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 홀 엠마누엘 엑스, 요요마, 카바코스 공연

일본 동경에서 온 여행객과 몇몇 사람들 소식

by 김지수

2020년 3월 4일 수요일


며칠 전 아파트 뜰에서 보랏빛 제비꽃을 보았다. 1년 만에 만나 얼마나 반갑던지. 봄은 서서히 오고 있는데 지구촌을 공포의 도가니로 만든 코로나는 언제나 잠잠해지려나. 지구촌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암담하다. 줄리아드 학교는 3월 초 오디션을 보는데 입국 금지로 오디션을 볼 수 없다는 슬픈 현실. 중세도 아니고 21세기 바이러스로 지구가 공포에 떨고 있음이 믿어지지 않는다.


카네기 홀에서 저녁 8시 첼리스트 요요마와 바이올리니스트 니오니다스 카바코스 피아니스트 엠마누엘 엑스 특별 공연이 열렸다. 작년에도 카네기 홀에서 봤던 세 명의 음악가. 명성 높은 요요마 보려고 온 사람들도 많았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이해 베토벤 곡만 연주를 했다. 가장 좋았던 곡은 베토벤 피아노 3중주 곡이었다.


한국에서 잘 알지 못했던 피아니스트 엠마누엘 엑스 피아노 음색도 참 좋고 그리스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카바코스가 작년과 달리 챔버 뮤직 연주할 때 바이올린 음색과 표현이 더 풍부하고 좋아 세계 최고 음악인이라도 경험이 참 중요함을 느꼈다. 대가들이라 챔버 곡을 함께 호흡을 맞추지 않으면 연주가 더 어색할 수도 있겠고 어쩌면 작년보다 올해 함께 호흡을 맞춘 시간이 더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탑 바이올리니스트에 속하는 카바코스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연주는 약간 아쉬움이 남았다. 왜냐면 현존 최고 음악가이니 나의 기대가 높은 편이라서.


아무리 대가들이라도 카네기 홀처럼 큰 무대에 서면 라이브 연주가 쉽지 않음을 카네기 홀에서 보고 느낀다. 베토벤 피아노 3중주 곡을 연주할 때 들려오는 바이올린 음색이 예뻤다. 올봄 카네기 홀에서 3회의 공연을 갖는 세 명의 음악가. 다음 공연은 금요일과 돌아오는 일요일이다.



IMG_5727.jpg?type=w966 사진 왼쪽 카바코스, 중앙 엠마누엘 엑스, 오른쪽 요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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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4, 2020 — 8 PM

Stern Auditorium / Perelman Stage


Performers


Emanuel Ax, Piano
Leonidas Kavakos, Violin
Yo-Yo Ma, Cello


Program

ALL-BEETHOVEN PROGRAM


Seven Variations on “Bei Männern, welche Liebe fühlen” after Mozart’s Die Zauberflöte, Wo0 46

Cello Sonata No. 4 in C Major

Violin Sonata No. 10 in G Major

Piano Trio in C Minor, Op. 1, No. 3






IMG_5715.jpg?type=w966 대가들의 공연이 열리면 무대 위에 자리를 마련하는데 초대장을 받고 온 사람들인지 여러 가지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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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대가들의 특별 공연이 열리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일본에서 온 중년 여자가 1년 동안 뉴욕에 살면서 매일 공연을 보러 다닌다고. 매년 뉴욕에 방문해 공연을 보는데 이번에는 1년 동안 체류하고 있다고. 뉴욕 문화를 무척 사랑하는 그녀는 중국 베이징 출신인데 일본에 1984년 유학 가서 공부하고 지금은 일본에서 살고 있는데 그분 따님과 자매가 뉴욕에 살고 있다고. 대학 시절 TV 프로그램을 전공했다고 하니 어쩌면 신문방송학과를 말한지도 모르겠다. 중국어와 일본어에 능숙하지만 영어는 미숙해 소통이 쉽지는 않았다. 메트에 가서 오페라 보고 뉴욕필 공연 보고 뉴욕 시티 센터에서 플라멩코 댄스 축제를 보고 카네기 홀에서 자주 공연을 보고 뮤지컬을 보는 등 매일매일 공연을 감상하는 중국계 일본인.


그녀가 아는 맨해튼에 사는 피아니스트는 뉴욕 상류층 집안 출신 피아노 레슨을 하는데 1시간당 100불을 받고 부자들은 전망 좋고 넓은 아파트에 산다고. 실은 맨해튼은 렌트비가 아주 비싸 한국보다 비좁은 공간에 사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부자들은 부자들끼리 어울리니 부자 친구들을 소개하니 부자 출신 레슨 생이 아주 많다고. 보스턴에서 음악 전공을 했던 피아니스트는 맨해튼에서 편하고 레슨 하면서 살고 지낸다는 말을 했다.


