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과 추억들

by 김지수

11월 23일 토요일


신나고 행복했던 토요일.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가서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과 챔버 공연도 감상하고, 예쁜 장미꽃 향기도 맡고, 라커펠러 센터(록펠러 센터)에 가서 하얀 빙상에서 아이스 스케이트 타는 것도 보고, 5번가 성 패트릭 성당에 가서 촛불 켜고 기도드리고, 노란색 단풍도 보았지.


삶은 늘 복잡하지만 스스로 행복을 찾아야지. 내가 행복을 찾지 않으면 행복이 저절로 찾아오지 않더라. 늘 예측할 수 없는 불청객들과 힘든 투쟁 하며 보낸 시간들이 얼마나 많아. 아무리 노력하고 노력해도 내가 알 수 없는 일들이 참 많다. 나의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 난 단순한 삶을 좋아한다. 마음도 머릿속도 방 청소하듯 늘 비우고 깨끗하게 해야 더 좋아. 늘 감동적이고 마음 따뜻한 하루를 보내고 싶어.


겨울방학이 들어가기 전 줄리아드 학교에서 많은 공연이 열린다. 토요일 줄리아드 학교에서 종일 많은 공연이 열렸다. 줄리아드 학교는 최고의 놀이터야. 샌드위치 하나 들고 하루 종일 공연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한꺼번에 다 볼 수는 없고 챔버 공연과 예비학교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을 골랐다. 링컨 센터 앨리스 툴리 홀에서 컨템퍼러리 공연이 열려 약간 호기심도 들었지만 같은 시간에 열리니 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18세 한국 출신 Elli Choi 바이올리니스트가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다. 무대 경험이 많아서 프로 음악가처럼 자연스러웠다. 드레스도 정말 환상적이었지만 줄리아드 학교 공연 사진 촬영 금지라 올릴 수가 없어.


줄리아드 예비학교에서 협연한 음악가 가운데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 지휘자 장한나, 첼리스트 요요마 등이 포함되니 줄리아드 예비학교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정도 수준이면 프로 음악가의 길을 걷는다고 생각한다.





가을에 듣기에 참 좋은 곡이다. 협연했던 학생 경력도 무척 화려했다. 비에니아프스키 국제 콩쿠르 우승자이고 그 외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콩쿠르 등 국제 콩쿠르에 참가했고 명성 높은 오케스트라와 공연을 했으니 얼마나 바쁘고 힘들게 지냈을지 상상으로 부족하겠지. 줄리아드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세 번째로 연주했던 곡도 무척 예뻤다. 특히 아름다운 하프 소리에 반했어.


과거도 그랬지만 요즘 프로 음악가의 길이 험난하고 험난해. 미국 명문대 졸업 후도 오케스트라 오디션 합격하기가 너무 어려운 세상으로 변했으니까. 명성 높은 음악학교 졸업 후 험난한 고비고비를 넘어야 자리를 잡는다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듣곤 한다.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은 두 자녀가 어릴 적 레슨 받은 곡이고 딸이 엄마가 재정 문제로 어려울 거 같다고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을 레슨 받다 중단하고 한동안 레슨을 받지 않다 나중 뉴욕에 와서 잠시 레슨을 받았다. 그 무렵 한국에서 강동석이 연주하는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으며 펑펑 울던 기억도 났다.


스즈키 바이올린 교본으로 처음 바이올린 레슨 받다 스즈키 교본 마치고 바이올린 협주곡 레슨을 받기 시작한다. 처음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을 시작하지. 참 힘들고 긴 시간이 지나서 아름다운 곡을 연주한다. 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무에서 시작한 삶이 안정이 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려. 하루도 빠짐없이 두 자녀와 함께 바이올린 연습을 했던 세월이 10년도 훌쩍 지나갔다. 매일매일 그 힘든 시간을 견디고 고비를 넘겨야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와. 하루가 아니고, 한 달이 아니고, 1년이 아니고, 10년 이상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몇 시간씩. 재능 없이도 불가능하지만 열정과 헌신 없이 불가능한 음악 교육. 작고 작은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거 가운데 하나가 자녀 교육이더라.


참 알 수 없는 게 운명 아니겠어. 어린 두 자녀에게는 끝없이 미안하고 죄인이 되어버린 싱글맘. 정말 어렵고 슬픈 일이 많지만 슬픔을 어찌 말로 표현해. 두 자녀가 남 부러운 환경에서 교육받았다면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이 멀리 떠나와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뉴욕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니 하루하루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


예비학교 오케스트라 공연 보기 전 챔버 공연 보고 좀 피곤해 학교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사 마시려는데 하필 문이 닫아 학교 근처 마트에 갔는데 커피 대신 세일하는 아보카도 두 개를 사고 말았다. 싱싱한 아보카도가 세일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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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5번가 성 패트릭 성당


줄리아드 학교에 가기 전 맨해튼 미드타운 5번가 성 패트릭 성당에 가서 촛불을 켜고 기도를 드렸다. 미드타운은 벌써 여행객들도 점점 복잡해져 가고 할러데이 장식도 보면서 라커 펠러 센터 하얀 빙상도 바라보며 추억에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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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222.jpg?type=w966 라커 펠러 센터 하얀 빙상


나 어릴 적 하얀 빙상이 어디 있겠어. 그런 환경에서 김연아 선수는 올림픽 금메달을 받았으니 정말 대단해. 나 초등학교 시절 하얀 빙상에서 스케이트 하는 것은 TV에서나 봤지. 대신 롤러스케이트를 탈 수 있었다. 지금이야 세상이 변해 유혹하는 게 정말 많지만 과거 시절에는 특별한 게 없어서 롤러스케이트 타는 것도 즐겁기만 했다. 내가 너무너무 재밌게 타니 친정 아빠(지금은 고인이 된)가 롤러스케이트 타 보고 싶다고 오셔 신발을 신고 시도를 했지만 금방 넘어져 롤러스케이트 타는 법 배우기를 포기했다. 또 과거 가난한 시절 추석과 설날 명절에만 새 옷을 사 주었는데 새 옷 입고 롤러스케이트 타러 가서 넘어져 옷이 찢어지면 엄마에게 혼이 나고 나 역시 속이 상했다. 초등학교 시절이니 까마득한 추억이야. 그때는 세상이 어찌 변할지 몰랐지. 하루가 다르게 게 변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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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싱 주택가 11월 풍경



내가 사는 플러싱 주택가 노란 단풍도 얼마나 예쁜지 몰라. 나 혼자 오래오래 노란 단풍을 쳐다보았다. 그 예쁜 단풍 바라보는 사람도 없으니 이상하지. 1년 단 며칠 아름다운 순간을 보여주고 떠나는 단풍. 대학 시절 좋아하던 노래도 생각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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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ques Brel - Ne Me Quitte P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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