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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아코디언과 댄스 축제, 석양과
장미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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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8724.jpg?type=w966 맨해튼 허드슨 강 석양이 비출 때



IMG_8722.jpg?type=w966 배터리 댄스 페스티벌 2019



8월 16일 금요일



금요일 오후 5시부터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아코디언 축제가 열렸다. 내가 공원에 도착한 시각은 6시 즈음이었나. 꽃 향기 가득한 공원에 사람들이 앉아서 축제를 보고 있었다. 홈리스는 벤치에 누워 축제를 보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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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트 파크 아코디언 축제





아르헨티나 탱고 음악을 감상했는데 어찌나 좋던지 사람들은 무대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링컨 센터와 카네기 홀과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가끔씩 만나는 혹부리 할아버지도 오셔 혼자 춤을 추니 재미있었다. 젊을 적 무얼 하던 분이었을까. 항상 연한 하늘색 상의를 입고 오신다. 아코디언 축제라 하니 아코디언만 연주할 줄 알았는데 바이올린과 베이스와 키보드도 함께 연주하고 공연이 마음을 울려서 좋았다. 가끔은 애절한 가락이 흘러나오니 우리네 슬픈 인생이 생각났다. 혹시 쉐릴 할머니를 만날 수 있을지 기대를 했지만 공원에서 만나지 못했다.




아코디언 공연이 너무 좋아 오래전 이탈리아 베니스에 여행 간 추억도 떠올랐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단발머리 가이드가 마중을 나와 단체 여행팀을 인솔했다. 성악 전공한다고 했는데 지금 어디서 무얼 할까. 그때 이름이라도 기억해 둘 걸 아쉽다. 그때는 성악의 아름다움을 미처 몰랐다. 한국에서 가끔씩 음악 CD로 아리아를 들었지만 오페라를 볼 기회조차 없어서 오페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랐다. 베니스에서 곤돌라 30분 타는데 1인 30불을 달라고 하니 꽤 비쌌는데 여행객이니 언제 다시 오나 하면서 곤돌라에 탑승했다. 곤돌라에서 아코디언 연주를 들려주었다. 어린 아들은 베니스 상점에 가서 유리 제품을 바닥에 떨어뜨려 어쩔 수 없이 배상을 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유리 제품이 예쁘니 만져보다 실수로 유리 제품을 깨뜨렸으니 할 수없이 유리병 값을 주었다. 베니스 상점에서 파는 가면은 얼마나 예쁘던지. 가면을 쓰고 파티에 가는 영화가 생각났다. 파스타 먹었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는 일본 여행객이 여권을 분실했다고 소동을 피우고 여행지에서는 작은 소동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언젠가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베니스 풍경을 담은 작품을 보고 있을 때 낯선 남자가 내게 말을 걸었다. 오래전 베니스에서 산 적이 있다면서 그 그림을 보면 추억이 생각나 좋다고. 그래서 작품을 구입하고 싶은데 가격이 하늘처럼 비싸서 눈으로만 본다고. 지금 다시 베니스에 여행 가면 어떤 느낌이 들까. 베니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갔더라면 더 많이 보고 더 즐거울 수 있었을 텐데 우리 가족은 초보 여행객이었다. 그때는 인터넷에서 여행 정보도 구할 수 없었다. 아직도 베니스 바다에서 부는 차가운 바람이 생각난다. 물 위에 어찌 그리 멋진 건축물을 세웠는지 몰라. 성악 전공한 학생은 베니스에 건축 전공한 학생들도 유학을 온다고 말했다. 과거 베니스는 잠들지 않은 도시였다고 하는데 어릴 적 읽은 셰익스피어 작품 <베니스의 상인>도 생각난다. 추억은 참 좋다. 슬플 때 기쁠 때 추억을 꺼내 지난 시절을 생각한다.


