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내 영혼_카네기 홀 베토벤 운명 교향곡

by 김지수

2020년 2월 21일 금요일


아침 기온 영하 6도. 새들은 지저귀는데 왜 봄은 천천히 오시나. 무서운 동장군이 물러나질 않아. 메트에 가서 오페라도 보면 좋겠는데 시간은 자꾸만 흐르고 2월 한 번도 오페라를 감상하지 못했다. 춥고 춥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해야 하니까 나비로 변신해 맨해튼 하늘을 날며 행복을 찾아 여행을 떠났다.


금요일 오후 4시부터 맨해튼 음대에서 현악 대회가 열려서 방문해 비에니아프스키, 드보르작, 차이콥스키, 글라주노프 곡을 감상했어. 드보르작 음악은 한국에 좋아하지 않았는데 뉴욕에 와서 살게 되니까 좋아진다. 들으면 들을수록 아름다운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아들도 오래오래 연주했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도 언제 들어도 멋져. 잠시 슬픈 세상을 잊고 황홀한 시간을 보냈다. 추운 겨울날 얇은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라 바이올린 연주하니 놀랐다. 나야 객석에 앉아 가벼운 마음으로 음악을 듣지만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매 순간 긴장하며 활을 긋겠지. 알면 알 수록 음악이 좋아. 음악이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음악은 나의 친구. 언제나 날 위로하는 음악은 위대해. 맨해튼 음대도 대회를 일반인에게 오픈하니 방문했다. 줄리아드 학교에서 자주 만나는 중년 남자도 맨 앞에 앉아서 음악을 듣고 있었다.






저녁 6시 줄리아드 학교에서 바이올린 공연이 열렸다. 한인 학생 연주였는데 프로그램 보니 석사 과정 연주였다. 바이올린 음색이 풍부하고 아름다워 황홀했다. 맨해튼 음대에서 대회를 보고 116가에서 지하철을 타고 달려와도 지각하고 말았는데 줄리아드 학교 수위가 내게 지각했다고 하니 웃었어. 순간 이동을 하면 좋겠는데 왜 아직도 불가능한 거야. 내 어린 시절 순간 이동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혼자서 하곤 했지. 약간 지각하니 모차르트 곡 연주는 끝나 차이콥스키 곡부터 감상했다.


HoJung Kim, Violin

Friday, Feb 21, 2020, 6:00 PM


WOLFGANG AMADEUS MOZART Sonata No.21 for Violin and Piano in e minor, K.304

PYOTR ILYICH TCHAIKOVSKY Souvenir d'un lieu cher (Memory of a dear place) , Op.42, for Violin and Piano

EDVARD GRIEG Sonata No.3 for Violin and Piano in c minor, Op.45

JOHN WILLIAMS DEVIL'S DANCE from The Witches of Eastwick






저녁 8시 카네기 홀 공연을 보러 갔다. 이번 시즌 여러 차례 공연을 하는데 전부 볼 수는 없어서 몇 개만 보기로 결정하고 베토벤 운명 교향곡을 하니까 방문했다. 어릴 적 어른들이 운명이라고 말하면 참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는데 세월이 흘러가 내 머리카락도 하얗게 변하니까 운명이 있다고 믿어진다. 피할 수 없는 운명과 춤추는 사람들은 무슨 의미인지 잘 알겠지. 작곡가가 귀가 들리지 않으니까 베토벤은 얼마나 상심하고 힘들었을까. 그럼에도 위대한 곡을 작곡했으니 천재 음악가로 기억하겠지. 베토벤 음악도 참 좋다.


가슴 설레며 운명 교향곡을 들으러 갔는데 일본 모자 디자이너도 오랜만에 만나 즐거웠고 터키 출신의 두 명의 음악가를 만나 기쁜 하루였다. 일본에서 모자 전시회를 성황리에 마치고 다시 뉴욕에 돌아온 일본인 친구. 나보다 뉴욕에 온 세월이 오래오래 되고 자녀도 없으니까 나랑 삶의 무게가 다르지만 우리는 음악과 미술과 여행을 좋아하니까 서로 통하는 점이 있다. 그녀도 거의 매일 공연을 보러 다녔다고. 카네기 홀과 뉴욕필 등 공연을 봤다고. 패션계 분야도 문제가 무척 많다고 하는 그녀. 그녀는 아티스트 출신인데 FIT 졸업하고 모자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고 작품도 그린다. 2001년 9.11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나 슈이 아래서 인턴십 하며 특별 쇼 준비를 하느라 밖에서 불이 활활 타오른지도 모르고 있었다고. 밖에 나오니 대중교통도 마비되고 멀리 불이 타오는 것을 보았으니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까. 아, 잊으래야 잊을 수 없는 9.11. 하늘나라로 떠난 것도 운명 아니겠어. 누군가는 살아남고 누군가는 떠났으니까.


