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3일 월요일
인생이 즐거우면 얼마나 좋아.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저절로 행복이 굴러오지 않더라. 시간은 날개를 달고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그러니까 시간을 꼭 붙잡아야 한다. 생은 뜻대로 되지도 않지만 그래도 시도하는데 의미를 두고 산다. 실패는 평생 밥 먹듯 하니까 적응해야지. 성공이 뭔지도 모르고 당연 성공에 대한 집착도 없이 평생 조용히 내 길을 걸어가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세상을 꿈꾸며 만들어 가는 행복을 아무도 모를 거야.
뉴욕 레스토랑 위크가 곧 끝나가고 아들과 함께 Nougatine at Jean Georges에 도착했다. 오후 1시 15분 예약. 그런데 여직원이 내 이름으로 예약이 되어있지 않다고 하니 얼마나 당황스러워. 아, 한숨이 나올 뻔. 아들을 데리고 갔는데 나 혼자라면 괜찮은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난지도 모른 채 이야기를 하다 직원이 친절하게 우리를 위해 테이블을 준비한다고 하니 감사한 마음으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평소 인기 많은 곳이라 예약조차도 어려운 장 조지 레스토랑은 맨해튼 콜럼버스 서클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타워 1층에 있다. 재즈 음악이 흐르고 우린 레스토랑 위크 2코스 요리만 주문하고 기다렸다. 아들은 스시 애피타이저와 햄버거 난 수프와 파스타 요리를. 신선하고 꽤 맛이 좋아 기분 좋은 날. 서부에 사는 딸도 함께 식사를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함께 살지 않으니 뉴욕 레스토랑 위크랑 스케줄 맞추기가 참 어렵다.
작은 소동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끝도 없는 작은 소동들이 일어났던 월요일. 레스토랑에 가려고 집에서 막 나와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는데 아들 겨울 외투 등에 얼룩이 묻었다고 하니 안색이 변했다. 콜럼버스 서클 타임 워너 빌딩 2층 화장실에 가서 가장 먼저 얼룩을 지우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 쉽게 지워졌다. 새의 배설물이었다. 아들은 세 번째 맞은 폭탄이라고 표현했다. 새들이 많이 사니 좋기도 하는데 배설물 걱정을 하는 뉴욕.
아들은 식사 후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난 맨해튼에 남았다. 볼 거 많고 할 거 많은 뉴욕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놀이터. 제눈에 안경이듯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많아서 그렇다는 말이다. 개인의 취향이 다르니 어떤 사람에게는 멋진 놀이터가 아닐 수도 있고.
저녁에 줄리아드 학교에서도 공연이 있고 맨해튼 음대에서도 마스터 클래스와 피아노 공연을 감상할 수 있으나 맨해튼에 살지 않으니까 그날그날 나의 컨디션에 따라 밤늦은 이벤트를 볼지 안 볼지 결정을 하는데 아들이 저녁 친구들과 만날 거라 하니 난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어린 두 자녀 키울 때는 공연 보러 가는 것은 하늘나라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이야 두 자녀 모두 대학을 졸업하니 나의 자유시간을 찾을 수 있다. 영원히 나의 자유 시간은 오지 않을 거 같았는데 오래오래 의무를 다하니 내게도 자유 시간이 찾아오더라.
맨해튼 음대 가려고 1호선 타려고 가는 중 콜럼버스 서클 메종 카이저 앞에서 젊은 뉴요커의 애완견과 나랑 눈이 마주쳤다. 불도그 애완견 눈빛이 얼마나 장난스러운지 귀엽더라. 서로 눈빛을 교환하다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 음대에 갔다. 매서운 추위가 약간 누그러든 듯. 봄이 다가오고 있는 걸까.
저녁 7시 반 맨해튼 음대 교수님 피아노 리사이틀이 열렸고 모두 낯선 여류 작곡가의 곡들을 연주했다. 그러니까 새로운 세상을 맛보았다. 나이 들어 연주가 쉽지 않을 텐데 피아노 음색도 너무 멋져 황홀한 순간.
저녁 8시에는 커티스 음악원 Pamela Frank 교수님 바이올린 마스터 클래스가 열려서 얼른 자리를 옮겼다. 음악 전공하는 학생들과 교수님들과 함께 바이올린 선율을 들었다. 4명의 학생들이 참가했고 명성 높은 분이라 그랬는지 꽤 많은 교수님도 오셨다. 첫 번째 곡은 생상 바이올린 협주곡. 딸이 오래오래 바이올린 레슨을 받지 않다 뉴욕에 와서 레슨 받기 시작할 때 처음 했던 곡이 생상 협주곡. 딸이 생상 곡이 멋지다고 했고 아직 그때를 기억한다.
