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2일 일요일
눈부신 파란 하늘 보며 맨해튼 음대에서 오후 2시 반-4시 사이에 열리는 로버트 만 축제(2020년 1월 9일-12일)를 보러 갔다.
Robert Mann String Quartet Institute: Final Concert
Performance
Sunday, January 12, 2020
2:30 PM - 4:00 PM
Greenfield Hall
새해 열리는 음악 축제 가운데 내가 가장 사랑하는 행사. 인기 많아서 음악 사랑하는 팬들과 교수님과 학생들이 찾아온다. 겨우 시간에 맞춰 그린필드 홀에 들어가 쉐릴 할머니 옆에 앉아서 감상했는데 마스터 클래스가 열린 첫날 내게 천국을 선물했던 현악 사중주 팀 연주가 그다지 좋지 않아 약간 섭섭했다. 멀리서 뉴욕에 찾아와 며칠 많은 연습을 했을 텐데 내 마음이 안타까웠다. 쉐릴 할머니는 너무 많은 연습을 해서 그런가 하며 웃으셨다. 라이브 공연은 정말 어렵다. 음악가들 컨디션도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칠 테고. 반대로 첫날 약간 흡족하지 않은 현악 4중주 팀 연주가 훨씬 더 좋았다. 4일 동안 세 분의 강사가 지도했는데 각각 음악에 대한 해석이 다르니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혼동스럽고 어려울 거 같아. 4일간 열린데 난 지난 토요일은 맨해튼 어퍼 웨스트사이드 99가 교회에서 열리는 특별 공연을 보느라 빠졌고 세 번 참석했다.
시험을 준비하든 인터뷰를 준비할 때 최선을 다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컨디션이 가장 기본이다. 아무리 준비해도 그날 컨디션이 안 좋으면 시험과 인터뷰를 제대로 보기도 어렵고 결과가 예측과 다르게 나올지 모른다. 바르톡 현악 4중주 곡을 들을 때는 정치인들이 비밀 회담하는 느낌을 받았다. 잘 모르니 내 맘대로 해석하며 혼자 웃는다. 여전히 어려운 바르톡 음악. 더 많은 공연을 보게 되면 이해가 오려나.
매년 1월 열리는 로버트 만 마스터 클래스 축제는 막이 내렸고 13일부터 줄리아드 학교에서 챔버 뮤직 축제가 열리는데 유료로 정책이 변해 내겐 그림의 떡으로 변했다. 줄리아드 학교 축제도 정말 좋은데 뉴욕에서 열리는 그 많은 공연을 보기 위해 티켓을 구입한다면 재정이 튼튼해야 하는데 렌트비와 물가가 비싼 뉴욕. 계획에 없는 지출은 거의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니 비싼 커피도 역시 그림의 떡이야. 카네기 홀과 메트에서도 꼭 보고 싶은 공연만 보려고 노력한다. 물론 저렴한 티켓을 구할 수 있는 선에서. 비싸면 아무리 보고 싶어도 눈을 감는다. 수 백 불 하는 공연 티켓을 살 형편은 아니니까. 쇼팽 콩쿠르 우승자 공연도 카네기 홀에서 열렸는데 티켓값이 저렴하지 않아서 눈을 감았다. 뉴욕 시립 발레단과 메트(오페라)에서 자주 연락이 온다. 발레와 오페라 공연도 매일 보면 좋겠는데 현실에 굴복하고 살지.
맨해튼 음대에 가는 동안 지하철에서 우연히 독일에서 온 청년을 만나 아주 잠시 이야기를 했다. 뉴욕에서 열리는 특별 행사를 위해 방문했다고 하는 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출신. 청년 얼굴이 아시아인이라 어디서 탄생했냐고 물으니 독일에서 탄생했고 부모님은 베트남 출신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하롱베이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오래전 여행 갔고 베를린, 드레스덴, 하이델베르크 등에 방문했다고 하니 그제야 그 청년 부모님이 하이델베르크 근처에서 사셨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에 방문할 때 괴테 하우스에 가지 않아서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실수였다. 여행 가이드가 독립적으로 찾아가라고 하니 지리도 낯선 우리는 그냥 박물관에 방문하지 않고 어린 두 자녀가 배가 고프다고 하니 KFC 후라이드 치킨집에 갔다. 물론 비싼 독일 물가에 놀랐어. 그때가 아마 처음으로 우리 가족이 KFC 후라이드를 먹은 거 같아. 기억이 약간 흐리지만.
