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이 찾아온 날_조이스 디도나토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by 김지수

12월 15일 일요일


뜻밖의 행운이 찾아온 일요일 오후. 요즘 복잡한 일이 너무나 많아 머릿속이 4차 전쟁터다. 그래서 날마다 공연을 감상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노력 중인데 나도 인간인데 모든 스트레스가 말끔히 해소되겠어. 스트레스 덕분에 꼭 보려고 했던 카네기 홀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공연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일요일 늦잠까지 자고 일어나 커피 한 잔 마시고 청소를 하다 문득 카네기 홀 공연이 떠올랐다. 아, 조이스 디도나토 공연 봐야 하는데. 맨해튼에 살지도 않고 어떡하지 걱정해봐야 필요 없는 일.


아들과 함께 브런치를 먹고 맨해튼에 갔다. 혹시 티켓이 남았는지 물어보려고. 카네기 홀에 오후 2시가 될 무렵 도착했다. 사람들이 엄청 많아 복잡해 직원에게 무슨 공연이 열리냐 물으니 포스터를 보란다. 세계적인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 공연이 저녁 8시가 아니라 오후 2시였다. 깜박했다. 박스 오피스에 혹시 저렴한 티켓이 남았는지 묻자 직원이 내게 한 장 내밀었다.


정말 행운이었어. 정말이지 삶이 복잡하니 스트레스와 전쟁 중이라 12월 보고 싶은 카네기 홀 공연조차 잊어버릴 정도였다. 서둘러 계단을 올라가다 생각하니 카네기 홀 공연 포스터를 찍지 않았다. 그런데 공연이 곧 시작할 시간이라 아래층으로 내려갈 시간이 없었다. 공연 포스터는 공연이 막이 내리면 이미 사라지고 없다. 할 수 없이 그대로 자리에 앉아서 조이스 디도나토가 부른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들었다. 뉴욕에 조이스 디도나토 음악팬들이 많다. 그날 슈베르트 곡을 멋지게 불렀다. 피아노 반주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지휘자 Yannick Nézet-Séguin (야닉 네제 세겐)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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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ce DiDonato, Mezzo-Soprano /Yannick Nézet-Séguin, Piano



공연이 막이 내리자 두 사람은 꼭 껴안고 있었다. 카네기 홀 무대에서 처음 보는 광경에 놀랐다. 두 사람 모두 공연이 만족스러웠나 짐작을 했다. 팬도 꽃다발을 선물했고 카네기 홀에서도 두 사람에게 꽃다발을 선물했다. 만약 저렴한 티켓이 없으면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피아노 공연을 보려고 했는데 슈베르트 곡을 감상하니 보고 싶은 피아노 연주는 볼 수 없었고 오후 5시 Honors Chamber Music 공연만 감상했다.


가끔씩 행운이 찾아오기도 하는구나. 삶이 무척 복잡하고 행운보다는 불청객이 더 자주 찾아와 날 힘들게 하지만. 뜻밖의 행운에 감사했다. 미리 포기했더라면 좋은 공연을 놓칠 뻔했다. 뉴욕에 사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좋은 공연 보는 것! 세계적인 음악가 공연도 저렴한 티켓을 사서 볼 수 있으니 좋다. 근데 복잡한 일들은 언제 다 해결되지. 새해가 오기 전 불청객들은 저 멀리 우주로 날아가면 좋겠어.




December 15, 2019 — 2 PM

Stern Auditorium / Perelman Stage


Joyce DiDonato, Mezzo-Soprano

Yannick Nézet-Séguin, Piano

SCHUBERT Winterreise



Honors Chamber Music

Sunday, Dec 15, 2019, 5:00 PM


MOZART String Quartet No 19 in C Major, K. 465 'Dissonance" Kila Quartet

MENDELSSOHN String Quartet No. 6 in F minor, Op. 80 Bora Quartet

RAVEL Piano Trio in A minor Villaume T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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