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 화요일 크리스마스이브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7시 공연을 보러 카네기 홀에 갔다. 매년 이맘때쯤 열리는 뉴욕 스트링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곤 한다. 줄리아드 학교, 커티스 음악원, 맨해튼 음대 등에서 공부하는 젊은 음악가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다.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연주하니 내 옆에 앉아있던 딸이 수 천 번도 더 연습했던 곡이네 하니 가슴이 아팠다. 아무것도 모르고 초등학교 방과후반에서 시작한 바이올린 레슨. 재능이 많다고 개인 레슨을 받게 되니 하루하루가 얼마나 숨 막히고 힘들었는지. 참 오랜 세월 동안 레슨을 받다 보니 딸이 초등학교 시절 폴란드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때 모차르트 곡을 연주했다. 아들은 누나의 협연 공연을 보지 못했다고 하니 놀랐다. 오래전이라 난 기억조차 없는데 엄마가 아들에게 학교에 가서 수업받으라고 하니 누나 연주를 보지 못했다고. 하루 수업 빠져도 될 텐데 왜 아들을 데리고 가지 않았는지 몰라. 이미 지난 일인데 마음이 아팠다. 한국에서 지낼 적 뉴욕이 뭔지도 몰랐고 관심조차 없었는데 줄리아드 학교가 뉴욕에 있어서 우리 가족이 뉴욕에 오게 되었다. 나 혼자서 줄리아드 학교 웹사이트에 접속해 오디션 곡을 보니 두 자녀가 레슨 받는 곡이면 준비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뉴욕에 오려고 준비를 했다. 뉴욕에서 태어나도 뉴욕에서 생존하기 버거운데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와서 얼마나 많은 도전을 하고 있는지 몰라. 기쁜 일도 많고 슬픈 일도 무척 많은 뉴욕 생활. 삶은 한없이 슬프지만도 않고 한없이 행복한 것도 아니다.
뉴욕 크리스마스이브는 거의 대부분 상점들이 저녁 7시경 문을 닫는데 우린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보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데 렉싱턴 애비뉴 지하철역에서 갑자기 딸이 케이크를 사야 하는데 잊어버렸다고 혼자서 내려 케이크를 사러 가고 우린 그대로 지하철을 타고 먼저 집에 돌아왔다.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맛있는 Financier(Bouche de Noel) 케이크를 구입해 밤늦게 집에 돌아와 함께 먹었다. 다 함께 행운의 케이크를 먹었으니 새해는 우리 가족에게 행운이 찾아오면 좋겠다. 딸 덕분에 행운의 케이크를 먹었다. 작년에 메종 카이저 케이크를 먹었는데 올해 먹은 프렌치 케이크가 맛이 더 좋았다. 메종 카이저는 초콜릿이 너무 진하고 강했다.
December 24, 2019 — 7 PM
Stern Auditorium / Perelman Stage
New York String Orchestra
Jaime Laredo, Conductor
Nancy Zhou, Violin
Overture to The Marriage of Figaro
Violin Concerto No. 5, "Turkish"
Symphony No. 41, "Jup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