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화요일
늦은 오후 줄리아드 학교에 갔다. 그날이 줄리아드 학교에서 11월 마지막으로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 추수 감사절 휴일 즈음에 공연이 없고 12월이 되어야 공연을 시작한다. 저녁 6시 첼로 소나타를 폴 홀에서 감상하는 중 쉐릴 할머니가 오셨다. 할머니를 만날 거라 예측하지 못해 무슨 일로 공연 중간에 왔냐고 물으니 콜럼비아 대학 밀러 극장에 Pop Up 콘서트 보러 갔는데 너무 실험적인 음악이라 일찍 홀을 떠났다고 하셔 웃었다. 오래전에도 지나치게 실험적인 음악이라 공연이 막이 내리니 객석에서 감사하다고 말하니 나도 웃었다.
난 요즘 정신없이 바빠서 일기조차 밀린 상황이라 컬럼비아 대학 스케줄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커뮤니티를 위해 가끔씩 무료 공연을 여는 컬럼비아 대학 밀러 극장. 1호선 지하철역 116가 컬럼비아 대학 역에 내리면 학교 입구 옆에 있다. 와인과 맥주도 무료로 주니 얼마나 좋아. 단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를 확인하기 위해 신분증을 검사한다. 그곳에서 열리는 공연이 좋을 때도 있고 가끔 지나치게 실험적이기도 하다. 하긴 뉴욕은 실험적인 도시가 아닌가. 실험적인 도시 뉴욕에 실험적인 라이프를 사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속한다.
줄리아드 학교에서 할머니랑 첼로 공연을 감상했다. 전날 들은 베토벤 첼로 소나타 3번도 다시 들어서 좋았다. 가을에 드는 첼로 음악이 참 좋아. 하얀 겨울을 향해 떠나는 가을의 뒷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저녁 8시 피아노 공연이 열렸고 첼로 공연 감상 후 휴식 시간 할머니랑 줄리아드 학교 카페에 가서 푹신한 소파에 앉아 휴식을 했다. 할머니는 아보카도를 사고 싶은데 싱싱한 게 없다고 불평하셔 줄리아드 학교 뒤편에 마트가 있는데 그곳에서 산 아보카도가 싱싱해서 좋더라고 말했다. 추수 감사절이니 칠면조 요리 대신 아보카도라도 드셔야겠다는 할머니. 브롱스 할머니 집에 마약 딜러 상인이 몰래 들어와 거래도 하고 마약도 하니 참 불편한데 경찰에 신고해도 필요 없고 그래서 이사를 하고 싶은데 뉴욕에서 이사하기 힘들고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할머니. 렌트비가 무척 저렴한데 위험하니 불편한 아파트다. 쉐릴 할머니 아니었다면 이런 뉴욕 상황에 대해 잘 몰랐을 거다. 아직도 위험한 지역도 있다고 하나 내가 어찌 뉴욕시에 대해 전부 알겠어.
휴식 시간 쉐릴 할머니가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 등에서 미리 받은 무료 공연 티켓을 내게 주셨다. 부지런하신 할머니. 난 요즘 정신없이 바빠서 공연 티켓 받으러 가지도 못했다. 물론 아무리 바빠도 매일 공연을 보러 다녔다. 뉴욕에 사니까 누려야지. 행복은 스스로 찾아야지. 누가 내게 행복을 가져다주겠어. 사랑하는 공연 감상하면 행복이 밀려와. 뉴욕 음악팬들은 미리 무료 공연 티켓을 받으니 일찍 매진된다. 줄리아드 학교에 가면 매일 출석한 백발 할아버지도 만나고 참 재밌는 도시야.
함께 피아노 공연을 감상했는데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와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와 바리톤이 부르는 곡도 감상했는데 정말 좋아 행복했던 가을밤이었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한인 여학생 피아니스트 연주였다. 바리톤 목소리가 좋다고 아들에게 말하니 엄마는 항상 바리톤 좋아하더라고 하니 웃었다. 브람스 곡 소나타 바이올리니스트 연주가 참 좋았다.
무료로 천재 학생들 공연을 감상하니 즐겁기만 하는데 수 차례 환승하고 플러싱에 돌아오면 딴 나라 세상이 펼쳐진다. 버스 기사님은 어디로 사라져 버려 오래오래 기다렸다. 겨울 왕국이 다가오고 있는데 요즘 자주 기사님이 사라져 골탕을 먹이네. 가을밤 사랑에 빠져버렸을까. 맨해튼에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멋진 집을 지어야겠어. 어디에 지을까. 센트럴파크 옆에 지을까. 링컨 센터 하늘 위에 지을까. 하얀 갈매기 춤추는 허드슨 강 위에 지을까. 내 마음의 집은 세상에 흩어져 있어. 마음이야 어디를 못 가니. 맨해튼 빌딩은 하늘 높이 올라가는데 왜 내가 살 집은 없담. 슬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