우리가 앉은 1호선 지하철 의자에 누워 잠든 홈리스를 보며 독일도 노숙자들 많은지 묻자 독일은 뉴욕과 달리 어지간한 직장 구하면 살 수 있다고. 의료 보험도 꽤 좋은데 세금이 약간 비싼 편이라고 했다. 약 2000유로를 받으면 800유로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고. 요즘은 무슬림 이민자들도 아주 많고 국제적인 도시는 어디나 다양한 인종이 거주하는 도시로 변하고 있다고. 뉴욕은 추운 날 지하철은 홈리스의 침대로 변한다. 악취가 나지 않으면 감사한데 반대인 경우 승객들 모두 힘들어한다.
맨해튼은 월가에서 연봉 1억을 받아도 세금 공제하고 남은 금액으로 맨해튼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월가 등 연봉 1억 직장은 모두가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서민들 삶은 어렵기만 하다. 그가 뉴욕 사람들이 뉴욕을 사랑하냐고 물어서 그런 사람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 싫어요, 하면서 대학 졸업하자마자 떠난 젊은이들도 있다. 다들 너무 바쁘게 사니 뉴욕 문화를 잘 모른 사람도 많다. 특히 학생들은 공부만 죽어라 하고 떠나기도 하고. 우리 가족이 뉴욕에 올 때도 맨해튼에서 음악 공부했던 분에게 뉴욕 정보를 들으려고 했지만 서울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는 너무너무 바쁜 스케줄이라 시간을 낼 수 없어서 만나지 못했고 맨해튼이 너무너무 싫다는 말만 들었다. 비싼 렌트비에 숨 막히는 작은 공간에서 참고 견디고 사는 사람들이 뉴욕에 많다. 사람마다 원하는 게 다르고 뉴욕의 현실이 결코 만만치 않아서 떠난 사람들이 많다. 10년마다 US 센서스가 열리는데 과연 올해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뉴욕에 온 사람들이 더 많은지 아니면 떠난 사람들이 더 많은지.
로버트 만 축제 보러 가기 전 록펠러 센터 크리스티 경매장에 가서 전시회를 관람했다. 경매가 열리기 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니까 미리 방문 시간을 인터넷에서 확인하고 간다. 입구에서 정장을 입은 흑인 직원은 방문객 숫자를 세고 있다. 뉴욕은 가끔 방문객 숫자를 세고 있는 것을 목격하곤 한다. 일요일 오후 비교적 갤러리는 조용했다.
맨해튼 음대에서 공연을 보고 나와 쉐릴 할머니와 함께 소호에 가서 컨템퍼러리 댄스 공연을 감상했다. 글로벌 기후 변화에 대한 내용의 댄스였는데 우린 오래 머물지 않고 나왔다. 나머지는 상상에 맡기자고 하면서. 정말 뉴욕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 공연이었다. 화려하지 않은 공간에서 열리는 특별 댄스.
말하자면 오프오프 브로드웨이 느낌이랄까. 상업적이지 않아서 좋기도 하다. 소호 카날 스트리트 지하철역이 아주 커서 우리도 헤매다 업타운 방향 지하철역 입구를 찾았다. 카날 스트리트 지하철역 근처 차이나타운과 소호는 지리를 잘 몰라 물어 물어서 댄스 공연장을 찾아갔다. 쉐릴 할머니랑 함께 Q 익스프레스 지하철을 타고 카네기 홀 지하쳘역에서 할머니는 내리고 난 그대로 머물렀는데 렉싱턴 애비뉴 지하철역에서 영화 조커 주인공 같은 남자가 탑승하니 승객들 모두 놀랐다. 혼자서 조커처럼 소리 내어 웃는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얼굴에 두려움 가득했다. 물론 나도 덜덜 떨었다. 혼자 중얼중얼하다 다행스럽게 조커 같은 남자는 다음 역에서 내렸다. 플러싱에 도착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와 식사를 하고 밤늦은 시각 호수에 산책을 하러 갔다.
뉴욕은 문화생활하기 좋은 도시다. 크리스티 경매장 전시도 무료, 맨해튼 음대 공연도 무료, 소호 댄스 공연도 무료. 단 스케줄 만든 것은 공짜가 아니다. 매일 수많은 웹사이트에 접속해 특별한 이벤트가 어디서 열리는지 찾아야 한다. 그러니까 열정 페이가 많다. 또 맨해튼에 살지 않고 플러싱에 사니까 엄청 많은 교통 시간이 든다. 물론 살림도 하니 더 복잡하기도 한다. 일요일 맨해튼 외출 비용은 메트로 카드값이 전부였다. 그림도 구경하고 음악과 댄스 공연도 보고 지하철에서 독일에서 온 방문객도 만나 즐거운 하루를 보냈어. 촛불 켜고 기도도 드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