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7일 금요일
기온이 뚝 떨어져 남극 같았다. 아침 기온 영하 5도. 그럼에도 아들과 둘이서 호수에 산책을 하러 다녀왔는데 얼마나 춥던지. 며칠 전 아들은 호수에서 노는 기러기 떼, 청둥오리 떼 보고 캐나다 구스 없어도 따뜻하게 지내 너네들은 좋겠다고 말하니 웃었다.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엔 '노스페이스' 옷이 유행하더니 요즘은 '캐나다 구스'가 유행인지 지하철을 타면 캐나다 구스 외투를 입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옷값이 한국에 비해 저렴한 미국에서 캐나다 구스 외투 값은 정말 비싸던데. 토론토에 사는 바이올리니스트가 토론토 역시 너무너무 춥고 한인 마트 물가도 새해 너무 인상되어 장 보러 갔다 그냥 나왔다고 하니 참 큰일이다. 일을 해서 버는 돈은 한계가 있고 부동산 몇 채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서민들은 하루하루 삶을 버티기조차 힘든 세상이 되어가나. 지금은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가 된 테너 이용훈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런던 코벤트 가든 로열 오페라, 빈 국립 오페라 등에서 활동. 뉴욕 유학 시절 정말 힘들게 살았다고 하는데 이용훈처럼 살아야 할지. 어찌 살아야 뉴욕에서 버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서울대 졸업하고 뉴욕 매네스 음대에서 장학금 받고 졸업했지만 너무너무 가난해 렌트비 못 낼 형편이라 어렵게 어렵게 생활을 했던 이용훈.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오페라 오디션 보러 가는데 그의 부인이 딱 100유로를 주었다고. 독일 오페라 단에서 호텔은 잡아줬지만 식사 비용은 개인이 지불하니 너무 가난한 이용훈은 닭 한 마리 사서 국물만 마시며 1주일 버티다 오페라 오디션 보고 합격해 지금 세계 정상급 테너가 되어 활동하고 메트에서도 주역을 맡는다.
서울대 졸업한 이용훈이 뉴욕 매네스 음대에서 장학금으로 공부했지만 하늘 같은 뉴욕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밥 먹을 돈이 없어서 커다란 페트병에 담긴 물로 배를 채우고, 그의 방문 앞에 전자레인지용 즉석 음식을 두고 간 친구들도 있고, 학생인데 전용 컴퓨터와 전화기도 없이 지냈고, 현실적으로 오페라 가수가 된다는 꿈은 불가능하게 보였다고. 왜냐면 레슨을 받고 사람들을 만나고 비행기를 타고 오디션을 받으러 가야 하는데 너무 궁핍하게 지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콩쿠르에 도전했는데 이유는 상금을 받아서 생활비에 보태야 했기 때문이라고(2019년 1월 21일 월간 객석 내용).
테너 이용훈뿐만 아니라 뉴욕에서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세상 어디나 다 마찬가지겠지. 어디 뉴욕뿐이겠는가. 날씨가 너무너무 추운 날이라 거리에서 지내는 홈리스들이 생각났다. 추운 겨울 줄리아드 학교에서 3개의 공연을 보고 플러싱 메인스트리트 역에 도착했는데 세 명의 홈리스들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꽁꽁 얼어붙은 도시에서 걷기 조차 힘든 날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뉴욕 맨해튼 5번가 성 패트릭 성당 보수 공사 비용은 175 밀리언 달러.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약 2천억 원이 되나. 아들에게 성당 보수 공사 비용을 말하니 그 돈을 홈리스를 위해 사용하면 좋겠다고. 기부금을 받아서 성당 보수 공사를 할 테고 보수 공사 비용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고 뉴욕에 세상의 부자들이 아주 많이 살지만 반대로 지하 인간으로 사는 사람들도 많아서 극과 극의 색채를 갖는 뉴욕.
아무도 없는 뉴욕의 삶은 고독할 수밖에 없다. 음악을 좋아하니까 자주 공연을 보러 가기도 하고 공연을 보면서 무거운 마음을 달래기도 하고 여러 면에서 참 좋다. 1월 17일 줄리아드 학교에서 3개의 공연을 감상했으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트럼펫, 바이올린과 피아노 연주.
저녁 8시 공연은 아티스트 디플로마 피아니스트 Kate Liu, Piano 연주였는데 하필 그녀의 지도 교수님이 내 옆에 앉아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한 마음도 있었다. 커티스 음악원과 줄리아드 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Robert McDonald. 자주 줄리아드 학교에 공연을 보러 가니 교수님 얼굴도 알게 된다. 제자들 공연을 보러 온 교수님들. 맨 뒤에 앉아 제자 공연을 보면서 아주 크게 박수를 치신다. 케이트 피아니스트는 2015년 국제 쇼팽 콩쿠르에서 3등을 한 재능 많은 음악가. 다들 어찌 알고 오는지 폴 리사이틀 홀이 꽉 찼다. 커티스 음악원을 졸업하고 쇼팽 콩쿠르에서 입상을 했으니까 정말 재능 많은 음악가.
저녁 6시 공연은 음악 박사 학위 바이올린 연주가 Max Tan, Violin. 하버드대학 출신인 그의 연주가 참 좋았다. 얼마나 오래 연습을 했는지 바이올린 소리가 아름다웠다. 오후 4시는 트럼펫 연주. 나처럼 3개의 공연을 보는 백발 할아버지도 만나 웃었다. 새해 챔버 공연은 유료라서 보지 않았고 드디어 무료 공연이 시작되니 공연을 볼 수 있어서 기쁘다. 맨해튼에 사는 노인들 놀이터가 바로 줄리아드 학교.
아들은 너무 추운 날이라 플러싱에 사니 엄마가 맨해튼에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맨해튼에 가지 않으면 멋진 공연을 볼 수 없으니까 강추위에도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몇 차례 환승하고 맨해튼에 다녀왔다. 실내 기온도 10도 떨어져 너무너무 춥다. 이불속에 들어가 책이나 읽어야 할까.
Friday, Jan 17, 2020, 6:00 PM
MAURICE RAVEL Violin Sonata No.2 in G Major, M. 77
GABRIEL FAURÉ Violin Sonata No.1 in A Major, Op.13
ERNEST CHAUSSON Concert for Violin, Piano, and String Quartet, Op.21
Friday, Jan 17, 2020, 8:00 PM
ROBERT SCHUMANN Arabeske in C major, op. 18
ROBERT SCHUMANN Fantasie in C major, op. 17
JOHANNES BRAHMS Piano Sonata no. 3 in F minor, op.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