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링컨 스퀘어 Winter's Eve 축제

by 김지수

12월 2일 월요일 사이버 먼데이


뉴욕에 하얀 눈이 펑펑 내려 동화나라 같았다. 따뜻한 커피 마시며 창밖 바라보며 멍하니 인생이 뭘까 생각에 잠겼다. 정말 알 수 없는 게 인생 아닌가. 하늘의 뜻을 인간이 어찌 알아. 내가 뉴욕에 와서 이 많은 고생을 할지 누가 알았단 말인가. 아무도 없는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은 무한 도전이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왔다. 삶이 이처럼 복잡하게 꼬일 거라 미처 상상도 못 했다. 힘들더라도 함께 나누면 절반이 될 텐데 혼자 몫이니 얼마나 무거워.


내 삶만 복잡한 것도 아니지. 삶이 뜻대로 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잣집에서 태어나 결혼해 죽어라 고생한 사람도 있고, 어릴 적 가난하게 지내다 결혼 후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있고, 외국에서 박사 학위 받고도 실직자 되어 7- Eleven에서 오징어 맥주 사 마시며 작은 오피스룸에서 다시 일어나기 위해 꿈꾸는 사람도 있고, 일찍 하늘나라로 떠난 사람도 있고 병원에 입원한 사람도 있다. 눈 오는 날 잠시 창밖 보며 대학 친구들은 무얼 하고 지낼까 생각도 했지. 연말이라 더 바쁠 텐데 어쩌다 소식이 뚝 끊겨 버렸네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해가는 세월을 살다 보니 이제는 과거와 달리 겉이 화려한 사람보다는 안이 멋진 사람이 백만 배 더 멋지게 보이더라. 겉은 멋진데 안은 썩어버린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 돈과 파워와 권력에 눈먼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 왜 젊은 시절에는 몰랐을까. 평범한 집에서 태어나 평생 성실하게 사니 행복해요,라고 말한 사람이 더 좋더라. 마음의 감동은 화려한 외부에서 오지 않는다. 행복은 우리 마음 안에 있다. 가난하고 어렵더라도 행복하게 산 사람도 있다.


하얀 눈 내리니 이 생각 저 생각하며 잠시 휴식하다 복잡한 일도 몇 통의 전화를 하고 링컨 센터로 향해 걸었다. 하얀 눈 펑펑 쏟아지니 도로에서 걷기도 무척 힘들기만 하고 조심해야지. 미끄러지면 난리 나니까. 엉덩방아 찧으면 안 되니까.



IMG_2347.jpg?type=w966 링컨 스퀘어 단테 파크에서 열린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 행사. 다양한 공연도 열고 맛집 축제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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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오후 링컨 스퀘어에서 Winter's Eve 축제의 현장. 라이브 방송하고 사람들이 많아서 가까이서 볼 수 없었다.


월요일 오후 링컨 스퀘어에서 Winter's Eve 축제가 열렸다. 링컨 스퀘어 단테 파크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이 열리고 합창, 뮤지컬, 스윙, 댄스 등 다양한 행사와 맛집 행사도 열려 맛있는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데 요즘 정신없이 복잡하고 바빠서 지갑에 돈이 얼마 든지도 몰랐는데 하얀 천막 보자 지갑을 여니 1불짜리 몇 개만 들어있어. 아들이 사랑하는 부숑 베이커리에 가서 브라우니, 스콘과 머핀 한 개씩만 사서 가방에 담고 축제를 보러 갔는데 사람들이 엄청 많아 단테 파크 근처에서 구경하기는 불가능하고 도로는 질퍽질퍽하고 날씨는 춥고 내 마음도 흔들렸다. 그런 순간 우연히 이마에 혹이 난 할아버지도 만났다. 뉴욕에서 축제가 열리면 자주 만나는 할아버지. 가끔 카네기 홀에서도 만난다. 축제가 열리면 얼굴에 장밋빛 미소 지으며 항상 혼자 찾아온다. 지난여름 링컨 센터 축제에서 봤다. 오랜만에 할아버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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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에 현금이 있다면 하얀 천막 돌며 음식을 맛볼 텐데. 춥고 배고프고 힘도 없고 마음은 복잡하고 그러니까 집에 일찍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 순간 축제 프로그램을 확인하니 링컨 센터 엘리노 부닌 먼로 필름 센터에서 <나 홀로 집에>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고 팝콘까지 공짜로 준다고 하니 하얀 눈 오는 날 영화나 보자고 달려갔다. 메트를 지나며 오페라 보고 싶은 마음 꾹꾹 누르고. 내가 평소 다른 유혹에는 잘 넘어가지 않으나 오페라는 가끔 넘어간다. 입석표 사서 오페라 보느니 차라리 다음에 러시 티켓 시도하자고 마음을 다스리고 영화를 보러 가서 박스 오피스에서 티켓 한 장 받고 극장에 들어갔다. 어찌 알고 찾아왔을까. 어린 자녀 데리고 온 엄마도 보았다. 뉴욕 영화 상영료가 저렴하면 1주일에 한 편씩 보고 싶은데 너무너무 비싸서 평소 안 보게 된다. 영화제가 열리면 20불 이상하면 차라리 오페라 보지. 팝콘도 먹으며 신나게 영화를 보고 있는데 비상 전화가 와서 극장을 떠났다. 더 이상 영화를 볼 수 없는 내용의 전화였다. 복잡할수록 마음을 안정시켜야지. 링컨 센터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왔다. 삶은 복잡하고 복잡하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살자. 이 폭풍은 무사히 지나가야 할 텐데.


월요일 Cyber Monday (사이버 먼데이). 추수 감사절 다음날이 블랙 프라이데이. 대개 블랙 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 세일을 이용해 쇼핑을 많이들 한다. 평소보다 훨씬 가격이 저렴하니까. 빨리 매진되니 사이즈가 없어서 마음에 드는 옷을 구입하기도 어렵기도 하고. 운 좋으면 엄청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니 좋고. 이런 정보도 늦게 늦게 알았다.


가난한 사람들 살기 어려운 추운 겨울이 찾아왔어. 이 겨울 따뜻하게 행복하게 지내야 할 텐데. 링컨 스퀘어 단테 조각상은 좋겠다. 이제 매일 밤 크리스마스트리가 예쁜 불을 밝힐 테니까. 단테도 외롭지 않을 거야. 예쁜 불빛이 마음을 따뜻하게 하잖아. 록펠러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은 4일 열린다고 하던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갈까. 난 가지 않을래. 수년 전 시도하다 포기했어. 사람들이 너무 많고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한다. 뉴욕 볼 게 많지만 공짜지만 열정 페이가 하늘처럼 비싸. 추운 겨울 오래오래 기다린 것은 공짜가 아니다. 화장실도 못 가고.




*글은 12월 3일 아침에 쓰는 중인데 평소보다 실내 기온이 10도 이상 떨어져 겨울 왕국이야. 너무너무 춥네. 블랙 프라이데이 주문한 아들 겨울 외투가 예정대로 3일 아침에 도착해 기쁘다. 추운 겨울 아들은 겨울 외투 없이 오래오래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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