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노래가 들려오는 팔월은 푸른 바다에 가도 좋고 초록 나무 그늘 아래 앉아 매미 울음소리 들어도 행복하고 북 카페에서 책을 읽어도 좋고 조용한 섬에 가서 휴식을 해도 좋은 휴가철.
뉴욕의 여름은 축제의 바다! 매일매일 축제를 사냥하러 맨해튼에 갔지. 태양이 노래를 하는 8월 세계 최고의 셰프가 만든 음식도 맛볼 수 있는 뉴욕 레스토랑 위크 축제도 열리고, 공원에서 공연과 댄스 등 다양한 행사를 볼 수 있는 Summerstage 축제와 재즈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재즈모빌(Jazzmobile) 축제와 찰리 파커 재즈 축제도 열리고, 링컨 센터에서 아웃 오브 도어스 축제가 열리고, 석양이 지는 전망 좋은 배터리 파크에서 배터리 댄스 축제도 열리고,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들이 뉴욕에 방문하는 US Open 축제가 열리고, 뉴요커들의 여름 휴양지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는 Jazz Age Lawn Party가 열리고 뉴요커들이 사랑하는 센트럴파크에서는 셰익스피어 연극과 영화 등을 볼 수 있고 브라이언트 파크에서도 뮤지컬, 연극, 아코디언 축제, 음악 공연 등이 열리고 링컨 센터에서 2019 Summer HD Festival가 열리는 등 특별한 행사가 많이도 열렸다.
태양이 작열하는 아름다운 8월 휴가철이라 누군가는 여행 가방을 들고 먼 곳으로 떠나 집으로 돌아갔을까. 마음이야 지구촌 곳곳을 여행하지만 복잡한 현실 속에서 나만의 행복을 찾기 위해 매일 지하철을 타고 보물섬에 갔다. 얼마나 많은 보물을 캐서 가슴에 담았을까. 슬플 때 가슴속에 담긴 보물을 꺼내 위로를 받아야지.
8월 노란 해바라기 꽃과 야생화 꽃 보며 매미 울음소리 들으며 아들과 함께 자주 조깅을 하러 가기도 했다. 8월 한 달 동안 가장 기억나는 일은 딸의 뉴욕 방문이었다. 서부 실리콘밸리로 떠난 딸이 뉴욕에 출장을 와서 무엇보다 반갑고 기뻤다. 서부와 동부가 가깝다면 자주 만날 수 있을 텐데 비행기를 타고도 오래오래 가야 하고 항공기 티켓값도 비싸니 여행이 그림의 떡이 되어버렸다.
두 달 만에 뉴욕을 찾은 딸은 8월 초 아침 일찍 JFK 공항에 도착해 시내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딸은 며칠 뉴욕에서 머물면서 뉴욕대와 함께 진행 중인 공동 프로젝트하느라 무척 바쁜 가운데 동생과 엄마를 위해 시간을 만들어 주어 감사했다. 딸 덕분에 맨해튼 호텔에 생에 처음으로 들어가 보았다. 미드타운에 위치한 호텔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그랜드 센트럴 역도 가까워 편리했다.
<위대한 개츠비>를 집필한 프란시스 스콧 피츠제럴드가 5번가 플라자 호텔에서 머물렀다고 하는데 초기 호텔 숙박료는 하룻밤에 2불이었다고. 그 가격이라면 메트에서 오페라를 보고 플라자 호텔에서 지내면 좋을 텐데 100년(1907년 10월 1일 오픈)이란 세월이 지나니 하룻밤 숙박비가 800불에 가깝다. 귀족이 아니고서 플라자 호텔에 머물 수 있겠어. 귀족들은 1000불 식사비도 가벼울 테고 돈 버는 재주는 하늘이 준 거나. 보통 사람들 먹고살기는 힘들고 어려운데 귀족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모두 잘 산다. 뉴욕 곳곳을 걷다 만난 사람들 이야기로는 지금 빈부차가 미국 어느 시기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말하는데 무슨 일이 일어날까 걱정도 된다.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될까.
딸이 뉴욕에 체류한 동안 함께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보고 뉴저지 저지 시티와 호보컨에 처음으로 방문했다. 첫 방문지 뉴저지는 뉴욕과 많이 달랐다. 작은 비용으로 최대 만족을 주는 것을 찾는 내 입장으로서는 뉴욕과 뉴저지 교통비는 많이 들고 할 게 없어서 심심했다. 그날 맨해튼에서 다양한 행사를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뉴저지에 방문했는데 만족스럽지 않았다. 우린 땡볕 그냥 아래 걷기만 했다. 바닷가를 찾아서 휴식을 하고 싶었는데 모래사장이 보여 반가웠는데 어린아이들과 가족이 쉬는 놀이터였다. 그럼에도 특별한 여행을 갔으니 우리만의 행복을 찾아야지. 8월에 해당화 꽃을 보니 반갑기도 했고 공원 벤치에 앉아 우리들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카페에 가서 냉커피도 사 먹고 이야기도 나눴지만 주말이라 인터넷 연결이 안 된다고 하니 불편했다.
