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 월요일
맨해튼 어퍼 웨스트사이드 애플 스토어 골목에 Kaufman Music Center (129 W 67th St, New York, NY 10023)가 있다. 그러니까 줄리아드 학교와 무척 가까운 곳이다. 가끔 특별한 공연을 보러 가는 곳이고 주로 유료가 많은데 그날 무료 티켓을 구해 방문했다.
거의 매일 공연을 볼 수 있는 맨해튼이고 가끔 공연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도 있으니 망설일 때도 있는데 얼마나 좋던지 황홀한 월요일 오후였다. 그리 좋을 줄 알았다면 아들을 데리고 갔을 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비제 카르멘, 푸치니 나비부인과 라보엠, 베토벤 첼로 소나타 등을 감상했다.
베토벤 곡이 참 예쁘다. 들을수록 더 예쁜 첼로 소나타. 사실 유튜브에 올려진 음악은 라이브와 많이 다르다. 그래서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은 라이브 공연을 보러 간다.
재능 많은 테너의 목소리와 아름다운 베토벤 첼로 소나타가 정말 좋았다. 좋은 공연을 감상하면 감동이 밀려온다. 이 팍팍하고 힘든 현실 만약 내가 뉴욕에서 공연을 자주 감상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병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지옥과 천상의 두 가지 색채를 보여주는 뉴욕. 내 삶도 천국에서 지옥으로 왕래를 하곤 하지.
특별 무료 공연을 감상 후 아지트에 가서 커피와 함께 잠시 휴식하다 그리니치 빌리지 뉴욕대에서 열리는 특별 이벤트에 참석할지 역시 망설이다 이탈리아 나폴리 영화제(단편 영화)를 감상하러 갔다. 내가 무척 사랑하는 뉴욕대 빌딩인데 이번 가을 학기 자주 방문하지 못했다. 오래전 나의 휴대폰을 분실해 대소동을 피웠던 바로 그 빌딩.
그때 아들이 몹시 아팠는데 비싼 휴대폰을 분실했다고 하니 엄마와 함께 그리니치 빌리지에 가서 낯선 빌딩을 찾아가 노크를 하고 친절하게 맞아주는 할아버지도 만났다. Find My iPhone (나의 iPhone 찾기)를 하니 이 근처 빌딩에 있다고 하면서 문을 열어 달라고 했다. 오래전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한 할아버지는 내 휴대폰을 찾으러 왔다고 하니 놀라셨다. 세상 참 많이도 변했구나 하면서. 휴대폰을 분실한 날도 뉴욕대 빌딩에서 특별 이벤트를 감상하다 문득 손에 휴대폰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빌딩 사무실에 찾아가 물었지만 없다고 하니 당황했다. 운이 좋게 분실한 다음날 휴대폰을 찾았다. 덕분에 그리니치 빌리지 브라운 스톤 빌딩에 들어가 보았다.
Short Films from the Naples Film Festival
Mon, 11/25/2019 - 6:30 pm
아름다운 나폴리 영화제 단편 영화는 왜 그리 슬퍼.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멋진 바닷가 전망 보이는 아파트에 사는 노모와 장애인 아들이 주인공이다. 노모는 장애인 아들을 힘겹게 돌보다 어느 날 자신이 암 말기란 것을 알게 된다. 바닷가에 아들을 데리고 가서 산책도 하는 장면도 황홀하기만 한데 아들은 걷지도 못하는데 노모가 암에 걸리고 말았으니 희망조차 없다. 절망과 외로움과 싸우는 노모의 가슴 아픈 사연을 담은 단편 영화. 잠시 가슴이 먹먹해졌다. 왜 삶이 이다지 힘들고 슬프단 말인가. 정말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난관에 봉착해 본 사람은 알리라. 하나하나 장애물을 극복하기 얼마나 어려운가를. 그 외 몇몇 단편 영화를 보고 일찍 떠났다.
그리니치 빌리지 뉴 스쿨 근처 거리에 거리 모험가 홈리스 짐이 놓여 있었다. 얼마나 힘들게 모은 빈 캔일까. 세상의 부자와 가난뱅이가 사는 뉴욕. 부자들은 몇 대가 먹고 살 돈이 넘치고 넘칠 텐데 가난한 사람은 당장 낼 렌트비도 없어서 거리도 쫓겨나는 세상. 참 눈물겨운 세상이지. 2008년 경제 위기가 찾아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어버렸는가. 롱아일랜드 제리코 아파트에 살 때도 아래층 젊은 남자가 실직자가 되어 아파트 밖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자주 보곤 했다. 어린 딸 한 명을 키우는 가족이었는데 실직자가 되니 얼마나 슬프고 힘들었겠어. 뉴욕 법은 아파트 내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다. 또, 줄리아드 학교에서도 실직자가 된 변호사도 만났다. 50대 중반 즈음으로 보였는데 해고될 거라 미처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맨해튼 미드타운 대형 로펌에서 오래오래 일했지만 뉴욕 문화에 대해 잘 몰라 몇 개 공연을 알려주니 고맙다고 했던 중년 남자도 가끔 줄리아드 학교와 링컨 센터 공연 예술 도서관에서 만나곤 했다. 생을 누가 알겠는가. 아무도 모르지. 그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예쁜 옷을 입고 반짝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