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 토요일
행복한 토요일 오후를 보냈다. 갑자기 폭풍이 몰아쳐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도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타고 맨해튼에 갔다. 불청객은 왜 자주 날 찾아오는지 몰라. 복잡한 일이 너무나 많다.
오후 2시 버지니아 울프 <올랜도> 연극을 볼 예정이었는데 수 차례 환승해야 하는데 집 앞에 도착하니 막 시내버스가 떠나고, 플러싱 메인스트리트 지하철역에 도착하니 막 7호선이 떠나고, 퀸즈보로 플라자 지하철역에 도착해 다시 오래 기다려야 하니 이미 연극이 시작할 시간이 지나가니 마음을 비워야 했어. 나랑 인연이 없는 걸 어떡해. 유명한 올랜도 작품을 게을러 읽어보지도 않았는데 연극이라도 보려고 미리 예약했는데 안타깝게 볼 수 없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반스 앤 노블 북카페에 가서 읽어봐야겠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어디 한 두 번인가. 연극 한 편 못 본다고 마음이 무너져야 되겠는가. 그래도 마음 한 편 아쉬움이 남아서 아지트에 도착해 뜨거운 커피 마시며 책을 읽으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할러데이 시즌이라 책을 읽으며 크리스마스 캐럴송도 들었다.
플러싱에 사는데 수 차례 환승하고 맨해튼에 갔는데 연극도 못 보고 그냥 집에 돌아가기 아쉬워 줄리아드 학교 웹사이트에 접속해 공연 스케줄을 확인하니 오후 4시 바이올린 리사이틀이 열려 콜럼버스 서클을 지나 링컨 스퀘어 단테 파크를 지나 줄리아드 학교에 도착했다. 한국 출신 예비학교 학생 바이올리니스트 연주가 정말 좋았다. 아주 오래전 아들도 연주했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도 멋지게 연주하고 쇼팽 녹턴도 사라사테의 찌고이네르바이젠 곡도 예쁘게 연주해 황홀한 오후를 보냈다. 카네기 홀 무대에서 연주하는 프로 음악가처럼 멋진 연주를 하니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은 멋진 연주를 들을 때 행복하다. 같은 연주가라도 항상 연주가 다르고 라이브 무대는 프로 음악가라도 항상 어렵다. 오후 5시에도 바이올린 리사이틀이 열렸고 간 김에 예비학교 학생들 바이올린 공연을 감상했다.
1년 만에 할러데이 시즌 명성 높은 메이시스 백화점 쇼윈도를 구경하러 갔다. 내가 헤럴드 스퀘어 메이시스 백화점에 간 이유는 쇼핑이 아니다. 매년 가슴 설레게 하는 메이시스 백화점 쇼윈도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비록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연극을 볼 수 없었지만 황홀한 바이올린 연주를 감상해 행복한 토요일 오후를 보냈다.
Saturday, Dec 14, 2019, 4:00 PM
FELIX MENDELSSOHN Violin Concerto in E Minor, Op. 64
FREDERIC CHOPIN Nocturne No. 20 in C-sharp Minor, B. 49
PABLO DE SARASATE Zigeunerweisen, Op. 20
Saturday, Dec 14, 2019, 5:00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