전부터 컴퓨터 부품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일주일이 7년처럼 긴 세월처럼 느껴졌는데 하필 아들과 내가 외출한 사이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온 컴퓨터 부품은 주인이 없다고 종이쪽지를 남기고 떠나버렸다. 아마존에서 주문한 작은 부품은 사용할 수 없어서 아마존에 반납하고, 또 일부 부품은 플러싱 베스트바이에 사러 가고, 다시 홈 디팟에 사러 갔다. 딸이 준 컴퓨터 모니터는 연결잭이 안 보여 소동을 피우고 이래저래 힘들기만 하고 컴퓨터를 새로 구입하면 편할 텐데 부품을 주문해 직접 조립하니 여러 문제가 생겨 복잡했다. 성능 좋은 멋진 컴퓨터를 사주면 좋을 텐데 옆에서 보기 미안했다.


다음 주 유에스 오픈 테니스 예선전이 열리고 아들과 함께 보러 가려고 뉴욕 메트로 카드를 충전하는데 자꾸만 에러가 나왔다. 처음에는 신용 카드와 현금 카드를 받지 않는다는 기기, 그 옆 기기는 신용 카드를 읽을 수 없다고 뜨고, 다시 새로운 기기에 도전하니 역시 신용카드를 읽을 수 없다고, 다시 새로운 기기에 도전. 메트로카드 하나 충전하는데 애를 먹었어. 쉽게 충전이 되면 얼마나 좋아. 그런데 가끔 불편한 일이 생긴다.



IMG_8608.jpg?type=w966 소호 거리에서 빈 병과 빈 캔을 줍는 거리 예술가



IMG_8609.jpg?type=w966 소호 지하철역 아트



오랜만에 소호에 갔다. 과거 예술가촌이었는데 지금은 패션거리로 변한 소호. 뉴욕 명품 매장이 아주 많고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지만 여전히 몇몇 갤러리가 남아 있지만 내가 소호에 도착할 시간은 이미 갤러리 문을 닫는 시간이라 전시회는 볼 수 없었고 소호 하우징 웍스 북카페에 갔다. 가끔 홈리스들이 이용하는지 악취가 나니 많이 불편했는데 평소에 비해 화장실이 아주 청결해 좋았다. 뉴요커가 사랑하는 북 카페는 북적북적하고 잠시 진열된 헌책을 둘러보다 북카페를 나왔다. 소호 거리에서 쓰레기를 줍는 거리 예술가도 만났다. 쓰레기통을 뒤지며 빈 캔과 빈 물병을 찾는 사람은 예술가 아닌가. 먹고살기 위해 그 많고 많은 쓰레기통에서 남들이 먹고 남긴 빈병을 수집하니 예술가 아닌가. 내 눈에는 그들도 예술가처럼 보인다. 뉴욕에는 많은 예술가들이 산다. 유명 작가의 그림을 모사해 비싼 가격으로 팔다 걸려 감옥에 들어간 화가도 살고. 한국 화가 김환기 작품이 72억에 팔렸다고. 하늘로 떠난 김환기는 그 소식을 듣고 좋아할까. 그가 뉴욕에서 살 때는 귀족처럼 살았을까. 아마도 잘은 모르지만 죽을 만큼 고생했을 거 같다. 남의 나라에 와서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몰라. 뉴욕에서 태어난 시민권 있는 사람도 최고 명문 대학 졸업해도 홈리스 된 사람도 많은 뉴욕. 소수 귀족은 영화보다 더 화려하고 럭셔리 한 삶을 살지만 보통 사람들 삶은 어렵기만 하다. 죽음같은 노동을 하니 장님도 아닌데 오로지 돈, 돈, 돈 하고 사니 아름다운 뉴욕 문화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도 정말 많은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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