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첫눈이 내렸어요

by 김지수

12월 1일 일요일


뉴욕에 첫눈이 왔다. 첫눈이 내리면 소원을 빌어야지. 소원이 이뤄질까. 많은 소원을 빌면 욕심쟁이라고 할까. 하느님은 내 소원을 들어줄까. 새해는 기쁜 소식 가져오면 좋겠다.


첫눈은 내리다 그치고 바람도 심하게 불고 겨울비가 내렸다. 망설이다 맨해튼에 갔다. 12월의 첫날 카네기 홀 박스 오피스에 가서 12월 공연 티켓 몇 장을 구입해 가방에 담고 줄리어드 학교에 갔다.


Chamber Music Recital

Sunday, Dec 01, 2019, 5:00PM


LUDVIG VAN BEETHOVEN Sonata for Violin and Piano in C minor, Op. 30 No. 2

JOHANNES BRAHMS Cello Sonata No. 2 in F major Op. 99

DIMITRI SHOSTAKOVICH Piano Trio No. 2 in E minor Op. 67

JOSEPH HAYDN String Quartet in C Major Op. 76 no. 3 - "Emperor Quartet"


아, 착각을 했어. 오후 5시 반인 줄 알았는데 5시에 이미 체임버 공연이 시작했다. 할 수 없이 홀 밖에서 잠시 듣다 곡이 끝나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인연이람. 놀랍게 아들이 맨해튼 음악 예비학교 시절 만난 피아니스트가 브람스 첼로 소나타 반주를 했다. 정말 진한 음악가 느낌 풍기는 학생이야. 세월이 얼마나 빠른지 몰라. 지난번 폴 홀에서도 아들과 함께 그 학생 연주를 보며 깜짝 놀랐는데 다시 만나게 되었다. 피아노 연주가 아주 훌륭하다. 브람스 첼로 소나타 연주 막이 내리고 휴식 시간 동안 화장실에 다녀오는데 낯선 할머니가 브람스 첼로 소나타 연주했던 두 명의 음악가에게 연주가 좋았다고 하니 얼굴에 장밋빛 미소를 지었다. 뉴욕 노인들 음악 감상 수준도 높고 음악을 무척 사랑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칭찬받아 기분 안 좋은 사람 없겠지. 흐뭇한 풍경이었다.




다음 곡은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3중주였다. 한국에서 쇼스타코비치 곡을 라이브로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뉴욕에 와서 자주 줄리아드 학교에서 듣곤 하는데 들을수록 좋다. 오늘 연주도 좋아 맨해튼에 오길 잘했구나 생각을 했다. 정오, 오후 2시 반, 5시, 저녁 7시 반에 체임버 뮤직 공연이 열리는데 맨해튼에 살지 않으니 오후 5시 공연만 감상했어도 만족스러웠다. 첫눈이 오는 날 체임버 뮤직 공연 보러 온 청중들도 많아서 놀라고 대개 나이 지긋한 분들이 많다. 하이든 현악 4중주까지 듣고 링컨 센터에서 지하철을 타고 몇 차례 트랜스퍼하고 플러싱에 도착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IMG_2337.jpg?type=w966 맨해튼 링컨 스퀘어 거리 풍경, 첫눈이 오자마자 사르르 녹아 버리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12월이 오고 말았다. 마지막 남은 한 달 무얼 하며 채울까. 해마다 돌아오는데 돌아보면 아쉽기만 하는 시점. 부지런히 애를 쓰고 살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서 힘들기만 했던 지난 시간들. 그래도 매일매일 기록을 하려고 노력했다.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매일매일 즐겁게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해야지. 한국에서는 연말이라 망년회로 바쁘겠네.



IMG_2300.jpg?type=w966 맨해튼 미드타운 호텔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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