딸 덕분에 미드 타운 피자 집에 가서 해피 아워 시간을 이용해 맛있는 피자를 저렴한 가격을 주고 먹고 미드타운에서 아침 일찍 식사도 하고 영화처럼 근사한 며칠을 보냈다. 함께 브루클린 다리를 걷고 타임 스퀘어 야경도 보러 가고 맨해튼 부촌 어퍼 이스트 사이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식사도 하고 카푸치노도 마셨다. 영화처럼 아름다운 레스토랑이었다. 이탈리어 악센트 강한 직원의 서비스가 얼마나 친절하던지 감동적이고 이탈리아에 여행 간 느낌이 들었다.
딸이 고등학교 시절 서머캠프를 갔던 컬럼비아 대학 교정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지난 세월을 돌아다보았다. 10년이란 세월도 더 지났다. 버틀러 도서관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보며 이야기를 하다 모기에 물려서 따끔했다. 왜 하필 모기가 나를 물었을까.
며칠 뉴욕에 머물다 서부로 떠난 딸을 배웅하러 공항에 다녀왔다. 에어 트레인을 타고 배웅하러 갔다 런던 히드로 공항 비행기 탑승 시각을 보면서 딸이 런던에서 공부할 적 폭설로 공항이 폐쇄되어 힘들었던 슬픈 추억도 생각났다. 잊을 수 없는 대소동이었다. 공항에서 홈리스처럼 하룻밤 보내다 어렵게 구한 호텔에서 며칠 보내고 뉴욕에 돌아왔다.
딸이 뉴욕에 오기 전날 휘트니 미술관에 가서 휘트니 비엔날레 특별전을 보았다. 진즉 방문해서 전시회를 보면 좋을 텐데 자꾸 미루다 곧 막이 내릴 거 같아 방문했는데 링컨 센터 공연 예술 도서관에서 일하는 프로듀서를 만나 인사를 했다. 참 오랜만이었다. 수년 전 자주자주 방문했는데 갈수록 바빠져 요즘 자주 도서관에 가지 않는다. 작년 카네기 홀 무료 공연 티켓을 받았냐고 묻자 받지 않았다고 하는 프로듀서. 작년 그를 만나지 못해 다른 직원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공연 티켓은 어디로 사라져 버렸다.
딸을 공항에 배웅하던 날 아들은 시내버스를 타고 컴퓨터 조립 부품을 사러 다녀왔다. 짐이 꽤 무겁고 시내버스 정류장이 집에서 꽤 멀리 떨어져 힘들었다. 아들에게 연락을 받고 마중하러 가려는 순간 아들이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시내버스에 승객들이 많아서 부품을 사러 갈 때는 더 오래 걸렸고 반대로 승객이 더 작아서 집에 돌아올 때는 일찍 도착했다. 그런 줄도 몰랐다. 컴퓨터 부품을 여기저기서 구입해 조립하는데 온라인으로 주문한 부품이 맞지 앉아 반환하기도 하고 뉴욕에 부품이 없어서 서부에서 온다고 하니 애타는 심정으로 1주일을 기다렸다. 낡고 오래된 헌 컴퓨터 대신 새 컴퓨터를 빨리 사용하고 싶었는데 맘대로 되지 않고 기다림의 시간이 길기만 했지만 8월 중순 경 아들은 드디어 컴퓨터 조립을 끝내 기뻤다. 마음속으로 얼마나 환호를 했을까. 혹시나 컴퓨터 조립을 하다 작동이 안 되면 어떡하지 걱정을 했는데 무사히 완성을 했다.
딸이 서부로 떠난 뒤 혼자서 센트럴파크에도 가고 타임 스퀘어에 가서 공연도 보고 브라이언트 파크에 공연 보러 갔는데 재미가 없어서 심심해 메트 뮤지엄에 가려는 순간 쉐릴 할머니를 만나 함께 이스트 리버 공원에 댄스 축제를 보러 갔는데 교통편이 무척 불편해 피곤했는데 댄스 공연은 환상적이었다. 할머니가 전망 좋은 곳이라 날 데리고 갔는데 좋은 선택이었다. 할머니 교통 카드가 말썽을 부려 그날 지하철역에서 소동도 피웠다.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반에 무료 공연이 열리는 링컨 센터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아트리움에 가서 더블베이스와 바이올린 연주를 들었는데 멋진 공연이었다.
