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7일 월요일
오후 4시 줄리어드 학교에서 하이든 현악 4중주 특별 공연이 열렸다. 교수님들과 학생들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이 찾아와 함께 공연을 감상했다. 그곳에 가면 자주 만나는 분들 얼굴을 뵈었다.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만난 할아버지는 무대 맨 앞에 앉으셔 늘 감상하곤 한다. 어릴 적 하이든 초상화를 봤는데 멋진 의상을 입고 있어서 가난한 집안 출신이란 것은 전혀 몰랐다. 정말 가난했다고 하니 하이든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과거나 지금이나 귀족 출신이 아닌 가난한 집안 출신은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다.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린 하이든도 얼마나 고생했을까. 음악이 흐르는 시간은 인간 세상의 복잡함과 고통을 잊는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선율에 잠시 황홀한 시간을 보내고 66가 링컨 센터 지하철역에서 1호선을 타고 콜럼버스 서클 역에 내려 아트 스튜던츠 리그에 찾아갔다. 저녁 6시 리셉션이 열리기 때문에. 카네기 홀 근처에 있는 미술 학교.
한국 화가 김창열도 공부했다고. 잭슨 폴락, 마크 로스코, 조지아 오키프,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공부했던 학교 갤러리에 자주 방문해 전시회를 보곤 한다. 리셉션은 간단한 다과를 준비하니 쿠키를 먹으며 벽에 걸린 학생들 작품을 바라봤다. 갤러리에는 백발노인들도 많다. 엘리베이터에서는 기모노를 입은 일본 사람도 만났다. 다양한 인종들이 사니 다양한 사람들을 보게 된다.
월요일 저녁 맨해튼 미드타운 브라이언트 파크에 올림픽 선수가 올 거라 하니 추운 겨울날 힘내어 지하철을 타고 달려갔다. 올림픽 선수되기 얼마나 어려워. 얼굴이라도 보면 좋지. 설레는 가슴으로 달려갔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공원 하얀 빙상은 동화나라가 펼쳐지고 있었다. 연인들도 어린아이 들고 중년 남자도 신나게 아이스 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언제 올림픽 선수가 나타날까 기다렸는데 저녁 7시 반에 줄리어드 학교에서 포커스 음악 축제 보러 가야 하는데 올림픽 선수는 보지 못하고 아쉬움 마음으로 타임 스퀘어 지하철역에 가서 1호선을 타고 줄리어드 학교에 갔다.
매년 1월에 열리는 특별한 음악 축제. 올해는 여성 작곡가들 곡만 연주한다고.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듣는 낯선 음악 속으로 여행을 떠났다. 무료 공연이지만 티켓을 요구하니 미리 박스 오피스에서 받아야 한다. 영국 런던 출신 작곡가 곡이 참 예뻤다. 과거는 남자 중심 시대라 여성 작곡가들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나 봐.
맨해튼은 매일 다양한 행사가 열리니 문화생활하기 좋다. 커피 한 잔이면 천재들 공연도 감상하고 갤러리에서 작품도 감상하고 거리거리는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가 감도는 도시.
카네기 홀 문에는 "Ignite Passion, Embrace Joy"라고 적혀있다. 나도 태양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멋진 삶을 만들어 가고 싶다. 열정과 에너지 없이 무에서 시작해 뉴욕까지 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대학 시절에도 전공 공부하면서 클래식 기타 레슨 받고 연습하고 아르바이트하고 친구들도 만나니 늘 바쁘기만 했고, 대학을 졸업 후 교직 생활하니 60명이 넘는 학생들 담임도 맡으며 수업도 하고 일반 업무도 맡으니 말할 것도 없이 바빴고, 하루 왕복 4-5시간 거리 통근도 했고, 두 자녀 출산하니 갈수록 더 바쁘기만 했다. 삶은 끝이 없는 길! 열심히 살자. 힘내자. 오늘도 행복의 샘물을 찾으러 떠나자. 맨해튼은 보물섬! 대학시절 꿈꾸던 모든 것들이 있으니까. 꿈과 열정이 날 행복하게 해 준다. 꿈과 열정으로 매일 무지갯빛으로 채운다. 눈뜨면 내게 주어지는 '하루'라는 선물은 텅 빈 도화지처럼 하얗다. 하얀 도화지에 멋진 그림을 그릴 사람은 바로 나.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