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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 방앗간_베조드 압두라이모프

by 김지수

12월 10일 화요일


참 엉뚱하게 사고를 치고 말았다. 우연히 카네기 홀 앞을 지나다 포스터를 봤는데 사랑하는 쇼팽곡을 연주한다고 하니 나도 모르게 박스 오피스에 가서 표 한 장을 구입하고 말았다. 카네기 홀 자석이 날 끌어들였어. 거부할 수 없는 특별한 자석의 힘! 운이 좋았는지 저렴한 티켓이 있어서 구입했다. 바로 아들에게 카네기 홀 공연 보니 늦을 거 같다고 연락을 했다. 참새 방앗간 참 문제다. 음악을 사랑하니 유혹에 빠지곤 한다. 물론 카네기 홀에서 열리는 공연이 1년 내내 열리는 게 아니니까 스스로 그럴싸한 핑계를 대면서 티켓을 구입했다. 뉴욕이라서 세계적인 공연이 자주 열리고 저렴한 티켓도 파니 자주 볼 수 있고 그래서 감사한 마음으로 산다. 다른 거 몰라도 뉴욕 문화예술면은 최고로 좋다. 난 미국 예찬론자도 아니고 뉴욕 예찬론자도 아니다. 단 뉴욕 문화 예술면은 멋지다고 생각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세계적인 공연과 전시회들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어.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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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내리는 날 뜬금없이 카네기 홀에 가서 베조드 압두라이모프 공연 티켓을 샀다.




December 10, 2019 — 8 PM

Stern Auditorium / Perelman Stage


Behzod Abduraimov, Piano


CHOPIN Twenty-Four Preludes, Op. 28

DEBUSSY Children's Corner

MUSSORGSKY Pictures at an Exhibition


Encores:

TCHAIKOVSKY Lullaby, Op. 16, No. 1 (arr. Rachmaninoff)

PROKOFIEV "Mercutio" from Ten Pieces from Romeo and Juliet, Op. 75

LISZT Etude No. 3 in G-sharp Minor, "La campanella" from Grandes études de Paganini



저녁 8시 카네기 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 출신 피아니스트 베조드 압두라이모프 공연 프로그램 쇼팽, 드뷔시, 무소르그스키 연주는 내 취향은 아니었다. 지난 10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할 때 난 처음으로 그의 연주를 들었고 그가 2009년 런던 국제 콩쿠르 우승자고 서울 시향과도 협연을 했음을 늦게 알았다. 쇼팽곡은 마우리치오 폴리니 연주가 더 좋고, 드뷔시 곡 연주가 어려운지 피아니스트에 따라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베조드 압두라이모프 드뷔시 곡 연주는 나의 기대와 멀고 <전람회의 그림> 피아노 곡 연주도 내 귀에는 줄리아드 학교에서 들은 연주가 더 좋았다. 연주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홀을 떠나는데 복도에서 그의 앙코르 곡이 들려왔다. 본 프로그램 연주보다 앙코르 곡 연주가 더 좋은 듯 들려오나 맨해튼이 아닌 플러싱에 사니 그냥 홀을 떠났는데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 곡은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곡인데 라 캄파넬라 연주할 줄 몰랐어.






화요일 저녁 6시 컬럼비아 대학 밀러 극장에서 Pop Up 콘서트(Bridget Kibbey 하피스트)가 열렸다.

컬럼비아 대학 밀러 극장 하프 특별 공연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기 전 아지트에서 뜨거운 커피 한 잔 마시며 책을 읽다 아트 스튜던츠 리그 갤러리에 가서 할러데이 특별전을 감상하고 콜럼버스 서클에서 지하철을 타고 컬럼비아 대학에 갔다. 와인과 맥주도 무료로 제공하니 신분증을 검사하는데 그날 하프 특별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아주 많아서 아가씨가 뒤로 와서 두 개의 지팡이를 든 할아버지 신분증을 검사하지 않고 초록색 종이 띠를 손목에 채워주었다. 그 띠가 있으면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그 아가씨가 내게도 와서 신분증 검사도 하지 않고 손목에 초록색 띠를 채워주니 기쁘다고 해야 할지 슬프다고 해야 할지 두 가지 마음이 서로 겹쳤다. 빨리 홀 안으로 들어가니 좋고, 얼마나 나이 들게 보이면 신분증 검사하지 않은 거야 생각하면 슬프지. 너무 빨리 늙어가니 서글프다. 까만 머리카락이 하얀 눈송이 휘날리니 당연 그렇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하프 연주로 들을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하던지! 하프 연주도 좋았다. 천사들의 연주하는 음악 같잖아.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맥주 마시며 클래식 음악 감상하는 곳은 아주 흔하지 않을 텐데 컬럼비아 대학 밀러 극장 연주가 지나치게 실험적이라서 쉐릴 할머니가 공연 중간 도망 나와 줄리아드 학교에 와서 웃었지만 가끔은 청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음악도 들을 수 있으니 좋다. 대체로 Pop Up 콘서트가 실험적일 때가 많다.



할러데이 시즌이라 콜럼비아 대학 St. Paul's Chapel에서도 특별 공연이 열렸다. 하프 연주 잠깐 보다 특별 공연을 보러 St. Paul's Chapel에 갔다. 가끔 무료 공연이 열리고 주로 컬럼비아 대학생들과 교수님들이 오셔 공연을 감상한다. 물론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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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462.jpg?type=w966 컬럼비아 대학 입구 할러데이 장식이 예쁘다.



할러데이 시즌이라 컬럼비아 대학 정문 입구 가로수는 황금빛 장식으로 빛나 가슴 설레게 한다. 따뜻한 불빛 보면 황홀해진다. 그날 비가 내려 여기저기 움직이기 불편했지만 뉴욕은 정말이지 다양한 이벤트와 공연이 열리니 좋기도 하다. 맨해튼에 가서 핫 커피 한 잔 마시고 책을 읽고, 카네기 홀과 컬럼비아 대학에서 특별 공연 감상하고, 아트 스튜던츠 리그에서 전시회 감상했다. 약간의 게으름을 피운다면 모두 놓치고 말 텐데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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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447.jpg?type=w966 아트 스튜던츠 리그 할러데이 시즌 작품을 판다. 저렴한 가격에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삶은 복잡하고 힘들고 내 뜻대로 되지도 않지만 나의 최선을 다하고 기다리고 필요 없는 걱정 안 하고 사는 게 행복의 길이다. 걱정은 쓰레기통에 버려야 해. 매 순간 사랑한 것들로 채워가자. 스스로 행복을 찾아야지 누가 내게 행복을 선물하겠어. 참, 감사한 마음으로 두 분에게 크리스마스 카드 대신 공연 티켓을 우편으로 보냈다. 바쁜데 서로 만나려면 미리 약속해야 하고 번거로워 우편이 가장 간단할 거 같아 예쁜 장미꽃과 수국 꽃 우표를 붙여 파란색 우체통에 넣었다. 뉴요커들은 정말 바쁘게 사니 시간을 소중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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