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9일 월요일
겨울비 내리는 월요일 오후 두 자녀랑 메이시스 백화점에 가서 지난 블랙프라이데이 구입한 딸 겨울 외투를 반환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반환 시스템은 좋은 듯하다. 2층 매장에서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았지만 생각보다 더 빨리 일을 처리해 좋았다. 왜 겨울 외투를 반환하는지 묻지도 않았다. 옷에 붙은 가격표와 반환 시 필요한 영수증을 보여주었다. 플러싱 메이시스 백화점에 가 본지도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뭐 백화점 카드도 없고 그러니 백화점에 거의 가지 않는다. 맨해튼 메이시스 백화점과 플러싱은 너무도 달라서 처음에 많이 놀랐다. 맨해튼에 사는 사람들과 플러싱에 사는 사람들이 다르니 백화점에 진열된 상품도 다르다.
지하철을 타고 타임 스퀘어에 <작은 아씨들> 영화를 보러 가는 중 지하철역에서 내려 새해 소망의 벽(New Year's Eve Wishing Wall)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Father Duffy Square에 갔는데 보이지 않아 섭섭했다. 누구나 소망의 벽에 소망을 적어 붙일 수 있는데 25일이 마지막 날이란 것도 몰랐다. 새해 이브 행사 시 소망을 적은 종이는 볼 드롭 카운트 행사 때 타임 스퀘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올해는 더 많은 소망을 적어 벽에 붙이려 했는데 아쉽게 단 하나의 소망도 적지 못했다. 전에는 자주 타임 스퀘어를 지나쳤는데 갈수록 여행객들이 많아 복잡한 타임 스퀘어에 갈 에너지는 줄어가는 듯. 겨울비 내리는 날에도 타임 스퀘어는 아주 복잡했다. 그래도 새해 이브보다는 덜 복잡하겠지만. 새해 이브 타임 스퀘어 행사 보는 사람은 얼마나 특별한지. 그 복잡한 곳에서 화장실도 못 가고 자정까지 기다리는 사람들은 대단하다. 아픔과 슬픔 많은 올해가 지나가고 기쁨과 행복 많은 새해가 오길 바란다.
우리의 목적지 타임 스퀘어 극장에 도착해 온라인으로 구입한 티켓을 보여주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작은 아씨들> 영화를 보았다. 저녁 시간 예약하려고 했지만 남은 좌석이 맨 뒤라 할 수 없이 그냥 예약했는데 극장에 도착하니 자리가 텅텅 비어 이상하다 했는데 귀신처럼 영화 상영하는 시각에 맞춰 도착하는 관객들을 보고 놀랐다. 우린 아주 오랫동안 광고를 보았다. 한국 기아 자동차 광고 제작비가 꽤 들었을 거란 추측도 하면서. 미국은 광고에 많은 비용을 쓰지 않는다. 꼭 필요한 부분에 지출하는 미국 문화를 엿본다. 미국 광고는 조선시대 같아. 늦게 도착한 극장 관객들은 커다란 팝콘과 코카콜라를 들고 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더라. 덕분에 난 팝콘 향기를 맡으며 영화를 봤다. 지난번 링컨 센터에서 겨울 축제 열린 날 <나 홀로 집에 2> 영화를 무료로 보던 날 팝콘도 무료로 줘서 먹었는데 도중 긴급 연락을 받고 영화도 보지 못하고 극장을 나와버렸다.
어릴 적 친정아버지가 구입해준 세계 명작 시리즈에 있었던 작품이고 재밌게 읽었는데 수 십 년 세월이 흘러가니 줄거리는 하얀 백지상태로 변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책처럼 좋은 장난감은 없다. 혼자서 심심할 때 책을 읽으면 얼마나 행복해.
올해 크리스마스 데이 개봉한 영화는 인기가 많아서 매진이라 자꾸 미루게 되었다. 영화는 미국 북동부 지역에 사는 네 자매 성장 이야기를 다룬다. 오랜만에 현실적인 내용을 다룬 영화를 보니 좋았다.
Louisa May Alcott (루이자 메이 올컷)이 소설 마지막 부분을 뉴욕 맨해튼 그리니치 빌리지 삼촌집에서 완성했다는 것도 뉴욕에 와서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어릴 적 읽은 책을 집필한 작가들이 뉴욕과 인연이 깊은 점도 놀랍다. 영화 상영료가 부담이라서 자주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다 서부에서 딸이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아 뉴욕에 오니 함께 극장에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 딸의 지갑 덕택에 호강하고 있다.
뉴욕에서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본 영화가 Avatar (아바타)다. 그때도 영화 티켓이 얼마나 비싸던지 깜짝 놀랐다. 세 사람 영화 티켓이 50불 정도 줬다. 뉴욕 물가 비싸다. 돈 가치를 생각 안 하면 돈이 물처럼 사라져 버린 뉴욕. 그때 우리 가족은 롱아일랜드에 사니 맨해튼 지리가 아주 낯설었고 기차를 타고 펜스테이션에 내려 낯선 도로를 거닐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았다. 그때에 비하면 맨해튼 지리는 더 이상 아주 낯설지는 않지만 여전히 낯선 도시에서 생존하는 것은 지구를 든 거처럼 무거운 현실. 숨쉬기도 어려운데 행복 찾기 놀이를 하고 있다.
소망의 벽에 가려고 타임 스퀘어 극장으로 골랐는데 소망은 적지도 못하고 그 복잡한 타임 스퀘어를 지났으니 두 자녀에게 미안했다. 겨울비 내리니 더 복잡해 미안함이 몇 배로 부가되었다.
연말이 되니 매일 기부금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는 이메일이 쏟아진다. 또 뉴욕 시립 발레, 메트 오페라 등 수많은 곳에서 공연을 보라고 연락이 온다. 딱 이틀 남은 올해.
파란색 가방에서 보스턴 미술관 입장권과 교통 카드 영수증이 나온다. 갑자기 보스턴 여행 추억이 물밀듯 밀려온다. 딸이 보스턴 캠브리지에 교수님과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고 하다 아들과 나도 동행하게 되었는데 너무너무 추워 혼이 났지만 돌아보면 여행은 언제나 좋지만 행복한 추억도 슬픈 추억도 있다. 딸 친구가 사준 보스턴에서 구입한 L.A. Burdick Handmade Chocolates 초콜릿 맛이 일품이야. 너무너무 맛이 좋다. 보스턴 미술관에서 아이폰이 작동하지 않아 당황을 했다. 작동하지 않은 핸드폰을 보고 울 수도 없고 할 수 없었어. 그때 딸은 친구를 만나러 가고 아들은 호텔에서 머물고 나 혼자 지하철을 타고 미술관에 갔다. Back Bay (백베이) 쉐라톤 호텔 근처 푸르덴셜 지하철역에서 3 정거장 거리에 미술관이 위치하니 편리했다. 새해 더 자주 여행을 가고 싶다는 소망도 가져보면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