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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_카네기 홀

by 김지수

12월 28일 토요일


저녁 8시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볼 예정이었다. 딸은 친구를 만나러 일찍 집에서 출발하고 아들과 난 늦게 출발해 카네기 홀 근처에서 딸을 만나 식사를 하고 공연을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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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월 열리는 New York String Orchestra 공연이었다. 젊은 음악가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이지만 공연이 좋아서 저렴한 티켓을 구입해서 매년 보곤 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 좌석은 하늘 높은 꼭대기층이다. 시야가 가려져 무대가 잘 안 보이지만 비싼 티켓을 구입할 형편이 아니니 참는다.



IMG_2973.jpg?type=w966 사진 중앙 Shannon Lee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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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던 Shannon Lee 바이올리니스트는 2018년 맨해튼에서 열리는 나움버그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만났다. 그녀의 경력이 무척 특별해서 놀란다. 콜럼비아 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하고 커티스 음악원을 졸업하고 현재 클리브랜드 음악원에서 석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천재 음악가다.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은 약간 흔들렸지만 2악장과 3악장 연주는 좋았다.


아들이 음악 학교 오디션 준비할 때 매일 연습하던 곡이 바로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매일 눈만 뜨면 아들이 연습하는 곡을 듣곤 했다. 12월 카네기 홀에서 뉴욕 스트링 오케스트라 공연이 두 번 열리는데 두 자녀가 연주했던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과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니 과거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뜻깊은 공연이었다.


아들과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가는 동안 아들 친구와 맨해튼 레스토랑에서 나눴던 이야기를 했다. 수년 전 레스토랑 위크 때 줄리아드 학교를 졸업한 아들 친구랑 함께 식사를 했을 때 아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들 친구가 엄마의 강요로 바이올린 레슨을 받기 시작했는지 아니면 스스로 선택했는지 물었다. 아들 친구에게 후자라고 말하니 약간 놀란 눈치였다. 대개 악기 레슨은 부모의 강요로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아들이 아주 어릴 적 누나가 바이올린 연습하는 것을 보고 기어코 바이올린을 배우겠다고 성화를 부려서 결국 내가 지고 말았다. 아주 어린 나이는 엄마의 역할이 아주 크니 좀 더 크면 레슨을 시키고 싶었지만 아들은 누나와 함께 바이올린 레슨을 받고 싶어 했다. 바이올린 레슨을 갈 때 아들이 엄마 이제 레슨 갈 시간이에요,라고 말할 때 아들은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갔는가.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세월이 흘러가고 말았다.


두 자녀 특별 레슨을 하면서 세계적인 음악가들도 만났다. 한국에서 만난 바이올린 선생님들과 빈 대학교 바이올린 교수님도 생각나고 뉴욕에서 만난 음악가들도 생각난다. 아들에게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레슨을 해주신 줄리아드 학교 출신 바이올린 선생님은 힘든 박사 과정을 마치고 지금 서부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고 들었다. 또, 가끔 코네티컷 주에 사시는 Albert Markov (알버트 마르코프) 교수님이 어떻게 지내시는지 안부가 궁금하다. 아들이 맨해튼 음악 예비학교에서 공부할 때 만난 지도 교수님 댁에 레슨을 받기 위해서 운전을 하고 찾아갔다. 낯선 도로 운전을 무척 싫어하는데 할 수 없이 운전을 하고 찾아갔다. 코네티컷 주는 뉴욕보다 훨씬 공기가 더 깨끗하고 좋아 그곳에 도착하면 몸 상태가 달라져 놀란다. 세계적인 음악가이지만 검소하게 지내시는 교수님 댁은 영혼 박물관 같다. 교수님 생일잔치에 초대받곤 했는데 우리 집 사정이 복잡하니 지인들과도 연락을 하지 않게 된다. 지금이야 10년 된 소형차도 팔아버려 교수님 댁 찾아가기도 무척 어려운 상황이다. 바이올린 레슨 받을 때 암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니 아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힘든 미국 고교 과정을 하면서 주말마다 레슨 받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데도 해내는 재능 많은 학생들도 뉴욕에 무척 많다.


카네기 홀을 나오면서 붉은색 제복을 입은 카네기 홀 직원에게 행복한 연말연시 보내라고 말하고 떠났다. 자주 카네기 홀에 가니 몇몇 직원들 얼굴도 알고 서로 만나면 인사를 나누곤 한다.


올해 카네기 홀에서 마지막 공연을 본 셈이다. 12월에 빈 소년 합창단 공연과 뉴욕 팝스 공연과 뉴욕 스트링 오케스트라 공연 등을 감상했다. 아들과는 가끔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보곤 하지만 딸은 무척 바쁘고 뉴욕에서 함께 살지 않으니 자주 공연을 볼 수 없어서 아쉽다. 뉴욕에서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호사가 카네기 홀 공연과 메트 오페라가 아닌가 싶다. 물론 미술관도 무척 많아서 전시회도 보고 싶은 만큼 다 볼 수 있으니까 좋기도 하다.





December 28, 2019 — 8 PM

Stern Auditorium / Perelman Stage


Performers

New York String Orchestra
Jaime Laredo, Conductor
Shannon Lee, Violin


Program

MENDELSSOHN Sinfonia No. 10 in B Minor

TCHAIKOVSKY Violin Concerto

BRAHMS Symphony No.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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