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7일 화요일 흐림
맨해튼 5번가에서 신나게 걸었다. 머릿속 생각은 텅텅 비우고.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 아파오니까.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으니까. 알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이 일어나니까.
5번가 트럼프 타워 맞은편 빌딩 갤러리에서 전시회도 보며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미국 인상파 화가 프레드릭 칼 프리스케도 프랑스 인상파 화가 끌로드 모네 그림도 연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아름다운 정원에 앉아서 책을 읽는 풍경을 담은 그림도, 창가로 아름다운 정원이 비치는 붉은색 커튼이 드리워진 그랜드 피아노 앞에서 앉아 있는 그림도, 연꽃 가득 핀 호수 그림도 날 행복하게 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갤러리에 방문하기가 약간 어색하기도 하다. 비싼 그림을 구매하려는 게 아니니까. 직원들은 손님이 그림을 사면 좋을 텐데 나 같은 사람은 구경만 하니까. 5번가 풍경이 비치는 조용한 갤러리에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거나 내 하고 싶은 일 하는 작업공간이면 정말 좋겠다는 꿈도 꾼다. 이건 이뤄지지 않는 불가능한 꿈인지 알지만.
7층 갤러리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또 다른 갤러리를 보러 갔다. 뉴욕 출생 여류 화가 Loren MacIver 작품도 좋았다. 전시회 관람하다 맞은편 빌딩 트럼프 타워도 내려다봤어. 트럼프 타워 2층 스타벅스 카페에서 최고로 맛있는 프라푸치노 커피를 마셨다. 딸이 준 쿠폰으로. 혼자 조용히 갤러리에서 시간을 보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번가로 내려와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할러데이 시즌 막 내리자마자 봄빛으로 변한 쇼윈도도 구경하고 신났어. 비록 명품 쇼핑을 하지 않지만 언제는 눈이 즐거운 명품 매장. 멋진 쇼윈도 보고 거닐다 5번가 성당에 가서 촛불을 켜고 기도를 하고 나와 록펠러 센터 크리스마스트리도 보고 걸었다. 5번가 지하철역 가려는데 자라 매장에 세일 광고가 보여 들어가 구경을 했다. 할러데이 시즌 끝나고 시작하는 1월 세일 시기에 가끔 옷을 구입하곤 한다. 슬프게 예쁜 스타일의 옷이 왜 내 것이 아닌지 몰라. 아무래도 자주 쇼핑을 해야 할까. 쇼핑할 때 옷을 입어볼 때 마음은 다이어트해야지 하다 집에 돌아와 식탁 앞에 앉으면 먹고 싶은 만큼 먹는 나의 특기! 모델처럼 아름다운 몸매여야 아름다운 곳도 구입할 텐데 참 슬프네. 그래도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니까 봄에 입을 만한 저렴한 원피스를 샀다. 맨해튼 5번가는 나의 놀이터. 멋진 갤러리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고, 성당에서 기도도 하고, 멋진 쇼윈도도 구경하고, 쇼핑도 하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홈리스들도 보고.
저녁 식사는 물론 아들이 준비하고. 늦게 집에 돌아와 함께 맛있는 식사를 했다. 쇼핑할 때 다이어트해야지 하는 마음은 다 잊어버리고 식사를 했다. 웃자. 행복하게 살자.
화요일 이른 아침 아들과 호수에 산책을 하러 갔다. 하얀 갈매기떼들이 호수 위에서 춤을 추더라. 얼마나 예쁜 그림인지. 호수의 평화로운 풍경을 보면 가슴은 행복 가득해진다. 아름다운 자연이 주는 행복도 크다. 나처럼 고독한 겨울나무도 보고 호수 풍경 바라보며 휴식을 하다 집에 돌아왔다.
저녁 이란 테헤란 공항에서 우크라이나 항공기가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는 슬픈 뉴스를 들었다. 얼마나 슬플까. 우리가 알 수 없는 일들이 참 많다. 삶이 뭘까. 살아있는 동안 행복하게 살아야 할 텐데 슬픈 일이 너무너무 많다. 기쁘고 행복한 일은 말할 수 있지만 슬픈 일은 차마 입을 열지 못한다. 그래도 웃으며 살려고 노력한다. 매일매일 열리는 '하루'를 선물이라 생각하며 꽉 채우려고 노력한다. 하얀 캔버스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듯 찬란하고 멋진 내 삶을 만들어 가려고 쉬지 않고 노력한다. 생은 내 뜻대로 되지도 않고 슬픈 일은 너무나 많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