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1일 수요일 하얀 눈 내린 날
수요일 아침 하얀 눈이 내려 그림처럼 예쁜 풍경을 보았다. 겨울 풍경은 예쁘나 거실 실내 온도는 낮아 춥고 두 가지 마음이 겹쳤다. 좀 더 추우면 하얀 눈사람으로 변할 거처럼 추운 겨울날. 지하철 타고 맨해튼에 가는데 두 명의 거리 음악가가 아코디언과 기타를 치면서 크리스마스 캐럴송을 부르니 신났다. 언제 들어도 크리스마스 캐럴송이 좋아. 요즘 맨해튼에 가면 자주 듣는다. 하얀 눈 내리고 캐럴송 들으니 붉은색 모자를 쓴 산타할아버지가 예쁜 선물을 한아름 들고 집에 오실 거 같다는 상상도 한다. 크리스마스에 기적이 일어나면 좋겠어. 복잡한 일도 다 해결되고 행복 가득한 새해가 오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춥고도 추운 겨울날 난 오랜만에 다운타운 브룩필드 플레이스(Brookfield Place)에 찾아갔다. 럭셔리 매장과 맛집과 아름다운 허드슨 전망도 볼 수 있는 곳. 가끔 특별한 공연이 열리곤 한다. 아주 오래전 허드슨 강을 따라 거닐다 멋진 요트 정박장이 보여 놀랐는데 알고 보니 브룩필드 플레이스 옆이었다. 뉴욕에 부자들 얼마나 많아. 영화보다 더 멋진 삶을 누리는 상류층들도 많은 뉴욕.
수요일 나의 방문 목적은 올림픽 선수들이 할러데이 시즌 특별히 준비한 이벤트 Stars United's Red Hot Holidays를 보기 위해서. 10일과 11일 이틀 저녁 7-8시 사이 열린 특별 이벤트였다. 할러데이 시즌이라 캐럴송도 들려오고 레너드 코헨 <할렐루야> 노래도 들려왔다. 하얀 빙상에서 멋진 아이스 스케이트 쇼를 감상하니 마치 영화 같았어. 그런데 날씨가 너무 추워 내 몸은 꽁꽁 얼어가고. 이벤트 참가한 사람에게 무지갯빛 반지도 나눠주니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공연을 감상했다. 반지가 마법을 부릴 거 같다는 착각을 하게 했어. 록펠러 센터 특별 이벤트처럼 잘 알려졌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피곤할 텐데 아주 많지도 않아 덜 피곤했다. 올림픽에 참가해 금메달을 딴 김연아 선수도 생각났다. 추운데 얇은 의상 입고 스케이트를 타니 평범한 사람과 프로와 차이가 하늘과 땅처럼 크지. 프로는 어떤 환경에도 불평하지 않고 해낸다.
수년 전 12월 뉴욕에 하얀 눈이 펑펑 내려 그날도 난 센트럴파크에 설경 사진 찍으러 달려갔는데 너무 추워 휴대폰이 작동을 멈춰 버려 할 수 없이 공원을 빠져나와 카네기 홀 옆 스타벅스 매장에서 잠시 휴식을 했다. 지금은 그 스타벅스 매장은 문을 닫아버렸지만 내게는 특별한 추억이 남아 있는 곳이다. 그날 안네 소피 무터가 카네기 홀에서 연주를 했는데 아주 얇은 드레스를 입고 바이올린 연주를 하니 감동을 받았다.
브룩필드 플레이스 가는 길 뉴욕 최고 럭셔리 World Trade Center Oculus 지하철역을 지나가는데 얼마나 예쁘고 환상적이던지 마치 영화 세트장 같았다. 아니 영화보다 더 예쁘고 멋졌어.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고 있는데 장식이 너무 멋졌다. 오큘러스 지하철역 역시 럭셔리 쇼핑 매장과 맛집과 카페가 있으니 좋다. 뉴욕 여행객은 한번 가볼만한 곳이다. 난 주로 Cortlandt St (R/W지하철)을 이용한다. 1,2,3호선 지하철역은 꽤 멀리 떨어져 초보 여행자에게 불편하다.
할러데이 시즌 브룩필드 플레이스 크리스마스 장식도 환상적이다. 크리스마스트리도 예쁘고 매일 맨해튼에 가서 아마도 백 개 이상의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는 듯.
브룩필드 플레이스 방문하기 전에는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센트럴파크 근처에 있는 프릭 컬렉션에 방문했다. 마네의 특별전이 열려서 오랜만에 찾아가서 마네 부인 초상화도 보고 마네가 그린 생선과 새우 그림도 봤는데 생선은 정말 먹음직스럽게 생겼는데 내가 좋아하는 새우는 형편없었어. 마네는 새우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작고 말라비틀어진 새우를 보고 웃었어. 농담이야. 마네 부인 초상화는 세잔 부인 초상화와 조금 비슷하더라. 마네 부인이 피아니스트란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지하에 내려가니 이탈리아 피렌체 메디치가 사랑하는 조각가 Bertoldo di Giovanni (ca. 1440–1491) 특별전도 감상했다. 조각가 미켈란젤로의 스승이고 도나텔로의 제자라고 하네.
메디치가가 자본주의 시초란 것은 우연히 스트랜드 서점에서 책을 읽고 알게 되었는데 알면 알 수록 자본주의가 씁쓸한 맛이야. 뉴욕에 와서 놀란 것은 프라이빗 비치가 있을 뿐 아니라 프라이빗 감옥도 있어. 프라이빗 감옥은 럭셔리 호텔급 수준이라고 하니 얼마나 놀라워. 돈이 많으면 편리한 세상. 돈을 위해 나쁜 짓을 하는 게 문제지. 이민자들은 먹고살기도 힘든데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 시스템적인 문제가 있다.
메디치가 사랑하는 조각가 전시회를 보았다. 조각 가운데 마차 조각이 있어서 마차 타고 하늘로 달려가 친정아버지 만나 도움을 달라고 말하고 싶어. 하늘에 계신 친정아버지는 날 보고 계실까. 날마다 눈만 뜨면 기도를 하고 살지. 기도하고 음악 공연 감상하며 마음을 릴랙스하고 나의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려야지. 신이 하는 일 인간이 하는 일 따로 있더라. 걱정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니 걱정할 필요도 없고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해. 마음을 하얗게 깨끗이 비워야 해. 걱정하고 고민하면서 무겁게 할 필요가 없다.
메트 뮤지엄에 비해 규모가 작고 아담하지만 뉴요커가 사랑하는 프릭 컬렉션은 매주 수요일 오후 2-6시 사이 기부금을 내고 입장하니 좋고 여행객들도 알고 방문하더라. 평소 입장료가 22불이니 저렴하지 않다. 뉴욕 미술관 입장료가 비싼 편이다. 그래서 기부금 입장하는 시간을 이용해 보는 사람들이 많다.
프릭 컬렉션 정원은 휴식하기 참 좋다. 물 흐르는 소리 들으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난 향기도 좋고 군자란 꽃도 예쁘게 피었더라. 프릭 컬렉션에서 내가 사랑하는 램브란트 초상화도 다시 보았어. 짙은 녹색 카펫이 깔린 전시 공간에 가면 늘 램브란트 초상화를 보곤 한다. 우수에 젖은 얼굴 표정과 고통에 찬 중년의 램브란트의 초상화. 그도 힘든 시절이 있었구나 상상을 한다. 삶이 누가 쉽다고 하겠는가. 그날그날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 소중한 행복을 찾아야지. 휠체어에 할머니를 태우고 온 할아버지도 감동적인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