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4일 화요일
저녁 6시 줄리아드 학교에서 바이올린 공연을 감상했다. 아름다운 모차르트와 바흐와 차이콥스키 선율을 들으며 내 마음과 머릿속을 조율한 시간. 가끔씩 듣는 모차르트 곡도 참 좋았고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 매일 연습했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는 언제 들어도 좋기만 하고 그때 추억이 떠올랐다.
아들이 줄리어드 음악 예비학교와 맨해튼 음악 예비학교 오디션을 준비하기 위해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레슨을 받았다. 오디션 받는 것은 언제나 심장 떨린 일이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속담처럼 하루아침에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할 수는 없고 오랜 세월이 걸리지만 음악은 언제나 좋다. 세상의 복잡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공연이 끝나면 현실로 돌아온다.
아주 오래전 차이콥스키가 뉴욕에 방문했을 때 에너지 많은 그가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하러 갔다고 하니 웃었다. 그런데 하필 나이아가라에서 낯선 전화가 걸려왔다. 요즘 갈수록 이상한 광고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 점점 살기 어려운 세상이라 이상한 사람들도 정말 많은 듯. 언제 세상은 평화 가득해질까.
Meng Jia (Jasmine) Lin, Violin
Tuesday, Feb 04, 2020, 6:00 PM
WOLFGANG AMADEUS MOZART Violin sonata No. 32 in B-Flat Major, K. 454
JACQUES HÉTU Rondo Varié
JOHANN SEBASTIAN BACH Sonata no. 2 in A minor, BWV 1003
PYOTR ILYICH TCHAIKOVSKY The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 35
화요일 오후 알렉스 카츠 그림이 걸린 지하철역에서 F지하철을 타고 알제리의 사진전을 보러 갔다. 1960년대 인물을 담은 초상화 사진 전시회.
흑백 사진들이 벽에 걸려 있었다. 60년 한국도 무척 가난하던 시대고 베트남 전쟁에 참가한 군인들도 많았던 아픔 많은 시대. 당시 알제리 흑백 초상화 사진에 문신이 있어서 놀라고 목걸이와 귀걸이 등 장식품을 건 인물도 있어서 놀라웠다. 또 알제리 하면 노벨상을 수상한 까뮈가 생각나고 아주 오래전 뉴욕 콜럼비아 대학에 와서 강의를 했다고 하는데 얼마나 놀라워. 갤러리에는 나 말고 뉴요커 가방을 멘 여인 한 명이 전시회를 보고 있었다.
뉴욕에 꽤 많은 갤러리가 있고 일부는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부는 주말에만 오픈한 곳도 있지만 일부는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으니 방문자는 항상 미리 확인해야 한다. 나 역시 오래전 로어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에 백남준 전시회를 보러 갔는데 그날 갤러리 문이 닫혔는데 지금 생각하니 방문 시간을 확인하지 않은 나의 실수였다.
지하철역에서 오래오래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거리 음악가가 <에델바이스> 곡을 기타로 연주하니 듣기 좋았다. 음악은 꼭 카네기 홀과 줄리아드 학교에서 듣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거리 음악가가 들려주는 음악도 좋다. 어린 시절 자주 들은 에델바이스 곡도 얼마나 예쁜지 몰라. 쥴리 앤드류스가 부른 노래를 자주자주 들었는데 세월이 아주 빨리 흘러가고 있다.
맨해튼 거리에서 27세 생일이라도 도움을 요청하는 젊은 홈리스도 보고, 지하철에서 깡통을 흔들며 구걸하는 지팡이를 든 흑인 홈리스도 보고, 거리거리를 돌면 만나는 홈리스들을 보면 언제나 가슴 아프다. 알제리 흑백 사진전을 보러 갔는데 지하철역에서 밖으로 나오자마자 날 보고 간절히 두 손 모아 기도하면서 도와 달라고 하는데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비싼 뉴욕에서 생존하기 버거워 떠나는 사람들도 많고 어쩌다 홈리스가 되어버린 사람들도 많다고. 일부는 명문대 출신도 있다고 하니 누가 생을 알겠는가. 심지어 박사 학위를 받은 홈리스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생은 아무도 몰라.
하늘은 흐리고 겨울비 내릴까 우산 하나 가방에 들고 맨해튼에 갔다. 지하철 안에는 음악소리를 크게 하고 듣는 사람도 있고 나랑 취향이 다른 음악을 듣는 것도 상당히 불편한데 남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은 젊은이들도 있고, 유모차 끈 젊은 엄마도 보고, 얼굴에 연지곤지 진한 화장을 하고 보석을 주렁주렁 달고 아주 큰 가방을 든 사람도 있더라. 뉴욕 레스토랑 위크가 얼마 남지 않아 자주 식사하러 오라고 연락이 온다. 갈수록 뉴욕 시민들의 형편이 어려워지는지 3코스가 2코스로 변하고 가격도 내려갔는데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한인 김동민 예술감독이 지휘하는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공연이 주말에 열린다고 소식을 보내왔는데 하필 그날 카네기 홀에서 커티스 음악원 연주가 있어서 미리 티켓을 구입했다.
줄리어드 학교에서 오보에 연주도 들을 수 있었는데 갤러리 전시회 보러 가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볼 수 없었다. 오보에 연주도 참 좋은데 아쉽다. 뉴욕 맨해튼은 지하철만 타면 매일 공연과 전시회를 감상할 수 있은 면은 참 좋다.
아, 깜박 잊을 뻔했다. 뉴욕에도 봄은 오고 있나 봐. 흑백 사진전 보러 지하철역에 내리니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려 고개를 돌렸는데 화사한 동백꽃이 날 보고 웃는 게 아닌가. 바로 옆에는 노란 개나리꽃이 피어 날 반기고. 겨울에 피는 동백꽃은 얼마나 반가운지. 가든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밖에서 담으니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새해 처음으로 보는 동백꽃과 개나리꽃이라 좋다. 크리스티 경매장 갤러리에서 본 것을 제외하고. 아주 오래오래 전 한국 고창 선운사에 동백꽃을 보러 갔는데 보지도 못하고 돌아오던 슬픈 추억도 생각난다. 매서운 추위는 가고 이제 봄은 오고 있나. 여기저기서 봄소식이 들려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