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 토요일
US Open 6일째 오후 한국 선수 정현과 스페인 선수 라파엘 나날 경기가 시작되었다. 팬 위크 동안 몇 차례 본 정현 선수가 잘 싸워주길 바랬지만 나달의 승리로 돌아갔다. 무얼 하든 운도 중요하다.
본선 4일째 정현 선수는 5라운드까지 가고서 승리를 하고 반대로 나달은 상대방이 기권을 하는 바람에 쉽게 승리를 하고 말았다. 고갈된 체력으로 스포츠의 황제 나날과 겨룬 것이 얼마나 도전이었을까.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들의 스포츠 축제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신력과 체력의 싸움. 토요일 정현 선수는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포츠 황제 나달과 겨루었다. 최선을 다해서 싸웠으니 다음에도 기회가 있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본다.
경기장에서 정현 선수를 응원하는 한국 사람들도 많았겠지. 두 선수의 경기가 자꾸 지연되어 스케줄보다 늦어졌고 오후 4시 20분경 끝났다. 하얀색 상의를 입은 정현 선수는 쓸쓸한 모습을 남기고 떠나고 나달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유에스 오픈 테니스를 보고 늦은 오후 맨해튼에 갔다. 아지트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하다 링컨 센터에 오페라 축제를 보러 갔다.
2019 Summer HD Festival
Saturday, August 31, 8 PM
La Fille du Régiment Donizetti
도니제티의 <연대의 딸 La Fille du Régiment Donizetti> 오페라 공연을 영상으로 보았다. 지난 8월 23일 시작한 축제는 9월 2일 막이 내리니 이제 이틀이 남아서 아쉽기만 하는 축제. <연대의 딸> 오페라는 상당히 좋았다. 오케스트라 공연도 좋고 합창도 좋고 주연들이 부르는 아리아도 좋았다. 오랜만에 오페라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오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혹시나 만날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한 채 1시간 정도보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어린 딸을 목마 태운 젊은 아빠도 있고 애완견을 데리고 온 사람들도 꽤 많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오페라를 관람하는 팬들도 무척 많았다.
상류층의 전유물 오페라를 대중들도 볼 수 있는 무료 야외 축제를 만든 링컨 센터. 덕분에 뉴욕 시민들은 여름밤 오페라를 볼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가. 이미 오페라 시즌 티켓 구입하고 개막하길 기다리는 팬들도 많을 텐데 난 아직 스케줄도 확인하지 않았다. 인기 많은 오페라는 이미 표가 다 팔렸을까.
오페라를 사랑하는 R의 건강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열심히 블로그 활동을 하셨던 분인데 제주도에서 쓰러졌다는 소식을 그분 자녀로부터 들은 지 오래다. 뉴욕에 여행 와서 매일 밤 오페라를 보러 간다는 K도 떠오르고 교사 시절 성악을 전공했던 임 선생님도 떠오른다. 박봉의 교사 급여를 받아 대학원 교수님에게 사사를 받으러 간다고 하니 내게는 상당히 충격이었다. 1회 레슨비를 15만 원씩 준다고. 수 십 년 전 이야기다. 지금도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다. 연하의 남편 사업 뒷바라지하느라 애를 썼는데 어느 날 하늘나라로 떠나고 말았던 슬픈 뉴스를 듣고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아이 아빠가 전방에서 근무하니 휴직계를 제출하고 따라갈 때 내가 학교에 돌아가지 않을까 무척 걱정했던 선생님. 전업주부로 살려는 생각조차 없었는데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해야만 했지. 학교에 통근할 무렵에도 날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상당한 육아비를 주고 딸을 맡기고 저녁 퇴근하고 데리고 오는 일을 반복했다. 고민 고민하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집에서 두 자녀 양육에 힘썼다.
생은 알 수가 없다. 갑자기 불행이 닥친 사람들도 많다. 암으로 교통사고로 말없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있다. 얼마 전 지인 남편이 사업체를 정리하려고 지방에 내려가 호텔에서 머물다 심근경색으로 하늘나라로 떠나 슬펐는데 며칠 전 지인이 사업을 시작한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아무리 어려워도 위기를 기회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사람도 있다. 불덩이 같은 위기도 준비된 사람에게는 좋은 기회다. 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현대 사회에서 늘 깨어있는 삶을 산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중년이 지난 나이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니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가. 그분에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8월의 마지막 날이라니 믿어지지 않았다. 서서히 들판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겠구나. 그리운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