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6일 일요일
일요일 오후 가끔씩 방문하는 귀족들 잔치하는 뉴욕 록펠러 크리스티 매장에 방문했다. 귀족으로 태어났으면 나도 평생 고생이 뭔 줄 모를 텐데 왜 난 귀족으로 태어나지 않았을까. 아마도 신이 준 선물일까. 귀족으로 태어났으면 서민들 삶을 모를 텐데 양극의 세상을 바라보며 살고 있다. 어느 날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뉴욕에 온 나는 가난하고 슬프고 힘들게 사는 이민자들의 삶도 보고 반대로 귀족들 잔칫집도 구경한다. 과거 영화배우처럼 멋진 외모의 바리스타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내게 내밀던 카푸치노와 라테 커피 맛을 결코 잊을 수 없는 크리스티. 왜 요즘은 커피와 차를 제공하지 않을까. 초콜릿색 가죽 소파에 앉아 비스코티와 카푸치노 마시면서 휴식도 하면서 갤러리를 보곤 했다.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추억이었다.
크리스티에서 조용히 그림을 감상하는 분들도 보고 귀족들이 모은 작품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요즘은 작품값도 보지 않는다. 하늘처럼 비싼 작품값에 더 이상 놀라지도 않아. 최저 임금 받으며 죽음 같은 노동을 하고 렌트비 내기도 힘들다는 이민자들이 너무너무 많은 뉴욕이지만 반대로 귀족들도 너무너무 많은 뉴욕. 우아한 초상화를 보며 나도 언제 저런 시절이 있었나 생각도 하고 우아한 가구와 도자기 보며 지난 시절도 떠올랐다. 무에서 시작해 오래오래 뒷바라지 해 남들이 궁궐이라 부른 아파트에서 살던 시절. 두 자녀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 오면 모두 놀라곤 했는데 이제는 슬픈 과거가 되어버렸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나 혼자 고생하면 마음이 덜 아플 텐데 죄도 없는 두 자녀도 극한 고생을 하니 난 죄인이 되어버렸다. 죄가 참 많은가 봐.
크리스티 매장을 나와 록펠러 아이스링크도 보면서 황금빛 프로메테우스 동상도 보며 왜 황금빛으로 만들었지 생각도 했어. 그리고 5번가 성당에 가서 촛불을 켜고 기도를 하고 럭셔리 쇼윈도 매장도 보면서 거닐었다. 그날 엠파이어 스테이어 빌딩은 초록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3월이 되면 찾아오는 St. Patricks Day 축제도 떠올랐다.
카네기 홀 근처를 지나다 우아한 보랏빛 드레스를 입은 안네 소피 무터 포스터를 보았다. 세월이 흘러도 우아한 모습을 간직하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어쩜 저리 고울까. 나도 뉴욕 시립 발레단 무용수처럼 우아하고 멋지게 살면 좋겠다. 뉴욕 시립 발레단 공연도 메트 오페라 공연도 날마다 보면 좋겠다. 알렉스 카츠의 작품이 걸린 57가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왔다. 참 조용히 보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