음악가들 삶도 천차만별. 요즘은 명문대 졸업해도 오케스트라 오디션 통과하기가 참 어려워 힘든 세상이라고 하는데 어렵지 않게 수입을 창출하는 사람도 있다. 그 피아니스트 레슨 생 부모들 직업은 대개 월가에서 일하든지 변호사 또는 의사들이 많다고. 어느 나라든 요즘은 부자들은 잘 살고 서민들은 죽음 같은 삶을 버티고 있는 눈치다. 홍콩도 인도도 모두 빈부 차이가 아주 크다는 말을 보면.


일본 동경 출신 여자는 엔터테인먼트 일을 하고 있는데 동경은 클래식 음악 공연 티켓이 너무 비싸니 뉴욕이 매력적이고 사랑스럽다는 말을 덧붙였다. 음악을 사랑하는 여행객들은 카네기 홀에 온다. 카네기 홀에서 만난 아시아 출신 사람들은 한결같이 공연료가 너무 비싸서 오페라, 클래식 음악 공연을 볼 수 없었는데 뉴욕은 문화가 달라 참 좋다고 한다. 그녀도 첼리스트 요요마 연주가 좋다고 하니 요요마의 팬이나 보다. 작년에도 요요마 공연을 봤다고 하고 올해 다시 요요마 공연을 보러 왔다. 하긴 여행객은 요요마를 평생 동안 몇 번이나 볼 기회가 있겠어. 카네기 홀에서 요요마 공연이 자주 열린 것도 아니니까. 그러니까 특별한 추억이라서 사람들이 흥분하고 좋아하는 눈치다.


멀리 플로리다 주에서 온 모녀도 만났다.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따님은 지난주 플로리다에서 유자 왕 공연을 봤다고 하셨다. 또 내 옆자리에 앉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온 여대생과 이야기를 했다. 치과 대학원에 가려고 준비하는 아가씨는 뉴욕 여행이 처음이고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호텔에 머물며 모마, 구겐하임 뮤지엄, 메트 뮤지엄, 휘트니 뮤지엄과 자연사 박물관 등에 방문했고 처음으로 카네기 홀에 공연을 보러 왔다고. 요요마 연주를 듣게 되니 가슴 설레는 일이라고 기뻐했다. 요요마 팬들이 아주 많다.


카네기 홀에서 가끔씩 만나는 러시아 출신 할아버지도 만나 아드님이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려주었다. 연세든 할아버지는 요즘 자주 뵙지 못한다고 하니 나이가 들어 건강이 안 좋아 그렇다고. 음악을 무척 사랑하는 러시아 출신 할아버지는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할아버지 아드님은 체코 프라하에서 일하고 살고 있다고.


아름다운 프라하도 그립다. 프라하가 특별했다. 그냥 거리만 거닐어도 행복이 밀려왔다. 예쁜 시계탑도 프라하가 살던 곳도 방문했던 추억이 남아있다. 아무도 몰래 혼자 글쓰기를 했던 프라하. 프라하의 야경을 보면서 산책하던 때가 언제였던가. 여행사를 통해 예약해 동유럽 여행을 갔다. 그때 미국 보잉사에 근무하는 해물턴 아저씨와 결혼해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는 여자분과 함께 프라하의 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산책하다 시민권을 분실해 희곡을 전공하던 여행 가이드 얼굴 안색이 변했다. 공부하느라 무척 바쁜데 여행에 꼭 필요한 여권을 분실했으니 얼마나 난리가 났을까. 해물턴 아저씨 보고 두 자녀는 '해물탕'이라고 불렀다. 당시 미국 시민권이 1000만 원 이상 고액에 암거래된다는 사실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때는 우리가 뉴욕에 와서 살거라 미처 상상도 못 했다. 삶은 참 알 수가 없다. 우리가 모른 일들이 아주 많다.


빨리 코로나가 지구촌을 떠나야 할 텐데 여행객들도 유학생도 사업을 하는 분도 모두 모두 고민이 많겠다. 뉴욕도 코로라 환자가 발생했다고 하니 숫자가 엉터리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나 난 잘 모르겠다. 플러싱도 마스크가 동이 나서 구입이 불가능하다. 마스크 판매 기록이 역사에 남겠다.


특별한 수요일 아침! 실내 기온은 10도가 떨어져 오들오들 떨었는데 온수가 나오지 않아서 냉수로 샤워를 하고 맨해튼에 외출했다. 아파트 슈퍼는 어디로 사라진 거야. 가끔 대소동이 일어난다. 샤워 안 하고 외출할 수도 없으니까 3월이지만 아직은 상당히 추운데 도 닦는 기분으로 찬물로 샤워를 하다니 평생 오래오래 기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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