금요일 저녁도 허드슨 강 석양이 비추는 배터리 파크에서 배터리 댄스 페스티벌이 열렸다.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밤늦게까지 공연이 열리나 난 댄스 축제도 보고 싶으니 공원을 나와 타임 스퀘어로 가다 숍 윈도에 10 불대 옷이 있다고 하니 가게 문도 열고 들어갔는데 수 백 불 하는 드레스만 보여 얼른 문을 닫고 나왔다.


뉴욕은 거리거리마다 음악가들 노래가 들려오고 낯선 음악가 공연 듣고 걷다 타임 스퀘어에서 사우스 페리에 가는 1호선에 탑승 종점역 사우스 페리에 내려 배터리 파크에 갔다. 아름다운 석양이 비추는 허드슨 강도 보면서 댄스도 구경했다. 사실 석양이 너무 아름다워 댄스보다 석양이 지는 모습에 감탄을 했다. 석양이 지는 모습은 얼마나 장엄하고 슬픈지 몰라. 정말 잠깐 아름다운 일몰을 보여주고 사라진다. 아름다운 석양을 오래오래 보면 좋을 텐데 정말이지 잠시 비추고 사라지니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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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조립 중인 컴퓨터




맨해튼에 가 있을 때 금요일 오후 아들이 주문한 컴퓨터 부품이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언제 부품이 도착할지 모른다고 아침 운동도 하지 못했다. 혹시 그 시간에 도착하면 소동을 피운다고. 늦게 도착할 줄 알았다면 아침 운동을 갔을 텐데 몰랐다. 오랫동안 낡은 컴퓨터를 사용하던 아들은 새로운 컴퓨터를 조립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컴퓨터 조립을 어찌하는지 대견하다. 세상이 달라졌을까. 나 같으면 100년이 지나도 컴퓨터 조립이 불가능할 거 같은데 혹시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조립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들은 신날 거 같다. 조립한 컴퓨터가 무지갯빛을 비추니 예뻤다. 이탈리아 베니스 상점에서 실수로 유리병 깨뜨린 아들이 성장해 혼자의 힘으로 컴퓨터를 조립하니 세월이 얼마나 흘러갔을까. 어릴 적 세계 여행을 하던 아들은 엄마를 따라와서 뉴욕에서 힘들게 사니 세상의 빛과 어둠을 보고 산다. 뉴욕 생활은 아픔도 너무 많지만 견디고 이겨내고 세월이 흘러가면 더 좋은 미래가 열리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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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플러싱 주택가 여름 풍경



전날 플러싱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모기에 물려 따끔했는데 이웃집 정원에 핀 장미꽃 향기를 맡고 금세 행복해졌다. 잊지 않고 다시 장미를 찾아갔다. 6월도 아닌 8월에 그리 좋은 향기를 맡을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예쁜 장미꽃에게 말을 걸었다. "장미꽃, 감사해요."라고. 장미꽃이 내게 말하더라. "네가 향기 맡으러 와줘서 고맙다고". 우리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다. 언제나 장소에서 피는 아름다운 장미꽃. 매년 여름이면 날 행복하게 해 준 이웃집 정원이 사랑스럽다.


배롱나무 꽃 피는 아름다운 8월도 서서히 중반을 지나고 링컨 센터 아웃 오브 도어스 축제도 막이 내리고, 미식가들이 사랑하는 뉴욕 레스토랑 위크도 막이 내리고, 배터리 댄스 페스티벌도 오늘 막이 내리고, 8월이 되면 찰리 파커 재즈 축제가 열리고,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는 개츠비 시절 생각나게 하는 재즈 축제가 열리고, 다음 주면 유에스 오픈 테니스 예선전이 시작된다. 뉴욕의 여름은 축제의 바다. 축제로 시작하고 축제로 끝난다.


지난달부터 시작한 일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 마음만 바쁘다. 얼른 끝내고 다른 일 하고 싶은데 작은 일 하나도 왜 그리 많은 시간이 들었는지 몰라. 시간 없이 이뤄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시간은 소중하다.



8월인데 이리 예쁜 장미꽃이 핀 플러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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