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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차이나타운에서 빛나는 아줌마 정신!

맨해튼 차이나타운과 로어 이스트 사이드

by 김지수

2020년 1월 16일 목요일


IMG_3591.jpg?type=w966 고통받는 현대인을 표현하는 느낌을 받았다. 색채와 표현력이 꽤 마음에 와 닿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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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로어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사진들



비바람이 몹시 거세게 부는 겨울날 대중교통을 이용해 맨해튼 차이나타운과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갔다. 모처럼 방문하려고 세운 계획이라서 나쁜 날씨에도 참고 포기하지 않고 방문했다. 평소 두 곳은 자주 방문하지 않아서 아직도 내게는 낯선 곳이 많다. 플러싱 메인스트리트 지하철역에서 7호선을 타고 74가 브로드웨이 지하철역에서 F 지하철을 타고 로어 이스트 사이드 2nd Ave. 지하철역에 내려걸었다. 그랜드 스트리트 근방 차이나타운을 지나다 중국인이 경영하는 상점을 들여다보았는데 플러싱 보다 가격이 더 저렴하니 내 눈은 커다랗게 변했다.


목요일 아침 아들과 호수에 산책을 한 뒤에 집 근처 마트에 장을 보러 갔는데 아들이 몹시 배가 고프다고 하는데 그만 시간이 지체되고 말았다. 새해 첫 방문이었을까. 평소 가격이 저렴하고 신선하니 마음에 들어서 좋았는데 채소와 과일 가격이 300% 이상 오르고 신선하지도 않으니 사야 할지 고민을 하며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 장 보러 갈 때는 미리 품목을 정하고 가능한 짧은 시간 안에 일을 처리하고 집에 돌아오는데 내 마음은 사야 할지 말지 갈팡질팡했다. 감자와 양파만 당근만 먹고사는 토끼로 변신해야 할까. 꼭 사고 싶은 토마토 가격이 세 배이상 뛰어 그 앞에서 머뭇머뭇하다 장 바구니에 넣었다. 평소 자주 이용하는 샴푸와 린스를 찾아봤는데 안 보여 할 수 없이 아마존에 주문했는데 아마존 프라임 배달이 안 되니 시간이 오래오래 걸린다고. 집 근처 마트는 무료 배달 서비스를 해주고 평소 가격이 저렴하고 신선해 사랑스러웠는데 새해 인상된 물가에 충격을 받았다. 결국 황금 토마토 약간도 구입하고 콩과 닭고기와 호박과 달걀과 베이글 등을 구입해 배달해 달라고 집에 돌아왔다. 매년 인상되는 물가에 새해가 전혀 반갑지 않은데 올해도 마찬가지야. 집 근처 마트 물가가 계속 그대로 머문다면 정말 걱정이다. 작년보다 세 배 이상 껑충 뛰는 물가에 서민들은 어찌 살라고.


플러싱 아보카도 가격도 저렴하지 않아서 그냥 집에 돌아왔는데 차이나타운 아보카도 가격이 더 저렴하고 고구마 가격 역시 절반이라 놀랐다. 작은 아보카도 5개를 골라 2불(뉴욕에서 산 아보카도 가운데 가장 쌌다)을 주고 오래된 가방에 넣고 로어 이스트 사이드를 거닐다 우연히 초록색으로 칠해진 커피숍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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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로어 이스트 사이드 커피숍.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져 참 좋았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추운 날이라 따뜻한 커피가 마시고 싶었는데 맨해튼 커피 가격도 저렴하지 않으니 늘 망설이게 된다. 커피숍 앞에 홈메이드 브라우니가 1불이라고 하니 아들을 위해 사 볼까 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는데 아주 작은 공간에 1인용 테이블 두 개가 놓여 있고 벽에는 작은 액자들이 걸려 있고 영화 <카사블랑카> 포스터도 보여 웃고, 차이나 타운의 오래된 사진도 보고, 낡고 오래된 타자기와 라디오가 냉장고 위에 놓여 있어 지난 세월의 흔적이 느껴져 좋았다. 검은색 앞치마를 입은 백발 할아버지에게 커피를 부탁하고 테이블에 앉아 잠시 추운 몸을 녹였다. 내 앞에 앉은 젊은 청년이 자리에서 일어서 계산을 하고 떠났다. 할아버지가 준 커피를 마시며 순간 눈치를 챘다. 혹시 문 닫을 시간이 아닌가 하면서. 눈치가 빵점인데 내 머리카락도 하얀 눈송이 날린 나이가 되니 눈치가 조금씩 늘어난다. 커피숍은 오후 4시 문을 닫는 시간. 그러니까 난 문 닫을 시간에 들어간 셈이다. 핫 커피 마시고 몸을 녹였으니 좋았다. 커피값은 1.5불. 다음에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가면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뉴요커가 사랑하는 고급 커피맛은 아니지만 빈티지 느낌 진하게 풍기는 커피숍에서 흐르는 음악도 들으면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을 테니.