매년 8월 중순경 열리는 배터리 댄스 축제도 환상적이었다. 석양이 비추는 공원에서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무용가가들이 무대에 오르는데 왜 한국은 참가하지 않은지 궁금도 하다. 댄스 공연도 좋아하지만 석양을 무척 사랑하는 내게는 마법 같은 순간이라 더 특별하다. 황홀한 석양은 1년 내내 보여주지 않는다. 아주 잠깐 머물다 해가 지고 만다. 아름다운 순간은 찰나.
1920년대 재즈 시대를 떠오르게 하는 재즈 축제를 보러 거버너스 아일랜드에도 갔다. 매년 여름에 열리는 특별한 축제는 마치 영화 같다. 내가 모르는 음악이 흐르는데 얼마나 좋은지 몰라. 파티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행복이 내게로 올 거 같은 착각도 하면서 미소 지으며 여름날의 추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파티를 보다 섬을 떠났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이스트 빌리지에 찰리 파커 재즈 축제를 보러 갔다. 장미향 가득한 공원에서 재즈 선율을 감상하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5번가 성 패트릭 성당에 찾아갔다. 하필 일요일 미사 시간을 잊어버렸는데 아름다운 오르간 소리 울리는 성당에서 성가를 불러서 마음이 평화로웠다. 잠시 기도를 드리고 성당을 빠져나와 선물하기 위해 필요한 물품을 구입했다.
또, 오랜만에 메트에 가서 전시회를 보았다. 매주 한 번 정도는 방문해야지 하는데 왜 마음은 게으른 걸까. 고갱, 고흐, 마네, 모네 등 유럽 전도 보고 특별 의상전도 보았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세계적인 디자이너 재주에 감탄을 했던 특별 전시회를 두 번째로 보았다.
8월 19일부터 유에스 오픈 팬 위크 축제가 열렸다.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들의 예선전이 열리고 아들과 난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면서 경기를 봤다. 캐나다 선수랑 겨룰 때 캐나다 사람들 응원이 재미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순우 선수가 승리를 해서 기뻤다. 두 선수 모두 본선에 올라갔지만 정현 선수는 나달을 상대로 지고 말았고 권순우 선수도 유에스 오픈 개막 경기에서 부상으로 기권을 하고 말아 아쉬움이 남았다. 팬 위크 행사 동안 라파엘 나달, 로저 페더러, 노박 조코비치 등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들도 보았다. 8월 26일부터 본선 경기가 열리고 날마다 테니스 경기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지난 7월 중순 브런치 팀에서 <브런치북> 간행에 대해 열려줬는데 매일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가면서 틈틈이 초고를 다시 정리하는데 의외로 많은 시간이 들어갔고 8월 말경 유에스 오픈 테니스 경기 관람만 제외하고 퇴고 작업에 집중해 어렵게 작업을 마치고 8월 말경 브런치 북 <뉴요커의 보물지도>를 간행했다.
뉴욕에 올 때 아무것도 모르고 와서 무에서 시작해 뉴욕 곳곳을 방문하면서 보고 듣고 읽은 자료를 토대로 만든 책이라 내게는 상당히 눈물겨운 일이었다. 제로에서 시작하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아주 크다. 내가 뉴욕에 올 때 지금 알고 있는 것을 알았다면 다른 세상을 꿈꾸며 살았겠지.
수년 동안 매일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방문하다 보니 대학 시절 꿈꾸던 보물섬을 발견하게 되었다. 숨겨진 보물을 찾아서 만든 여행 가이드는 열정과 땀방울로 만든 것이었다. 열정과 꿈이 없었다면 절망 속에서 허우덕 거리고 있을지도 몰라. 살다 보면 힘든 때가 참 많다. 알지 못하는 사이 위기가 찾아온다. 8월 기쁜 일도 많았지만 슬픈 일도 많았다. 다 함께 나의 행복을 나눌 수는 있지만 나의 슬픔은 나눌 수가 없더라.
2달 전에 지인 남편이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슬픈 소식도 들었다. 우리 집에만 슬픈 일만 생기는 것도 아니다. 삶이 항상 기쁘지도 않다. 어렵고 힘들수록 마음의 평화를 찾도록 노력해야지.
시간은 흘러가고 만다. 내가 붙잡지 않으면 많은 것을 놓치고 만다. 8월의 화살이 달려가는 동안 브런치북 퇴고 작업하면서 무척 바쁜 가운데 뉴욕에서 열리는 중요한 축제를 보려고 애를 썼다. 스스로 행복을 찾아야지. 누가 날 위해 행복을 선물하겠어. 언젠가 장밋빛 인생이 찾아오겠지. 부단히 노력하자. 꿈을 위해 달려가자. 행복을 찾으러 떠나자.
9월 2일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