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여행_커티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4명의 사람

by 김지수

2020년 2월 8일 토요일



IMG_4720.jpg?type=w966 사진 중앙 커티스 음대 교수 Jonathan Biss,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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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베토벤 풍년이 들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베토벤 곡을 더 자주 듣게 되는 걸까. 전날 맨해튼 음대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황제>를 들었는데 토요일 저녁 역시 커티스 음악원에 재직하는 피아니스트 연주로 황제 피아노 협주곡을 다시 듣게 되었다. 환상적인 연주가 날 황홀경에 도달하게 했다. 오케스트라 단원이 피치카토를 연주할 때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부분이 얼마나 멋진지. 피치카토 연주도 참 멋지다. 또 피아니스트 솔로 부분도 멋졌다. 하얀 건반에서 피아니스트 손가락이 춤을 추고 내 영혼도 춤을 추기 시작했다. 영원히 멈추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었던 순간. 작년에도 그의 연주를 카네기 홀에서 들었다. 피아니스트 부모님 모두 바이올리니스트라고. 음악가 집안 환경이라 얼마나 좋을까.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3대가 줄리아드 학교에서 공부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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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8, 2020 — 8 PM

Stern Auditorium / Perelman Stage


Performers

Curtis Symphony Orchestra
Osmo Vänskä, Conductor
Jonathan Biss, Piano


Program

GABRIELLA SMITH f(x) = sin²x –1/x

BEETHOVEN Piano Concerto No. 5 in E-flat Major, "Emperor"

SIBELIUS Symphony No. 2


커티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을 본 것은 처음이다. 처음으로 연주했던 곡은 마치 우주여행을 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곡은 시벨리우스 교향곡. 곡이 상당히 어려운지 지휘자가 아주 열심히 하는데도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왜냐면 커티스 음악원은 미국 최고 대학에 속하기 때문에 당연 나의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금관악기와 목관악기 연주가 참 어려운 듯. 맨해튼 음대 재즈 연주가 아주 좋고 그래서인지 금관악기 연주를 잘한다.


브로슈어 뒤편에 커티스 음악원 오케스트라 단원들 명단이 있는데 한국계 학생들이 꽤 많았다. 전액 장학금으로 공부하는 커티스 음악원 입학이 무척 어려운데 재능 많은 학생들이 있다. 물론 어릴 적부터 음악을 위해 사는 천재들이다.


공연 티켓이 꽤 저렴한데도 좋은 좌석이라 기분이 좋았는데 우연히 카네기 홀에 가면 자주 만나는 독일어 강사 할머니를 만났다. 지난번 안네 소피 무터 연주를 보지 못했다고 섭섭해하셨다.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명성에 비하면 아주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하니 약간 놀란 눈치. 그 무렵 할머니는 인도 여행을 가셨다고. 맨해튼에서 독일어 강사를 하는데 인도 출신 학생이 초대를 해서 인도 여행을 가셨다고 하니 흥미로웠다. 뉴욕에 이민 와서 지내는 할머니 머리카락은 하얗고 오래전 카라얀 지휘자도 봤다고 하니 얼마나 오래되었을까. 책과 음악을 무척 사랑하는 할머니를 하필 바로 옆자리에서 만난 것도 특별한 인연인가.


수잔 할머니 본 <백조의 호수> 공연. 뉴욕 시티 센터에서 열리는데 2월 9일이 마지막 공연이라고 추천하셨다.

또 우연히 카네기 홀 앞에서 수잔 할머니를 만났다. 참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 누가 내 이름을 불러 고개를 돌리니 수잔 할머니. 오페라를 무척 사랑하고 그래서 자주자주 오페라를 감상하는 할머니. 뉴욕 필하모닉 연주도 자주 보러 가고 카네기 홀에도 자주 오시는데 작년 자주 만나지 못해 건강이 안 좋아지나 염려가 되었는데 건강이 회복된 거 같아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70대 중반 할머니는 시력과 청력이 안 좋아 심한 고통을 받았는데 이제 건강이 좋아졌다고 하셨다. 할머니 남자 친구 조나단에게 날 만났다는 이야기를 할 거라 하니 웃었다. 뉴욕 시티 센터에서 <백조의 호수>를 보고 나오는 중이라고 공연이 너무너무 좋아 내게도 추천한다고. 수잔 할머니 아드님이 피바디 음악원에서 박사 학위를 했고 며느리가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데 발레를 전공했다. 발레 공연도 무척 사랑하고 메트에서 열린 안나 네트렙코와 요나스 카우프만 등 유명한 성악가들이 출연하는 오페라 티켓은 이미 구입했다고 하신 할머니. 만나면 언제나 오페라, 발레, 음악 공연 등에 대해 말씀하시니 사람마다 삶이 얼마나 다른지 몰라. 내 아들도 기억하는 할머니는 안부를 전해 달라고 하시면서 작별 인사를 했다. 아무도 아는 이 없는 낯선 뉴욕에 와서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르다 보니 서로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할머니 친구도 만나고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나 삶에 대해 듣는 것은 행복이다.


