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맨해튼 음대 로버트 만 마스터 클래스와 소호 전시회

참 쓸쓸한 세상이야

by 김지수

2020년 1월 9일 목요일


설렘이 가득한 날인데 날씨가 정말 추워 맨해튼에 갈지 약간 망설이다 지하철을 타고 갔다. 매년 새해가 되면 기다리는 특별 음악 행사 Robert Mann String Quartet Institute Master Class를 보려고. 미국에서 재능 많은 음악가들 쿼텟이 참가하는 마스터 클래스라 좋고 더구나 무료라서 더 좋다. 매년 1월 열리는 음악 행사 가운데 내가 가장 사랑하는 특별 행사에 속한다. 로버트 만 교수님이 돌아가시기 전에는 마스터 클래스 보려고 오셨는데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살고 계신다.


맨해튼 음대에 가려고 1호선 116가 컬럼비아 대학 지하철역에 내려 피곤을 깨우려 근처 마트에 들려 커피를 구입했는데 직원이 준 커피가 식어서 기분이 아주 좋지는 않았고 커피 뚜껑이 잘 열리지 않아서 불편했는데 직원에게 말하지 않고 그냥 손에 들고 맨해튼 음대로 향해 걸어갔는데 오후 2시 반 시작하는 마스터 클래스에 지각하고 말았지만 덕분에 식은 커피를 다 마실 시간이 충분해 커피를 마시면서 홀 밖에서 현악 4중주 단이 연주하는 베토벤 음악을 들었다. 한국에서는 마스터 클래스를 일반인에게 오픈을 하지 않고 레슨비 역시 정말 비싼데 뉴욕은 무료로 일반에게 오픈하니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점이 많다. 아담한 규모의 홀에서 열리는 마스터 클래스 보려고 온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음악 교수님과 학생들 그리고 소수 음악 애호가뿐이다.


상당히 추운 날이라 맨해튼이 아닌 플러싱에 사는 내게는 맨해튼 외출이 가볍지 않으니 망설이다 갔는데 역시 멋진 선택이었다. 베토벤 현악 4중주를 들으니 마치 천국에 도달한 느낌이 들었다. 머릿속 복잡함과 고통과 무거움은 사라지고 아무 걱정 없는 신선이 된 느낌. 클래식 음악이 정말 특별하다. 연주가 좋으면 특히 그렇다. 목요일 참가하는 두 그룹 현악 4중주 연주는 정말 좋았다.


어릴 적 빨간색 스카프를 두른 야성미 넘치는 베토벤의 초상화를 자주 보았지만 그때는 베토벤 음악이 뭔지도 몰랐다. 세월이 흘러갈수록 베토벤 음악이 참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다 200여 년 전 당시 사람들은 베토벤 음악을 이해를 했을까 생각도 했다. 바르톡 현악 4중주 곡도 감상했는데 자주 음악회에 가는 내게도 상당히 어려운 곡이라 우주에서 산책하는 느낌이 들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맨해튼 음대 수위가 마스터 클래스에 가는 날 붙잡고 어디에 가냐고 약간 불친절한 어투로 물어서 고개를 돌리니 그녀도 날 기억하면서 "로버트 만 마스터 클래스에 가세요?"라고 말했다. 자주 맨해튼 음대에 공연을 보러 가니 그녀도 날 기억할 것인데 평소와 달라서 약간 어색했다. 평소 줄리아드 학교에 비해서 수위의 태도가 친절하고 엄격하지 않은데 새해 방문객을 검사하는 규정이 변했나 짐작했다.


Robert Mann String Quartet Institute Master Class

Thursday, January 9, 2020

2:30 PM - 4:00 PM

Miller Recital Hall






목요일 저녁 기부금을 주고 입장할 수 있는 뮤지엄에 가려는데 약간 시간이 넉넉해 무얼 할지 고민하다 지하철을 타고 유니언 스퀘어에 내려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갔다. 몇 년 전 매일 가던 북 카페에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방문했는데 꽃향기 가득하니 더 좋았다.