파밀라 교수님의 강의 스킬은 역시 대단해. 학생 연주가 끝나면 칭찬을 하신다. 난 두 자녀 어릴 적 칭찬을 하지 않고 이러쿵저러쿵 쓴 잔소리만 했는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학생을 기분 좋게 한 뒤 하나하나 지적하면서 다시 해 보라고 말씀하신다. 어느새 학생 연주는 처음과 다르다. 마치 빨래방에 다녀온 세탁물처럼. 참 놀라운 마스터 클래스. 뭐든 그렇지만 훌륭한 선생님이 필요하다. 두 번째 곡은 뉴욕에 와서 처음으로 듣는 존 콜리기아노 작곡가의 곡. 연주가 정말 어려울 거 같은데 꽤 좋았다. 나라면 한마디 연주도 힘들 거 같은데.
프로코피예프와 베토벤 곡을 연주할 예정이었지만 맨해튼에 살지 않으니까 도중 홀을 떠났는데 수 차례 환승하고 집에 오는데 그때마다 연결이 되지 않아서 밤늦게 집에 도착했다. 아, 집이 맨해튼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늘에 집을 지어야지. 반드시 짓고 말 테다. 내 마음은 진즉 맨해튼 하늘에 집을 지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놀이터가 있으니까. 최고 요리사 요리도 먹을 수 있고 최고로 명성 높은 커티스 음악원 교수님 마스터 클래스도 볼 수 있고 더구나 무료!
오랜만에 브루클린 다리를 보러 갔다. 지하철을 타고 달리면 되는데 왜 자주 가지 않은지 몰라. 아름다운 석양을 보러 갔는데 석양이 내 마음을 모르더라.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지 복잡하고 상인들이 너무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브루클린 다리에서 사진 촬영하는 사람들 얼굴에는 장밋빛 미소가 피더라. 미소를 담을 커다란 가방을 담고 가야겠어. 슬픈 얼굴을 짓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팔면 부자가 될 거야.
날씨가 좀 풀려서 힘내어 브루클린 다리 보러 갔는데 돌아오는 길 하마터면 자전거랑 충돌 사고가 날 뻔. 천만다행이었다. 사고 났으면 얼마나 복잡해. 그 후 지하철을 타러 달려갔는데 하마터면 다운타운 가는 지하철에 탑승할 뻔. 정말 서두르면 안 된다니까. 퇴근 시간이라 너무 복잡하고 마음은 빨리 미드타운에 가려고 서둘다 보니 실수를 할 뻔했다. 다시 계단을 올라가 업타운 가는 지하철에 탑승해 유니언 스퀘어 역에서 환승해 카네기 홀 근처에 내렸다.
저녁 6시-8시 사이 아트 스튜던츠 리그 갤러리에서 리셉션이 열렸다. 벽에는 수많은 작품들이 걸려있고 추상화, 수채화와 조각들 전시회인데 내게 말을 건 작품이 없었나. 강아지도 와서 그림 구경하더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놀라운 뉴욕. 백발노인들도 오고 지팡이 들고 오고 지인들 만나 이야기 나누며 그림 감상하더라. 뉴욕에는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 마음은 언제나 청춘인지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미술 수업을 받는 분들이 많은 듯 짐작을 한다. 프레첼을 먹으며 잠시 학생들 작품을 구경했다.
난 '조커'가 되어버렸나. 지하철에서 기침이 나와 얼른 티슈로 입을 막고 기침을 했는데 모두 날 피한 눈치. 참 무서운 조커가 되어버려 웃음이 나왔어. 코로나바이러스는 언제 사라질까. 재즈의 전설 루이 암스트롱이 살던 집이 퀸즈 코로나에 있는데. 대학 시절 그가 부른 노래를 자주 들었는데 그가 뉴욕에서 활동한 줄도 몰랐다. 그때는 인터넷 세상이 아니었으니까. 세상 참 많이 변했다. 루이 암스트롱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죽도록 고생했다는 글을 아주 오래전 링컨 센터 공연 예술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다. 꿈 많은 대학 시절 프랭크 시나트라의
Frank Sinatra - My Way곡도 자주자주 들었다. 그가 뉴욕과 인연 깊은 줄도 몰랐다. 대학 시절 난 뉴욕을 몰랐다. 천천히 나의 길을 가고 있다.
만약 내가 플러싱에 사니까 피곤하니까 맨해튼에 가지 않았다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종일 1만 4 천보를 걸었다. 뉴욕 최고 셰프가 만든 요리도 먹고, 브루클린 다리에 석양 보러 가고, 커티스 음악원 교수 마스터 클래스 강의도 듣고, 예술가들이 활동한 아트 스튜던츠 리그 갤러리 리셉션도 가고, 센트럴파크에서 거닐고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