특별한 날이었는지 우연히 미술 평론가이자 시인인 유대인을 만나 이야기를 했다. 작년엔가 내가 책을 읽고 있을 때 옆 테이블에 앉은 남자가 말을 걸어서 이야기를 했는데 미술 평론가라고 소개했고 나중에 시를 쓰는 시인이라고 소개를 했다. 그가 내가 읽는 책에 관심이 많고 그림을 좋아하니까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된다. T.S.Eliot 시인에 대해서도 뭐라 뭐라 하고 사실 뉴욕에 와서 대학 시절처럼 자주 시를 읽지는 않는다. 아주 오래전 이스트 빌리지에서 새해 첫날 열린 시 프로젝트에 참가했다고 깜짝 놀랐다고 하니 그가 웃었다. 오후 2시부터 시작해 새벽 2시가 되어야 막이 내리는 특별한 행사. 뉴욕 문화가 참 특별하다. 한국 영화 <기생충>도 봤다고 하면서 내가 안 봤다고 하니 놀랐다. 난 공포 영화는 무서워 보기가 싫다. 영화 줄거리는 아들을 통해서 대충 들었지만 잔인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보기는 끔찍할 거 같아. 맨해튼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가서 우연히 본 작품에 대해 말하니 그는 알고 있는 미국 여류 작가였다. 느낌이 참 좋다고 하니 내게 그림 보는 눈이 있다고 하니 웃었다. 얼마 전 내가 매일 공연을 보러 간다고 하니 깜짝 놀란 시인. 그가 쓴 시도 보여주면서 내 의견을 묻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난 카네기 홀에 공연을 보러 가기 위해 작별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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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4688.jpg?type=w966 로어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에서 만난 화가가 피아노 연주를 하니 영화 같은 순간


감기 바이어스랑 힘든 시간을 보내는데 힘내어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방문했다. 낯선 거리를 돌면서 갤러리도 구경했다. 우연히 문을 열고 들어선 갤러리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는데 라이브 공연 인 줄도 몰랐다. 피아노 연주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려오고 직원은 내게 2층에도 작품이 있다고 하니 계단을 올라가니 낯선 중년 남자가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영화 같은 순간. 연주 솜씨가 대단해 놀랐는데 알고 보니 화가라고 소개를 하니 얼마나 더 놀라운가. 뉴욕에 재능 많은 사람들이 참 많다. 그와 더 많은 시간을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줄리아드 예비학교 학생 공연을 보기 위해서 지하철을 탔지만 내가 보고 싶은 공연 시각에 늦을 거 같아 포기했다. 카네기 홀 커티스 음대 교수 피아노 연주도 황홀경에 이르도록 좋았지만 로어 이스트 갤러리에서 우연히 만난 화가의 피아노 연주에 감동을 받은 것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세상에 태어나 갤러리에서 라이브 피아노 연주를 들은 것을 처음이고 연주가 훌륭해서.


주말 7호선이 공사 중이라 정상 운행을 안 하니 편도 4회 환승하고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감상하고 밤늦게 플러싱에 도착. 무료 셔틀버스를 타는 경우 평소보다 훨씬 더 피곤하다. 복잡하니 좌석에 앉을 수 없고 시간도 더 오래 걸려서 피곤하다. 종일 맨해튼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니 피곤이 밀려와서 한 밤중 방향 감각을 잃어버리고 헤매다 내가 시내버스 타는 곳을 향해 걷는데 두 개의 목발을 짚고 걷는 사람을 보니 저절로 감사의 마음이 우러나왔다. 건강한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인가. 내가 건강하지 못하다면 맨해튼을 하루 종일 걸어 다닐 수 없을 것이다. 가만히 집에서만 지냈다면 결코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도 만나고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두 명의 피아니스트 연주가 감동적이라서 행복 여행을 했다. 커피 한 잔과 그림과 음악과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내게 행복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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