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모마

by 김지수

11월 29일 블랙 프라이데이



뉴욕 현대미술관(모마 MoMA)이 보수 공사를 마치고 지난달 21일 오픈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오랜만에 방문했다. 모마 멤버십 유효기간이 지나 갱신해야 하는 입장이라 금요일 저녁 무렵 무료입장 시간을 이용했다. 금요일 오후 5시 반부터 밤 9시 사이 무료입장이나 방문객이 너무 많아 피곤하다. 6시 반 즈음 도착했는데 모마에 입장하려고 추운데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할 수 없이 나도 줄을 서서 기다리다 입장권을 받아 들어갔다.


조용히 감상하면 좋은데 역시나 방문객이 많으니 정신없고 피곤하고. 전시 공간이 확대되어 갤러리 구경하기도 참 많은 열정이 필요하고 그래도 오랜만에 방문했으니 여기저기 기웃기웃거렸다. 어린 딸과 함께 드로잉 하는 젊은 아빠 모습이 참 인상적이고 어린아이 데리고 온 젊은 부부들 역시 기억에 남는다. 요즘 세상은 변해가나. 과거 두 자녀 키울 적 미술관 방문이 무척 어려웠는데 걷지도 못하는 어린아이 데리고 미술관에 오는 것 보면 놀랍다.


모마가 갈수록 첼시 갤러리와 비슷하고 새로 오픈한 모마가 참 특별하고 좋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뭔가 기대를 하고 방문했더라면 실망을 많이 했을 거 같아.


모마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피카소와 샤갈과 마티스의 그림이 정말 특별하구나가 아니다. 오래오래 전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전시 공간이 무척 멋져 놀랐다. 고급 재질의 나무 바닥과 조명이 무척 예뻤다. 한국에서는 본 적이 없는 전시 공간이었다. 지금도 그 생각은 같다. 모마 실내 인테리어가 단순하고 멋지다.


브라질 상파울루 제1회 비엔날레 포스터 보고 한국 화가 김환기도 떠올랐다. 김화백 생존 시 뉴욕에서 죽도록 고생했다고 하는데 그의 작품이 아주 비싸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상파울루 비엔날레 1회는 내가 탄생하기도 전에 열려서 놀랐다. 왜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세계적인 미술 행사 비엔날레가 열렸는지 궁금했지만 게을러 찾아보지도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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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그림 보니 반가웠어. 하버드대학 연구소 벽에 르네 그림이 걸려 놀랐다. 하버드 대학 연구소에서 봤던 르네 마그리트 작품 보면서 우리 가족이 하버드대학 연구소 방문해 창밖 바라보던 추억이 떠올랐다. 딸이 보스턴 케임브리지 연구소에서 일할 때 추수감사절에 보스턴에 방문해 며칠 지냈다. 딸이 아니었다면 보스턴이 아주 정다운 도시는 아닐 텐데 자주 방문하니 고향처럼 가까워져 갔다. 아주 오래전 메가 버스 타고 보스턴에 방문해 아무것도 모르니 고생만 죽어라 하고 맛없는 음식 먹고 피곤했는데 딸이 친절하게 구석구석을 소개하니 보스턴 여행이 즐거웠다. 안 것과 모른 것의 차이가 참 크다. 뉴욕 여행도 마찬가지다. 알면 알 수록 재미있고 덜 피곤하다.



IMG_2312.jpg?type=w966 플로린 스테마이어, 1933 가족 초상화



2년 전인가 어퍼 이스트 사이드 유대인 박물관에서 플로린 스테마이어 회고전을 봤는데 그때 봤던 작품이 보였다. 뉴욕 부잣집에서 탄생한 작가 스테마이어 가족 초상화 작품이 1933년인데 얼마나 화사하고 예쁜지 놀랍지. 당시 미국 대공황 시절이라 보통 사람들 삶은 무척 어려웠을 텐데 그림에서 상류층 가정 분위기를 물씬 느꼈다. 캔버스에 멋진 드레스를 입은 가족들의 초상화가 담겨 있고 백합꽃과 양귀비꽃과 장미꽃과 크라이슬러 빌딩도 보여. 당시도 지금도 빈부차가 무척 큰 뉴욕. 대공황 시절에 보수가 줄어드니 뉴욕에 살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떠난 사람도 많았다는 글도 오래전 서점에서 읽었다.



IMG_2316.jpg?type=w966 모마 1층 조명등 예뻐.


모마 전시 공간이 무척 크고 낯선 작가의 작품도 보였지만 방문객이 무척 많아 작가가 누군지도 확인하지 않고 지나쳤다. 모마 출입문 입구 조명등이 예술품처럼 멋져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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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마


뉴욕은 할러데이 시즌이라 호텔과 레스토랑과 마트 등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반짝반짝 빛난다. 12월 초 록펠러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도 열릴 예정이고 센트럴파크, 그리니치 빌리지 워싱턴 스퀘어 파크, 링컨 스퀘어 곳곳에서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이 열린다.


블랙 프라이데이 내 신용 카드는 불이 붙었어. 큰일이야. 꼭 필요한 두 자녀 겨울 외투를 구입했고 뉴욕 교통 카드 구입하니 돈이 수돗물처럼 흘러버렸어. 그래도 블랙 프라이데이니까 외투를 구입하지 평상 시면 눈 감고 살지.


아들은 엄마가 모마에 가서 전시회 보는 동안 집에서 탕수육 요리를 만들었다. 첫 작품인데 맛이 좋았다. 유튜브 보고 탕수육 요리 배웠다고 말했다.


모마에 가기 전 아지트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는데 우연히 미술 비평가와 코미디언을 만나 서로 웃었다. 우리는 인연이 많은가. 맨해튼에서 꽤 자주 만나네. 추수 감사절과 블랙 프라이데이 이틀 연속 만나니 웃었어.


모마에 가려고 아지트를 막 떠나려는 순간 스타 오페라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 이야기가 TV 뉴스에 떴다. 플라시도 도밍고가 성추문으로 메트에서 해고되었는데 조사받나 봐. 그가 악몽이라고 표현했다고 하니 다시 웃었다. 그를 조사한 사람들은 얼마나 웃을까. 분명 플라시도 도밍고는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겠지. 안 했다니까, 하면서. 수 천 번도 더 반복할 거야. 그럼 증인들은 그가 거짓말하고 있어요,라고 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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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마의 대표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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