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by 김지수






구글 두들


1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 구글 두들도 동지를 기념하기 위해 특별 로고를 만들고. 하얀 눈사람도 보이고.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까. 맨해튼은 거리에 캐럴송이 울릴 텐데.


어릴 적 한국에서 엄마랑 함께 동지 팥죽 새알을 빗었는데 멀리 타국에서 지내니 언제나 죄인처럼 지낸다. 외국에서 사는 게 장단점이 있고 가까이 있는 자식처럼 할 수 없어 참 슬프다. 엄마와 나는 서로 달라 트러블이 많았다. 극과 극의 성격은 아무리 노력해도 오해의 소지가 남는 수가 있다. 어릴 적부터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 늘 바빴고 엄마는 그런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하셨다. 대학교 시절에는 동아리반 활동하고 레슨 받고 레슨 해주고 합주 연습하면 더 바쁘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집에서 지낼 시간이 거의 없었다. 발령이 난 후 바이올린 레슨 받으니 여전히 바쁘고 엄마는 함께 쇼핑도 가고 싶은데 난 그때나 지금이나 늘 시간에 허덕이고 지냈다. 하지만 동지팥죽 만들 때와 김장 김치 담글 때는 엄마 곁에서 도와드렸다. 뉴욕에서 지낸 동안 동지 팥죽 한 번 먹지 않고 지내고 세월만 흘러간다.


크리스마스 할아버지가 선물을 보내올 줄 알았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이제 포기할 때가 되었나 보다. 다섯 통의 레터를 보냈는데 슬프게 한 통의 답변도 받지 못했어. 그런 내 마음을 귀신처럼 알아버렸는지 보스턴에서 지낸 딸이 선물을 보내왔는데 너무 바빠 열어보지도 못했다. 빨리 지난 1년 사진 정리를 마쳐야 하는데 왜 그렇게 많은 사진을 찍었을까. 거의 매일 맨해튼에 가서 많은 이벤트를 보며 아이폰으로 기록을 했다.


뉴욕은 대학 시절 꿈꾸던 도시고 난 새로운 세상에 이제 태어나 눈을 뜨는 느낌이다.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가면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어서 좋아. 고등학교 시절 즐겁게 읽은 "책상은 책상이다"에 나오는 주인공은 중반 삶이 너무 무료해 사물 이름을 다르게 부는 게 기억이 난다. 책상은 양탄자로, 시계를 사진첩으로, 의자를 시계로. 난 그럴 필요가 없다. 내 마음을 열면 새로운 세상이 들어온다. 매일매일 새로워. 다인종이 거주하는 뉴욕이 주는 선물일 거 같아. 내가 본 뉴욕은 아직 미미한 부분일 거라 생각해. 물론 상류층이 아닌 자로서 볼 수 있는 한계도 많겠지. 일반인에게 오픈하지 않은 곳이 많아서.


1인 식사비가 160불 가까운 뉴욕 스타 셰프 장 조지는 다시 이메일을 보내서 식사하러 오라고 하고 내가 그럴 돈이 어디 있담. 며칠 전 한인 마트에 가서 장을 봤는데 며칠 지나니 다시 바닥이야. 참 먹고사는 것도 쉽지 않아. 올 가을 오페라 한 편도 보지 않았는데 메트 오페라에서도 소식을 보내오고 한인 예술 감독이 맡은 화이트 댄스에서도 소식을 전해 오고 문화 예술의 도시 뉴욕에 할 게 무궁무진하지만 무료/기부 아니면 너무 비싸니 눈을 감고 장님처럼 지낸 게 맞다. 꼭 보고 싶어도 너무 비싸면 너무나 거리가 먼 당신이야. 그렇게 지낼 수밖에 없다.


어젯밤 아들이 잠들기 전 전에 자주 방문한 피츠 태번 레스토랑에 대해서 말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집필한 오헨리의 단골 레스토랑. 아들이 사랑하는 메뉴가 있고 늘 같은 테이블에 앉은 중년 남자가 무얼 하는 분인지 궁금했으나 우린 묻지를 앉았다. 뉴욕에 이런 분이 참 많아.


맨해튼에 가려다 종일 집에서 사진 정리 중. 생각만큼 빨리 정리되지 않아 힘들고 사랑하는 유에스 오픈 테니스 사진 정리하다 지난여름 장애자 테니스 경기를 본 게 떠오르고. 휠체어에 앉아 테니스 경기를 한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인간의 힘은 어디가 한계인가 다시 생각이 들고. 몸이 정상이라도 쉽지 않은데 장애자도 정말 열심히 테니스 경기를 해서 놀라웠다.


새해가 며칠 남지 않았어. 빨리 정리를 마쳐야 할 텐데 걱정이다. 하루가 1000시간이라면 좋겠어. 더 많은 일을 할 테니. 새해 새로운 마음으로 아름다운 생을 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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