로어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도 방문해서 낯선 작가들 작품 전시회도 보고. 아주 오래전 소호가 텅텅 비어 렌트비가 아주 저렴하니 예술가들이 소호에서 하나 둘 모여 살기 시작해 갤러리가 생기고 멋진 카페와 레스토랑이 오픈하니 부동산 투자가들이 투자를 하니 소호가 비싼 땅으로 변해 소호에서 첼시 등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는데 이젠 첼시 갤러리 렌트비도 너무너무 비싸 거물급 딜러 아니면 렌트비 감당하기 어려워 다시 로어 이스트 사이드 등으로 옮겨갔다고. 가난한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로어 이스트 사이드도 점점 생기가 돌고 갤러리와 카페와 레스토랑이 많은 지역으로 변신하고 있다.


혼자서 조용히 갤러리를 둘러보다 너무너무 추운 날이라 목요일 저녁 링컨 센터에서 열리는 무료 공연도 안 보고 돌아오려던 참에 다시 차이나타운을 지나가게 되니 아들이 좋아하는 고구마를 약간 구입해 빨간색 비닐봉지에 담았다. 플러싱이 왜 맨해튼 차이나타운보다 가격이 더 비쌀까. 고구마는 꽤 무거워 가방에 담을 수 없어서 손에 들고 소호 지하철역에 가서 지하철을 타니 난 갑자기 동물원 원숭이로 변했다. 명품 매장 많고 트렌디한 뉴요커들이 많은 소호에서 원시인 같은 의상을 입고 더구나 차이나타운 숍에서 주는 빨간색 비닐봉지를 들고 있으니까. 프라다, 샤넬, 구찌 등 명품 매장이 얼마나 많은 소호인데. 암튼 동물원 원숭이가 된 눈치를 받았는데 유니언 스트리트 지하철역에서 환승 다시 타임 스퀘어 역에서 환승 플러싱 메인스트리트 지하철역에서 내려 다시 시내버스를 기다려 타고 집에 돌아왔다. 맨해튼 차이나타운에서 빛나는 나의 아줌마 정신! 삶이 뭘까? 평생 아끼고 절약하고 산다. 차이나 타운에서 1.5불 커피 한 잔 마시고 갤러리 구경도 하고 재밌고 행복하게 사는 고독한 뉴요커.


추운 겨울날 하루 1만 5 천보를 걸으니 정신이 몽롱할 정도로 몸이 지쳐가는데 집에 오자마자 식사 준비를 하고 아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링컨 센터에서 열리는 베네수엘라 특별 공연이 몹시 궁금하기도 했다. 살인적인 물가에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베네수엘라 상황은 언제나 좋아질까. 신의 축복을 받은 나라가 저주받은 나라로 변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남편 따라 수년마다 옮겨 다니는 분은 베네수엘라에서 살다 북유럽 노르웨이 오슬로로 이사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행복 지수 1위는 노르웨이는 어떤 나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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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3586.jpg?type=w966 맨해튼 차이나타운과 로어 이스트 사이드 그라피티




차이나타운과 로어 이스트 사이드 그라피티도 보았다. 뉴욕은 정말이지 매일매일 새롭다. 낯선 지역 낯선 사람들 풍경 속에서 고독한 뉴요커가 살고 있다. 고독한 뉴요커의 방황은 언제 어디서 막이 내릴지 아무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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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1월 17일 금요일 아침에 작성.

아침 기온 영하 5도.

지상이 꽁꽁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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