IMG_3353.jpg?type=w966



IMG_3354.jpg?type=w966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올라가니 북카페는 여전히 손님들이 많아 빈자리를 쉽게 잡지는 못하고 어슬렁 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곳에 가면 자주 보는 거리 사진가도 보고 북 카페에 그려진 마크 트웨인, 프란츠 카프카, 조지 오웰, 오스카 와일드 초상화를 보며 인사를 했다. 작가님들 잘 지내셨어요?라고. 보스턴 푸르덴셜 빌딩에도 반스 앤 노블 서점이 있지만 맨해튼과 달리 북 카페는 없어서 손님들이 테이블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없다. 오랜만에 '뉴요커' 잡지를 읽으려 선반에서 찾았지만 안 보여 읽을 수 없었다. 맨해튼에서 지하철을 타면 뉴욕 타임스와 뉴요커 잡지를 읽는 사람들을 꽤 자주 본다. 어렵게 구한 내 테이블 위에는 만화책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누군가 만화책을 읽고 간 모양이다. 서점에 가면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나 많고 죽을 때까지 다 읽을 수 없을 것만 같은데 집에서 지내면 다 잊고 지낸다. 잠시 북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유니언 스퀘어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소호 프린스 스트리트 역에 내려 터벅터벅 걸었다. 그날 오후 소호 하우징 웍스 북 카페가 늦게까지 문을 열었다면 방문했을 텐데 가끔 일찍 문을 닫는다. 웹사이트에 접속하니 저녁 6시경 문을 닫는다 하니 대신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갔다.



IMG_3359.jpg?type=w966
IMG_3356.jpg?type=w966



IMG_3361.jpg?type=w966



IMG_3360.jpg?type=w966



IMG_3369.jpg?type=w966 소호 New Museum 특별전



매주 저녁 7시 기부 입장할 수 있는 New Museum에 6시 반이 지나 도착해서 뮤지엄 안에 들어가 가방과 겨울 외투를 맡기고 기부금을 주고 티켓을 받으려 하니 직원이 7시가 되어야 가능하다고. 동시 검은색 제복을 입은 직원이 뮤지엄 밖으로 나가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왔다. 추운 겨울날 겨울 외투도 이미 맡겼는데 다시 외투를 달라고 하기도 어색해서 그냥 밖으로 나와 기다렸다. 그럴 줄 몰랐다. 추운 겨울날이니 뮤지엄 안에서 기다려도 되는 줄 착각했다. 가방과 외투를 맡기기 전 뮤지엄숍에서 잠시 구경하는데 음악이 들려와 기분이 참 좋았는데 조금 전과 반대로 바닥으로 내 기분이 떨어졌다.



음악을 들으며 숍을 구경할 때 받은 느낌. 가끔은 전시회보다 그냥 그 분위기가 좋을 때가 있다. 바로 그 순간을 즐기고 잠깐 즐겼는데 거꾸로 바닥으로 추락한 기분이란. 할 수 없지 어쩌겠어. 기다리다 7시가 되니 뮤지엄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하니 다시 직원이 제동을 걸었다. 제복을 입은 직원이 기부금을 내고 들어가는 방문객 숫자를 세고 있었는데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고. 기분이 천국과 지옥으로 왕래하다 기부금을 내고 티켓을 받아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특별전을 관람했다. 뉴욕 뮤지엄은 교육 실습장 같을 때가 있다. 벽에 걸린 액자들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1971년 맨해튼 부동산 값을 보았다. 50년이 흐른 지금 맨해튼 부동산 값은 얼마나 치솟았을까. 이민자들은 하루하루 생존하기도 힘든데 부동산 투자가들은 너무나 쉽게 돈을 버는 자본주의 세상. 또 조르주 쇠라의 작품을 구매한 사람들에 관한 내용이 벽에 걸려 역시 충격을 받았다. 쇠라의 작품값은 갈수록 하늘 같은 값으로 변하고. 특별전을 관람하고 참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언어 장벽도 높고 신분 문제로 고통받는 이민자들은 파리 목숨만도 못한데 자본은 자본을 낳는 자본주의 세상. 마음이 정말 쓸쓸했다. 하루 종일 육체노동을 해도 이민자들이 받는 보수는 너무 작아서 렌트비 내기도 벅차다. 비싼 렌트비와 물가와 교육비와 의료 보험료 등. 뉴욕은 문화 예술의 도시라서 문화면은 천국이지만 생활면은 가난한 사람에게는 지옥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뉴욕 한인 택시 기사 아직도 한국 돈으로 계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