터키 출신 두 명의 음악가들 이야기도 즐거웠다. 한 명은 작곡가이자 콜럼비아 대학과 뉴욕대와 포드햄 대학에서 작곡 강의를 하는 교수. 다른 분은 록 뮤지션. 터키에서 미국에 온 지 15년이 지났다고 플로리다에서 석사 과정 공부 마치고 뉴욕에 5년 전에 왔는데 뉴욕이 너무너무 좋아요,라고 말하니 웃었다. 매일매일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뉴욕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예술가들은 뉴욕을 사랑해. 터키에 여행 가려면 5월이 가장 좋다고. 여름이 되면 여행객들이 밀려와 복잡하다고. 정말 친절하고 상냥한 록 음악가 미소를 잊을 수 없어. 두 음악가는 베토벤을 무척 사랑하니 카네기 홀에 공연을 보러 왔고 9번 교향곡은 정말 사랑하는데 아직 한 번도 들을 기회가 없었다고. 데이비드 보위를 무척 좋아하는 록 음악가는 라이오넬 리치와 본 조비가 아주 가정적이다는 말을 했다. 역시 록 음악가라 다르더라. 유명한 음악가들 사생활도 아주 잘 아는 듯. 더 많은 시간이 있다면 오래오래 이야기 들으면 좋을 거 같은 음악가를 만나 기뻤다. 좋은 사람 만나 이야기하면 행복하다. 브루스 스프링스턴 노래를 한국에서는 이해를 하지 못했는데 뉴욕에 와서 가슴에 와 닿더라 하니 그게 바로 문화 차이라고. 미국 문화 정서를 뉴욕에 와서 느끼지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어서 난 스프링스턴 노래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힘든 공부하고 힘든 이민 생활하면서 그의 노래를 들으며 위로를 받곤 했다.


뉴욕의 베스트는 문화 예술면과 사람들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 참 재밌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뉴욕이 좋다고 하지. 그래서 뉴욕에 오래오래 살고 싶어 하는데 무겁고 힘든 현실로 어쩔 수 없이 뉴욕을 떠난 사람들도 무척 많다고. 2020년 유에스 센서스 통계에 어떤 결과가 나올까.


나비로 변신해 맨해튼 위를 날아다녔으니까 얼마나 행복했을까. 참 복잡한 일도 슬픈 일도 많은데 매일 즐거움과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평범한 난 특별한 재주가 없지만 평생 내가 꿈꾸는 삶을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세상이 온통 캄캄하던 나의 대학 시절 내가 꿈꾸는 세상에 대해 말하면 모두 믿지 않았지. 그런 세상이 어디에 있냐고. 그때도 친구들은 결혼과 취업 이야기만 했다. 돈 많이 버는 남자 만나 결혼하면 좋겠다고 등. 대학 시절에도 연애 이야기 들으면 슬펐지. 만나고 배신당하고 헤어지고. 삶이 그런가. 언젠가 당신의 운명이 변하고 있어요, 라는 말을 들었는데 내 운명의 바늘은 얼마큼 가고 있을까. 내가 가진 거 모두 버리고 떠나오니 뉴욕에는 아무것도 없더라. 하얗게 텅텅 빈 오두막에 살며 하루하루 보물을 캐내어 채워가고 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지만 마음의 보물을 캐내며 행복을 찾는다. 행복은 하늘에도 나무에도 없고 내 마음 안에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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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chestre Révolutionnaire et Romantique

February 21, 2020 — 8 PM

Stern Auditorium / Perelman Stage


Performers


Orchestre Révolutionnaire et Romantique
Sir John Eliot Gardiner, Artistic Director and Conductor


Program

ALL-BEETHOVEN PROGRAM

Symphony No. 4

Symphony No.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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